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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물리학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줄거리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 개념과 내용에 대해서 아느 정도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물리학자가 되는 꿈을 가진 소녀 지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러 해 전에 동남아로 여행을 갔던 가족들이 쓰나미라고 불리는 거대한 해일에 휩쓸려 모두 죽고, 사고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아 돌아온 지수는 지금 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아파트 20층에서 살고 있지만, 아마도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폐쇄 공간인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항상 계단으로 걸어 다니는 것을 설정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몇 번이나 기절을 해서 병원 신세를 져야 했기에, 지수는 결국 계단으로 걸어다니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지수에게 유일한 취미는 물리학 책을 읽는 것이다. 아파트가 지어질 때 같이 이사 왔던 민아와 희찬이는 서로 다른 성격임에도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몇 년 동안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901호의 민아는 잘난 척한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가수가 되고 싶은 102호의 희찬이는 가수가 되려는 꿈을 위해 음악 학원을 다니면서 노래를 즐겨 부른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 노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은 부딪히기도 하지만 친하게 지낼 수 있다. 세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왔기에 서로의 환경과 처지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 작품에는 물리학 용어와 이론들에 대한 설명들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친절하게 설명되고 있다. 그래서 목차에 표시된 소제목도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조망 효과' , '양자 역학'과 '평행 우주 이론' 등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 이론들이 지수의 설명을 통해서 소개되기도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제목의 첫 부분에서, 지수가 계단을 오르다 우연히 마주친 701호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대화를 하게 되는 내용이 펼쳐진다. 뜻밖에도 할머니도 물리학을 좋아하고, 그로 인해서 평소 즐기지 않던 우유조차도 할머니가 주셔서 잘 마시게 된 것이다. 지수와 할머니의 만남을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수와 할머니의 만남이 이 작품을 끌어가는 중요한 소재로 채택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친해진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실종, 그리고 할머니의 행방을 찾으려는 지수와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이어진다. 짝수 날에 아파트를 관리하는 ‘짝수 아저씨’가 우연히 할머니의 집에서 가방을 들고 나오는 것이 목격되고, 민아는 할머니의 실종이 짝수 아저씨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고 한바탕 떠들썩한 사건이 펼쳐지지만, 할머니의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되면서 점차 그 사건은 지수를 제외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간다.
지수는 할머니와의 인연을 되새기며, 떠나기 전에 남긴 단서들을 찾아 하나씩 의문을 풀어나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또다른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평행 우주 이론'에 근거하여, 701호 할머니가 다른 시간의 세계에서 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등 과학적 지식을 통해서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수가 발견한 다른 우주로 가는 통로는 바로 아파트의 6층과 7층 사이의 비상등이었다. 다른 우주, 즉 미래에서 온 할머니는 지수와의 만남을 남기고 미래를 기약하며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다.
지수는 할머니가 남긴 메시지를 하나씩 풀어 마침내 그 내용을 완전히 알게 되고, 미래의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살아간다는 결말이 그려진다. 과학적 지식을 동반되어 있지만, 이러한 내용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다소 황당한 내용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흥미로운 내용만이 아닌, 독자들에게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지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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