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평화바람, 문정현과 평화바람, 검둥소.
지금은 군산 시대(1)
*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를 떠나면 이제 좀 쉬라고 말했다. 우리도 그럴 생각이었다. 대추리에서 나오면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하고, 연애도 하며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신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는 관변 단체에 들어가 호의호식하고, 반대로 대추리 증후군에 합병증인 생활고까지 시달리는 이도 있으며, 군산에 오라 할까봐 결혼해서 보란 듯이 살고 있고, 비주얼 립싱크 한다고 쏘다니며 사는데, 우린 왜 이 지긋지긋한 미군 기지 옆으로 다시 왔을까? 갈 데 없는 고아 같은 사람들만 군산으로 온 것 같다. 아직 뭐라 밝힐 수는 없지만 후회는 없다.
* 냉전 체제와 군부 독재 하에서는 미군 기지로 인한 피해가 있다 해도 벙어리 냉가슴으로 살아야만 했다. 미군 기지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도 있고, 기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주민들도 많지 ㅇ낳아 함께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기지는 점점 확장되고, 직도에는 폭격장이 들어서고, 할 일이 태산이지 싶다. 같은 땅 다른 세상에 사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다.(2007. 3. 5.)
* 군산에도 하나 만들어보자. 사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곳이면 좋다. 집을 구하기로 맘먹은 지 한 달 만에 가격과 위치가 맞는 곳을 찾았다. 전세 350만 원짜리 집이라고 하면 다들 부러워했다. 특히 서울 사람들은 월세도 아니고 전세라는 말에 다들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와 본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 350만 원 아니고 35만 원이라도 못 산다."라고 했다. 쳇 그러면 궁궐 같은 집을 기대했단 말이냐.(2007. 4. 30.)
* 원래 개소식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하자마자 면사무소, 파출소, 경찰서, 군 기무사 등의 관계자들이 몰려와 집 부근을 탐색하고 순찰했다. 면장과 파출소 소장은 공개적으로 마을 유지들에게 "데모꾼들이 왔다."며 흑색선전을 하기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주민들에게 알리려고 개소식을 하게 된 것이다. 누구든 좋으니 넓은 마당에 찾아와 수다도 떨고, 옥수수, 감자 쪄서 나눠먹고, 낮잠도 잘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
*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될 것이라는 소문이 소문을 넘어 구체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의 해군항이라고 말하지만 강정마을의 반대 측 주민들은 '한국군이든 미군이든 전쟁기지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미국의 해외 주둔군 재배치의 일환으로 해군 항을 건설하려 한다는 강한 추측을 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 벨트를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평택은 육.해.공군의 지역적 연계성을 고려한 군사 복합 지역으로 미군의 동북아사아 허브 기지가 되고, 군산은 미 공군의 전투부대로, 제주도는 해.공군 전략 기지로서 미사일 방어 체제의 전진기지가 된다.(2007.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