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죽음의 전조 현상이다
지난 호에서 의학의 목적이 생명의 평안에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강연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 병이 들지 않습니까? 병이 들면, 병이 목적하는 게 뭐가 있습니까?"
병에 목적이 있다는 말이 낯설게 들립니다. 병은 그냥 생기는 것 아닌가.
"그렇잖아요. 병이 괜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병의 목적이 있어요."
그 목적이 무엇인가.
"병은 우리의 건강을 해침으로써 우리를 아프고 고달프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우리를 죽이기까지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동양의학에서는 병을 이렇게 부릅니다.
죽음의 전조 현상(前兆現象).
이 말이 무겁게 들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가볍게 앓고 나은 병이 있습니다. 감기 한 번 앓고 나았습니다. 그러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가.
"무슨 병이든지 조금 앓고 난 사람은, 앓고 나았다 하더라도 그것으로서 받은 위해(危害)에 의해서 내가 손해받은 부분이 있어요. 어디에 손해를 받았는가 하면 내 생명의 손해를 받은 거예요."
그리고 이 문장이 이어집니다.
"오래 살고 짧게 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그 생명의 저해를 받았느냐 — 이것에 대해서 또 병은 목적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한 가지가 뒤집힙니다.
우리는 보통 병을 '증상'으로 셉니다. 열이 났다, 아팠다, 며칠 누웠다, 나았다. 나았으면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관점에서 보면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생명 쪽에서 얼마간을 덜어낸 것입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감기 같은 것을 그렇게 무섭게 여겼습니다. 지난 시리즈에서 육사(六邪)에 다친 것이 즉사에 이를 수 있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셈해야 하는가.
증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아픈 데가 없어졌느냐가 아닙니다.
생명이 얼마나 저해를 받았느냐입니다.
강연은 마지막 무렵에 이 말을 다시 꺼냅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이라는 건, 아픈 데가 없어지고 하는 그런 게 건강한 게 아니에요."
그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호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묶음입니다.
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병은 그 생명을 겨냥한다는 것. 그런데 그 병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다음 호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인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