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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danzi.com/news/47836.html
[온두라스 한지수 보고] 한지수씨 재판 과정 독점 공개. 그리고 잔소리.
2010. 10. 19. 화요일
파토
어제 짧은 기사(링크)를 통해 온두라수 한지수씨의 무죄 판결 소식을 일단 전해 드렸다. 2008년 사건 발생 당시의 정황이나 2009년 지수씨의 체포와 압송 상황, 이후 벌어진 일들과 네덜란드의 간섭 등은 과거 기사에 모두 있으니 잘 모르시는 분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 보시라.
기사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우원의 이런 선동적인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젊잖은 목소리들인데, 우원은 여기에 대해 '젖까라'고 응수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저 무죄 추정이 충분히 가능한 지수씨 언저리의 상황들과 온두라스 검찰이 내세우는 증거의 빈약함을 보는 우원의 객관적인 자신감에 더해, 이경운 사건을 통해 다년간 접한 바 있는 울나라 대사관, 외교부의 나태와 무책임의 경험에 기초하여 지수씨가 우리 정부의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살인범의 멍에를 쓰고 일생을 망치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수 없었음이다.
외교부 직원들, 목사님과 함께
그래서, 처음 지수씨 언니 한지희씨에게 연락한 이후 초기 방향 설정과 전략적 우선순위 결정, 중요한 기로에서의 판단 등에서 우원이 일종의 매니저나 작전참모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죄가 없으니 결국 다 잘 될 거라는 상식적인 입장을 갖고 사건을 키우기에 다소 주저했던 가족들께(이런 상식이 잘못된 게 아니다. 세상이 잘못된 거지), 현실적으로 이는 대단히 위험할 수 있으며 무조건 여론을 듫끓게 만들어 정부를 움직이고 네덜란드측에 맞불을 놓아야 지수씨를 살릴 수 있다는 전략을 주창했고, 명목이 무엇이어던 일단 지수씨를 감옥에서 빼내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분들의 동의하에 기사를 그런 방향으로 쓰고 일이 그렇게 풀려 나가도록 움직였다. 추적 60분 스탭과도 같이 만났고 그 자리에서 우원이 사건을 전반적으로 브리핑해 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아버지, 어머니, 언니 등 지수씨의 가족분들은 우원에게 큰 신뢰를 가져 주셨고, 크게는 현지 변호사 선임에서부터 작게는 국내 언론에 대한 입장 정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우원의 의견을 크게 존중하고 받아들여 주셨다. 우원 역시 의견을 내되 가족의 입장을 우선으로 여기고 자칫 책임없는 말을 남발하거나 독선적인 주장을 펼치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했다.
여러 결정과 선택의 시점에서 자문역을 맡아 어깨가 무거웠던게 사실이지만 스스로의 경험과 판단을 믿었고 또 우왕좌왕할 여유가 없이 빠른 결단들을 내려야 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지수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 시점에서 가족과 우원이 함께 견지해 온 이 방향성들은 옳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변호사와 한지수
또 모든 기사 작성과 개재에 있어서 오프더 레코드의 철저한 준수 등 한지수씨의 안전을 최우선했고, 일부 자극적인 뉴스 거리들도 있었지만 지수씨의 공정한 재판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부담이 되는 부분들은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우 사람이 살아 나오는게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잔말은 이쯤에서 그치고 이제 공판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세히 드려 보자.
현재 한지수씨는 공판이 있었던 로아탄을 떠나 산 패드로 술라의 한인교회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각종 언론 이너뷰에 응하고 있다. 지수씨가 어려울때 도와줬던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들 모두 막상 무죄판결이 나오자 갑자기 깊은 관심을 표하며 연락해 오고 있는 바, 그들 중 일부는 공판 결과를 기다려 무죄가 나왔을 때만 편하게 보도하겠다는, 소위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태도인 듯 하여 개인적으로 아름답게 보이진 않는다.
실제 작년 말 모 방송사 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지수씨가 유죄일지도 모른다는 '객관적 정황'을 내세우며 방송 제작을 포기한 적도 있었는데 (우원이 직접 전화로 섭외하고 프로그램 제작을 논의한 케이스), 이처럼 먼가 확실하지 않은듯 하면 몸을 사리는 일부 언론의 신념부재 행태는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각설하고, 로아탄 법정에서 벌어진 공판에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참여했다.
