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널리 수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터뷰의 내용도 대중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 적기보다, 인터뷰 대상자가 의외의 말들을 풀어놓게 하는 것도 역시 인터뷰어의 능력이 속할 것이다. 이 책은 20년차에 접어든 저자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언론사의 지면에 연재했던 기사들을 엮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 꼭지에 수록된 원고의 분량으로 보아, 이 책을 엮으면서 새롭게 첨가된 내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모두 16명의 인터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들을, 4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첫 번째 항목에서는 ‘구름을 보면서 피곤을 풉니다’라는 제목으로 모두 4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일찍부터 일본으로 건너가서 한때 일본의 바둑계를 풍미했던 조치훈을 비롯하여, 발레라니 강수진과 가수 장사익, 그리고 ‘100세 철학자’인 김형석 등이 여기에 등장한다. 특히 이 첫 번째 제목은 여생을 구름 사진이나 찍으면서 보내고 싶다는 김형석의 언급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들 4인이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인터뷰 내용을 다 읽어봐도, 나로서는 이들이 함께 묶이는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혹은 뒤늦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 굳이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궁금증은 나머지 항목들에서도 마찬가지라 여겨졌다. 두 번재 항목은 ‘어둠은 빛을 더 빛나게 한다’라는 제목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야구선수 박찬호와 세벌식 타자기를 발명한 안과의사 공병우,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사무총장을 지냈던 이종욱의 아내 가부라키 레이코와 노무현 대통령의 시신을 염했던 유재철을 함께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터뷰의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이 평이하게 진행되었다고 여겨진다. 다만 추후에 첨가된 듯한 내용들은 실상 인터뷰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영화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읽으면서 나로서는 인터뷰이의 사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이미 고인이 되어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특이한 것은 그의 아들을 통해서 공병우의 생에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세 번째 항목은 ‘내부의 이방인이 속삭였다’라는 제목으로, 모두 4건의 사연이 수록되어 있다. 얼굴 없는 탈북 화가 선무와 터키에서 이주한 알파고, 그리고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비로소 당구의 재능을 발견한 스롱 피아비 등은 외부에서 한국사회로 틈입한 이주민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시각장애인 부부인 최정일/조현영 부부의 사연은 사회적 소수자인 이들이 살아가기에 만만치 않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들의 사연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도, 역시 저자의 사적인 생각이 끼어들어 몰입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의 인권을 생각하고, 그들이 여느 사람들과 동등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마지막은 ‘무엇이 사라지는지 그들은 안다’라는 제목으로, 교열 전문가인 김정선 등 4인을 다루고 있다. 청소년 전담 판사로 잘 알려진 천종호와 소설 <편의점 인간>의 작가인 일본의 무라타 사이카, 그리고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배우 유해진 등이다. 나로서는 이 중에서 배우 유해진을 다룬 내용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동안 각종 자료에서 접했던 내용들이 그대로 소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편의점 인간>이라는 작품의 내용이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되었고, 그 상황이 지금의 우리 사회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잇었던 계기였다.
‘서문’을 통해서 저자는 인터뷰어로서 나름 자부를 하고 있었지만, 독자인 나로서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라 느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접한 인물들의 사연은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조치훈’의 인터뷰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고, 박찬호가 투수로서 승리보다는 ‘패배’의 기록을 더 값지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상식적인 내용에 속한다. 때문에 인터뷰어로서 그들의 인간적 내면을 확인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새로운 인물들과의 인터뷰가 계속 진행될 텐데, 독자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보다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