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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로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집중력 저하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이나 주변 환경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무엇엔가 집중할 수 있도록 개인이 노력한다면,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또한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저자는 먼저 독자들에게 자신이 무엇 때문에 집중할 수 없는지를 곰곰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일상화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알림 표시 때문에,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도 자신의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저자는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들이 처리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오히려 각자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인터넷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로 인해, 우리는 빠르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할 수가 있다. 궁금한 것은 검색을 통해서 금방 알아낼 수 있고, 필요한 물건도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그러한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저자는 그러한 행동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서 이끄는 알고리즘을 따른 결과는 아닌지 반문해 보라고 말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한 기기들이 항상 우리 주위에 널리 위치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언제든지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편리한 수단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해졌는가? 이러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을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는, ‘집중력 문제를 유발하는 문화’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탐구와 그 결과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집중력이 저하되었다고 생각한 저자는 먼저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집중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처’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을 시도했다. 그래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사용이 제한되고 집중력을 회복해 글을 쓰기 위해, 3달 동안 일상 공간과 멀리 떨어진 섬에서의 생활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점차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었고, 그 섬을 떠날 즈음에는 온종일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시 도시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실패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집중력의 저하는 개인적인 문제 이외에도 사회와 문화적 환경에 크게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들이 많이 접속할수록 사업이 성장하기에, 해당 기업에서 근무했던 기술자들은 저자에게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했음을 토로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개개인의 사용 패턴애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한 후, 해당 사용자의 욕구에 걸맞은 정보와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알고리즘으로 연결해 몇 단계만 거치면 자극적인 정보로 안내하여 사용자들을 묶어놓고 있는데, 그렇게 접속한 자극적인 정보들은 대개는 ‘가짜뉴스’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자가 애초에 시도했던 ‘디지털 디톡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사용자들을 중독에 빠뜨리는 ‘감시 자본주의’로 칭하는 소셜 미디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의 실체를 밝히면서, 사용자들의 ‘집중력 파괴는 그들의 사업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테크 기업들은 절대로 자신의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에 대응해서 이익 창출이 목표가 아닌 ‘인간을 위한 기술’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감시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알리고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인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운동이 테크 기업들의 행태를 쉽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감시 자본주의와의 싸움에 적극 합류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나아가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주4일제 시행처럼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개인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또한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나아가 즉석식품과 패스트푸드와 같은 식단도 ‘집중력을 파괴하는 식품들’이며,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역시 유전적 요인이나 개인적 성격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논하고 있다. 아이의 부모들은 마음껏 뛰놀았던 어린 시절을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지만, 오히려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역설적으로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 결과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에게 각성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대처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아이들은 놀고, 배회하고, 질문하고 유능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일상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가득하며, 전문가들조차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탐구하지 않고 그저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에게는 인터넷 사용을 줄이라고 충고하며, 집중력 결핍 증세를 겪는 아이들에게 각성제를 처방하는 등 증세에 따른 처방을 손쉽게 내리고 있다. 오랜 기간 이 문제를 탐구한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거대하고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주4일제를 도입하여 많은 이들이 삶의 주도권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도록 하는 방안이다. 실상 간단한 듯하지만, 저자의 제안은 현재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실천하기가 힘든 내용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거대하고 대담한 목표’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결코 쉽지 않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방안임을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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