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사회사업가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대화도 하고 공부도 하는 멋진 학습 연수! 말만 들어도 꿈같은 시간이 매년 펼쳐집니다. 중부재단과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사랑하는 사회복지실무자 지식공유네트워크 <책.책.책>을 통해서인데요! 지난 10월 2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구슬꿰는실>에는 <책.책.책> 7기의 사후 모임이 열렸습니다. 7기 여행자들이 말하는 <책.책.책>의 시간을 함께 느껴보시죠.
그리운 <책책책>의
시간을 나누다
올해로 벌써 7회를 맞은 <책.책.책>은 '사람책, 종이책, 산책'의 준말답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걷고 공부하며 성장의 시간을 갖습니다. 지난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간 가을을 맞은 지리산에서 진행됐는데요. <책.책.책>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김세진 소장(사회복지사무소 구슬)의 인솔 하에 남원, 구례, 하동 등 아름다운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습니다.
중부재단은 지금까지 지리산에서 한창 시간을 보내는 여행자들을 만나왔는데요. 올해는 7기 여행자들이 <책.책.책>을 마친 후 사후 모임을 갖는 현장에 찾아갔습니다. <책.책.책>을 다녀온 지 2주가량 흘렀지만 7기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뜨겁게 서로를 반겨주었어요.
인사말을 나누느라 시끌벅적할 때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치킨이 배달됐는데요. 아무도 주문한 사람이 없어 어리둥절할 때, 주문자의 이름을 확인한 7기 참여자들이 다시 한 번 환호를 질렀습니다. 중부재단이 <책.책.책> 사후모임을 축하하고자 치킨 선물을 보낸 것이었죠. 저녁식사를 겸한 사후 모임의 테이블에는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것처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습니다. 중부재단이 보낸 치킨뿐만 아니라 피자, 파스타, 김세진 소장이 직접 주문한 수제 케이크까지 그야말로 잔칫상이 따로 없었죠.
김세진 소장이 직접 와인을 따 한 잔씩 나누고 함께 건배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습니다. 자신을 ‘행복한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한 지선주 사회복지사(군포시장애인복지관)는 “몇 년 동안 기다렸던 <책.책.책>에 참가하고자 연차를 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정말 가고 싶었어요. '사람책, 공부책, 산책'이라는 문구가 저를 끌어당겼어요. 소박하게 먹고 거친 곳에서 잔다는 학습 여행이 어떨지 기대됐습니다."
윤외숙 사회복지사(서울 구로융합형우리동네키움센터)는 때마침 ‘사회복지를 선택한 것이 잘 한 것일까’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제가 힘들 때 옆에서 힘을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다 <책.책.책> 모집 공고를 봤는데 '시집'이 준비물이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설렜습니다. 사회복지의 길을 바르게 걷는 사람들을 만나 배울 게 많을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휴가도 제대로 못 썼는데 쓰자! 라고 결심했죠.”
조미리 사회복지사(서울 중구교육복지센터)는 “대학생 때 사회사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힘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16년 여간 일하면서 꺼져가는 걸 느꼈다”라면서 “제가 많이 지친 상황이라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살고 싶어서' 지원했다”라고 했죠.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신규 여행자 6명, 섬김이 2명, 김세진 소장까지 9명의 팀이 꾸려졌습니다. 지리산으로 떠나기 전 열린 사전 모임에서는 7기 사이에 어색함이 흘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낯선데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고 하네요. 아마도 <책.책.책>에 지원한 마음이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내 마음에 지리산의
바람이 부네요
제7회 <책.책.책> 참여자들은 걸으면서 이야기 나누기 좋은 편안한 길을 걸었습니다.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처럼 ‘매 순간이 소중’한 시간이었죠. 첫날은 일몰이 아주 좋았고 둘째 날은 형제봉 일출이, 셋째 날은 노고단 일출이 환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하늘도 청명해서 가을의 한 가운데를 제대로 걸었지요. 다시 보기 힘들 아름다운 일몰, 일출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같이 한 사람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지선주 사회복지사는 아쉬운 마음에 학습 여행을 마치고 남편과 며칠 더 지리산에 머물렀을 정도니까요.
아름답기만 한 건 풍경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풍족한 먹거리가 정말 좋았다며 입을 모았습니다. 중부재단에서 <책.책.책> 여행자들에게 음식만큼은 풍족하게 드시도록 넉넉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막걸리, 파전, 갈비, 오리주물럭, 재첩국, 닭볶음탕, 곳곳에 멋진 카페들과 좋은 숙소까지... 맛있는 음식 덕분에 몸이 힘들어도 잘 걸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리산을 걸으며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6기이자 7기에서 운전 봉사를 자처했던 박상빈 사회복지사(김제사회복지관)가 말했습니다. "운해였어요. 산등성이 아래에 구름이 바다처럼 깔려있었어요. 일출을 보러 온 다른 등산객들이 떠나고도 우리는 그 자리에 오래 앉아있었어요."
모두가 운해를 항해하는 항해사가 됐을 때 박주이 사회복지사가 제안했다. <바람이 부네요>란 곡을 함께 듣자고. 이 곡은 한국 재즈의 대모라 불리는 박성연 보컬리스트가 부른 곡이다. "이 음악을 들어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이튿날, 저녁 공부 시간에 김세진 소장이 이 음악을 다시 틀자 박주이 사회복지사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너무 힘들어서 지쳤을 때 이 노래를 듣고 그 순간이 생각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전 선생님들께 항상 배울 수 있었던 사람책이 가장 좋았어요. 품행과 다정함, 지혜로움, 에너지, 친목과 기다림... 지금까지는 제가 제 스스로를 불편해하는 걸 몰랐어요. 이제는 제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향한 포용을 배웠어요.”
