저의 블로그에 지난 일들을 상세하게 쓰는 건
아무나 자유롭게 들어와서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조심스러워서
저의 지난 세월 사연을 간략하게 카페에 쓰려고 해요
제가 결혼할 때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남편이 그 정도로 가난한 줄 알았으면 사표를 내지 않고 계속 교직에 있었을 겁니다
울산시로 옮기면 되는 거니까요
서울 사대 부속 고등학교와 서울 공대를 졸업한 남편은
공부 잘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청년이었는데
남편은 제가 몇 번 만나보고 사귀는 걸 거절했더니
저의 아버지께서 근무하는 학교로 무작정 찾아 가서 도움을 청했다네요
아버지는 청년이 맘에 드셨는지 만나보라고 적극 권하셨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1926년 생 아버지는 일본에서 소학교 중학교(5년제)졸업하고
대학 합격한 그 해 봄에 일본 육군에 차출되어 육군 본부에 근무하다가
남태평양으로 이동되는 부대에 합류 될 거라는 연락을 받고
조부모님이 2대 독자라고 탄원서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대구 항공대로 이동이 되어 살아남게 됩니다
조선인이면서도 뛰어나게 공부 잘했다는 한 가지로
학교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과
양쪽 집안이 많이 기울어도 부잣집 사위가 되었던 경험으로
사위 될 청년이 똑똑한 인재라면 가난한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울산 현대 조선소에 근무하는 오빠를 만나러 갔다가, 오빠가 회의 중이어서
기다리는 중에 남편이 저를 안내하고 도와줬어요)
처음부터 가난한 집 장남이라는 걸 알고 결혼했으니
저도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 있어서
시동생 뒷바라지와 어려운 상황에도 크게 반발은 안 했나 봐요
70년대 중반 한국의 대기업은 크게 확장되어 나가던 시기여서
실적이 뛰어나면 1년마다 승진하고 특별 보너스도 받아서 2~3년 후에 형편이 나아졌어요
현대 조선소 다음으로 삼성 대우에서도 연달아 조선소가 생깁니다
남편은 자기 분야에서 한국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삼성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고,
2년 후에는 대우에서도 중역 승진에 미국 지사장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있어서
현대에 사표를 내겠다 했더니,
사장님이 적극 만류하면서 런던 지사로 보내주셨어요
그 이유로 우리 가족이 런던에서 3년 살다가 옵니다
다섯 살 여섯 살에 런던에 갔던 아이들은
큰아들이 영국에서 뛰어난 아이라고 월반을 했던 이력이 있어서
한국으로 왔을 때 나이는 2학년이지만, 3학년으로 편입하고
경험이 없었던 1학년 2학년 공부는 제가 집에서 따로 가르쳤어요
한글 읽기만 가능한 아이가 1년 지나니까 4학년에서 우수 그룹에 포함되었고
중학교 입학해서는 500명 중에 전교 1등을 하더군요
울산 학성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선발하는 전국에서 유명한 학교인데
3년 계속 전국 1등을 하고 롯데 재단 장학생으로 뽑혀서 엄마를 기쁘게 했습니다
서울 공대를 졸업하고 존스 홉킨스 국제 경제학 석사, 인시아드 MBA를 졸업했어요
미국에서 MBA를 하지 않고 프랑스 인시아드로 간 이유는
그 당시에 인시아드는 토요일도 없이 방학도 없이 수업을 하고
2년 과정을 1년에 마치는 조건이어서 국가에서 장학금 받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선호했어요
졸업 전에 취직이 되어
크레디트 스위스 투자은행 런던 사무소, 스탠더드차타드 사모투자 부문,
칼라일 그룹에서 중역으로(바이스 프레지던트) 근무했고, CVC캐피탈 대표로 있다가
2021년부터 한국 회사의 대표로 있습니다
큰아들은 부모 생각을 극진히 하고,
우리도 돈 있다고 염려 말라고 해도 모든 병원비를 부담하고
일본 여행, 국내 여행 갈 때마다 모든 경비를 다 보내줘서 노후가 편안합니다
이번 달에도 친구 만나러 마산 간다 했더니 호텔 예약과 용돈 50만 원을 줬어요
아들과 며느리의 효도에
살아오면서 있었던 저의 모든 고생이 보상받았다 싶어서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작은아들은 형 덕분에 부모님 신경은 안 쓰고 한 번씩 만나서 밥 먹는 효도만 합니다)
첫댓글 참으로 귀한 이야기..
몇번이나 읽었습니다
우리 담소실에 이런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것
영광입니다.
남편께서도 아드님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서울공대 동창이네요
삼성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는데도
현대사장님의 적극만류를 들으신걸 보면
남편께서 능력도 있으시지만.. 의리도 있으시네요
아드님도 실력이 좋아서 서울공대, 죤스홉킨스에서 학위를 하셨지만
무엇보다도 인품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서 승승장구.. 한국회사 대표까지..
아드님이 좋은 인품을 갖게 키우신건 어머니이신 그레이스님이시지요
게다가 아드님이 부모님한테 그렇게 효자라니...
참 부럽습니다.
아드님이 회사의 대표가 된걸보면
리더쉽도 있고 비즈니스 안목도 뛰어난것 같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아드님 입니다.
아들이 그 회사의 대표가 된 이후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회사 자본금이 1조 원 이상으로 커 졌다고 뉴스에서 봤어요
연봉의 45%를 세금으로 내고 기타 필수 세금도 있어서 50%만 실제 연봉이라고 했어요
개인적으로 사회 단체에 기부도 많이 하고
멋진 중년으로 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