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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여전히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다.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그는 이제 역사가 되었다. 1988년 국회의원으로 처음으로 했던 대정부 질의가 책의 가장 앞자리에 놓여 있었다. 노동자와 소외계층을 아우르고자 했던 그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안정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을 선택해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것이 ‘바보 노무현’의 시작이었다. 강고했던 지역주의에 맞서 부딪혔던 그의 선택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자발적으로 결성되어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끝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통령에 당선되어, 여전히 열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고자 했던 그의 신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왜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팬클럽을 조직하여 그의 당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했을까? 그 이유는 노무현의 삶과 생각이 대중들의 희망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퇴임 후의 집요한 정치보복적 행태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그가 내세웠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시에는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맞부딪혔지만, 그가 재임했던 시절의 치적은 결코 적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펴낸 이 책은 ‘노무현 전집’ 가운데 여섯 번째 시리즈이며, ‘노무현의 말과 글’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전체 4부로 이뤄진 목차에서, 제1부는 ‘노무현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초선 국회의원 시절의 대정부 질의로부터 대통령 선거 당시의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1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글들에는 그가 평생동안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거대 언론권력이었던 ‘조선일보’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한 부분에서,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그의 결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부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작성되었던 연설문과 기고문들을 중심으로 ‘겸손한 권력, 노무현’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16편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에는 투박한 그의 생각들이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각종 언론들에 의해서 ‘침소봉대’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여러 글들의 전문을 훑어 보았을 때, 당시의 그러한 보도들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한 것이었던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각종 권력을 내려놓고, 거대한 언론권력들과 주류 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겸손한 권력’의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을 것이라 하겠다.
‘우리 민족에 자유와 평화를’이란 제목의 3부에서는 남북문제와 국제관계에 대한 15편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임기 말에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을 즈음한 연설문에서는 평화통일을 향한 그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마지막 4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 했던 유시민과의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유시민은 그 이후 참여정부에서 복지부장관을 역임했고, 지금은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마도 유시민이 노무현과의 인연을 보다 확실하게 맺은 것이 바로 이 대담이 이뤄지던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 노무현’의 진가를 확인하고, 그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켜주려는 그의 의지가 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것이리라. 책을 읽는 내내 틈틈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최소한의 품격도 지키지 못하는 최근의 비루한 정치 현실을 지켜보면서, 그가 지키려고 한 ‘원칙과 상식’이 더욱 그리워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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