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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그동안 술과 관련된 책들을 꽤나 모으고, 또 읽기도 했다. 그 가운데 와인을 다룬 책들도 있어서, 이 책의 주된 내용들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정보들에 대해서는 새삼 그 내용을 환기하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와인의 역사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풀어가는 서술자로서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술의 신으로 여겨지는 바쿠스를 등장시켜, 내용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와인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어 대중적인 술로 생각되지만, 과거 한때는 와인이 고급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대략 1인당 경제소득이 2만불이 되면서 와인과 재즈가 대중문화로 정착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정확한 통계를 따질 필요 없이,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이들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책의 편제와 와인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는 프롤로그와 함께, 본문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와인의 기원과 그것이 종교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그리고 와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면모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구약’의 기록을 토대로 술의 기원을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인류의 전개 과정에서 신석기 초기 우연히 채취한 포도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포도주가 생성되어, 이후 주요한 음료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추정과 고고학적 증거를 함께 제시하기도 한다. 그 이후 중동을 중심으로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고대 종교에서 의식을 행할 때 와인이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논하고 있다. 실상 무엇의 기원을 찾는 작업은 자료적 상황이 열악한 상태에서, 다양한 근거를 통해 합리적인 설명을 통해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기록과 그림 등을 통해 와인의 기원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2장부터는 고대 그리스의 기록과 유적에 대한 고고학적 탐색을 통해 와인의 흔적을 설명하고, 그것이 당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3장에서는 로마에서 유럽 대륙으로 포도 재배와 와인의 제조법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 유럽의 역사를 토대로 점차로 동쪽으로 전파되는 과정도 보여주고 있다. 이후의 내용들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 와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논하고,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으로 신대륙으로 확산되는 과정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11장에서는 ‘친환경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가급적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포도를 재배하여 친환경 와인을 생산하려는 노력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의 브랜드나 원산지에 대한 규정이 20세기 이후 근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와인을 보관하기 위한 노력들로 인해 병이나 코르크 마개 등 다양한 발명품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것이 과학의 발전에 일부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와인의 역사만이 아닌, 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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