지난 기수들의 다정한 응원
<복지소학>이 알려준
사회복지의 근본
2017년에 시작해 7회를 맞은 <책.책.책>에는 어느덧 지난 기수들이 후배 기수를 챙겨주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7기가 학습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기 ~ 6기까지 모든 선배 기수들이 손을 보탰습니다. 차 한 잔 하라며 찻값을 보내준 분이 있는가 하면, 손수 포장한 간식 꾸러미를 나눠주거나 남원역까지 와서 간식, 수건 선물을 준 기수도 있었죠. 힘내라며 지지 방문을 왔던 기수까지 있었으니까요.
학습 여행의 백미는 바로 걷기를 마친 후의 공부 시간인데요. 7기의 학습 교재는 <복지소학(福祉素學)>이었습니다. <복지소학>은 <논어>, <맹자>, <채근담> 등 동양 고전에서 건져 올린 사회사업 실마리를 모은 책입니다. 지선주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깊은 고민 없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다시 생각하는 '정명', 좋은 스승과 동료들을 만나 바르게 실천하는 방향을 찾는 '교우'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복지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책.책.책>을 통해서 현장에서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교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죠.
<책.책.책>을 잊지 않고 지난 기수들까지 응원해 준 이유는 <책.책.책>이 단순히 지리산을 다녀오는 관광여행이 아니라 ‘학습 여행’이기 때문일 겁니다. 김세진 소장은 ‘학습 여행’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죠.
“학습 여행은 문제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그 문제의 본질을 보는 여행이에요. 회피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 지나치게 가볍지 않지만 중간을 잘 유지 할 수 있는 게 학습 여행이죠. 여럿이 함께 하더라도 걷다가 혼자 걷고 싶으면 걸으며 숨을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너무 많지도 않게 적지도 않게 본질을 볼 수 있는 적당한 인원과 상황이 있는 여행이 <책.책.책>입니다.”
마음의 여유
지리산이 준 가장 큰 선물이죠
식사와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7기는 지선주 사회복지사가 직접 촬영하고 만든 후기 영상을 함께 감상했습니다. <책.책.책>의 모든 순간을 담은 사진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7기는 웃고, 그리워하고, 다시 떠나기로 한 번 더 약속했습니다.
지리산과 좋은 동료, 학습 여행이 남겨준 에너지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지선주 사회복지사는 “<책.책.책>을 다녀오자마자 기관에서 정말 바쁘게 일했다”라고 했는데요. “저한테 짜증 내는 동료도 있었지만 똑같이 받아치지 않고 여유 있게 바라보게 됐다”라면서 “정기적으로 꾸준히 지리산에 가야 할 것 같다”라고 웃었습니다.
권신희 사회복지사는 책상에 붙여놓고 바라보는 글귀인 플라톤의 '친절하라. 저마다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다'를 소개했습니다. “40여 명 되는 직원들에게 업무 질문을 받다 보면 저도 폭발할 것 같아요. 항상 나만 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책.책>을 다녀와서는 ‘저 분도 내게 물어보기 전에 고민했겠지’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휴가가 아닌 ‘연수’로 <책.책.책>을 다녀왔는데 직원들이 저를 위해 연락을 하지 않아줘서 고마웠어요.”
정세진 사회복지사는 “학습 여행을 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지금 정식으로 소속된 곳이 없어요. 중부재단에서 제게 <책.책.책>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지만, 저 때문에 열심히 하느라 지치셨을 귀한 사회복지사의 자리를 차지한 건 아닐까 했어요. 그러나 무거운 마음을 제가 좋은 사회사업가가 되는 것으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숙제를 꼭 지켜서 선생님들께 좋은 동료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책.책.책> 1기인 조은정 사회복지사(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는 5년 전 1기를 마친 후에도 꾸준히 <책.책.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7기에 기록자로 제안을 받았는데요. 지금은 7기의 학습 여행 과정을 기록하는 데 한창입니다. “사진마다 이야기가 있어요. 당시에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오르고요. 제가 1기에는 30대였지만 7기인 지금은 40대예요. 7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1기 때 내 마음이 그랬지, 하고 공감이 되더라고요.” ‘지리산에서 얻은 에너지가 얼마나 이어졌는가’란 엉뚱한 질문에 "다녀오면 동료가 남아요. 동료가 옆에 있으면 그 시간이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고 현답을 내려 모두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상빈 사회복지사는 '바라는 게 더 바랄 게 없다!'라며 중부재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중부재단이 작은 재단임에도 사회복지사를 위한 여러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지금 운영하는 사업들만 잘 유지해 주셔도 위로받고 다시 힘을 얻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을 것 같아요.”
모든 기수를 인솔한 김세진 소장은 <책.책.책>을 ‘운해’라고 정의했습니다. “운해 속에 있으면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막상 산에서 내려오면 운해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삶과 사회복지 실천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그러한 순간이 바로 <책.책.책> 같아요.”
해는 지고 달이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7기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슬꿰는실>의 사무실 불빛은 밤하늘을 비추는 등대처럼 홀연히 밝았는데요. 7기는 여전히 지리산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공부하던 그 순간 속에 있었습니다. <책.책.책>이 준 여유와 강한 마음의 힘이 7기와 오랫동안 함께 하길 바랍니다.
|
첫댓글 2023년, 책책책 8기는
10월 18일(수)~21일(토)로 계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