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 좌석버스
남효만
팔공산 자락 밑의 국민학교 나온 나는
하양 이라는 곳으로 유학을 갔다
빡빡머리 깍고 중학생이 된것이다
유난히 영화를 좋아했던 터 하양극장에
몰래 들어가다 선생님에게 발각되어
죽도록 얻어 맞았다
쬐끄만 놈이 까져서 어른 보는 영화나
보고 커서 머될래 하면서...
난 작은 꽤를 머리로 짜냈다 그것은
대구로가서 영화 구경하고 돌아오면
대구의 극장에는 선생님들이 없다
35번을타고 차장 아가씨의 자주색
베레모 옷을 보면서 내심 즐거웠다
청천 반야월 자갈마당 대신동 하고
외치며 오라잇 하고 출발했다
오늘 신도극장 85원 왕우의 외팔이
드래곤 볼까? 한일극장150원 벤허 볼까
자유극장 100원 쿼바디스 볼까?
주머니엔 할머니 속여 만든돈 거금
250원이 있다
자유극장 으로 가자 하고 대구역앞
내렸다 나만의 이 즐거움 오늘 기분
누가아랴
두어시간 영화보고 꺼구로 35번 타고
하양으로 향했다
다음주엔 어떻게 속여 저 외팔이 드래곤
볼까 하며 온통 머리엔 그것밖엔 없었다
햐 35번 좌석버스 너가 날 문화인과
집 도둑놈으로 만드는구나.
첫댓글 그시절이 그립네요.지나보면 모든게 추억이 되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