* 판사: 라세이바 법원에서 온 판사 세명 (여자 2명, 흑인남자 1명-주임판사)
* 검찰: 검사 2명(여자1명, 남자1명-추적60분에 나왔던 검사), 법의학자
* 변호인측: 변호사, 피의자(한지수), 법의학자, 하상욱 변호사
* 증인: 12명
* 방청객: 네덜란드 명예영사(Floris Kluck: 검찰측 좌석 옆에 앉았으나 발언은 하지 않았기에 방청으로 분류), 지수씨가 머물고 있는 한인교회의 박명하 목사(이하 모두 방청석에 착석), 외교부 직원 2명, 국과수 김형중 박사, 주온두라스 대사관 서기관, 대사관 행정관, 지수씨 어머니
이틀에 걸친 본 공판은 일단 14일 오전까지 검사의 모두 변론, 변호사의 모두 변론, 피의자(한지수)의 모두 진술이 마무리되었고, 오후 2시부터 검찰측에서 요청한 증인들의 증언들이 아래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증인들의 증언부터 요약해 보자.
첫번째 증인은 사건 당시 로아탄 병원의 당직 의사(6시에 병원에서 마리스카를 받아들인 사람)로 마리스카를 살리려는 과정에서 목 안에 기구를 넣었다고 증언했다.
기도 삽입 기구 모양. 변호측 법의학자가 직접 들고나왔음
이어 그는 이 기구가 목 안에 상처 및 출혈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도 증언했다. 이는 두번째 부검보고서(지수씨가 체포된 후 새로 만들어진 보고서)의 사인이 질식사이고, 질식사 추정의 근거가 목 안쪽의 내부출혈인데 그에 대한 반박으로 지수씨에게 유리한 증언이다.
두번째와 세번째 증인은 사건이 일어난 집 주변 두집의 주인들로, 한지수씨의 기존 증언들과 모두 일치했다.
네번째 증인은 로아탄 병원장으로, "당직의사가 시체를 받아들였다" 라고 발언하였으나, 그의 출근시각은 8시로, 당시에는 실제로 보지도 못한 입장이었다.
다섯번째 증인은 당시의 검안의로서 검안보고서의 작성자고 로아탄 유일의 법의학자다. 그는 검안 보고서에 '옷을 모두 입고 있었다' 고 작성하는 등 오류를 범한 바 있다.
여섯번째 증인은 매우 중요한 인물인 부검의로서 1년의 시차를 둔 두 개의 부검보고서를 작성한 장본인이다. 그는 '어째서 지수씨가 도착한 2009년 9월 23일에 다시 부검보고서를 작성하였는가' 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였고, 주임판사가 재차 같은 질문을 하였으나 부검의는 '부검보고서는 언제든지 다시 작성될 수 있다'는 식의 비상식적 답변으로 얼버무린다.
...14일 공판은 부검의의 증언을 마지막으로 대략 저녁 6시경에 끝났고, 15일 오전 8시 이틑날의 공판이 재개되었다.
우선 검찰측 법의학자의 발표가 약 15분간 진행되었고, 그후 변호측 법의학자의 발표가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이렇게 두 전문가의 발표가 끝나고 14일에 이은 증인 출두가 계속된다.
일곱번째 증인인 치과의사는 깨진 이빨의 사진을 보고 둔기로 맞았을 수 있다고 증언했으나 사진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여덟번째부터 열번째 증인은 형사들인데 사건 당일 현장보고서를 작성했거나 2008년 12월 9일에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이다. 다만 현장보고서가 소송기록에서 누락되어 구두진술만 했다. 형광물질을 뿌려보아 발견한 피자국의 위치가 화장실 문 앞으로 한지수씨의 증언과 일치한다.
열한번째 증인은 생물 법의학자(Biology Forense)로, 옷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되었으나 누구 것인지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증언을 했고, 열두번째 증인 혈청 법의학자 (Serology Forense)는 마리스카 손톱에 피가 있었으나 마리스카 자신의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측의 유죄 논리는 마리스카의 몸에 여러 상처들이 있고(부검보고서로 입증) 팔에 있는 압박의 흔적으로 봤을 때, 타살임이 확실하며 두 명이상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장에 있었던 지수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한편 변호인측에서는 검찰이 충분하지 않은 조사와 증거들을 가지고 피의자의 유죄를 터무니없이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변호인단
허나 위 증인들의 발언을 보면 대부분 한지수씨에게 유리하거나 지수씨의 범행 여부를 증명하기에는 대단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측의 수많은 증인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지수씨의 범죄 행위에 대해 증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 사건이 살인이라는 점 자체도 증명하지 못했으며, 공판 내내 지수씨가 무죄라는 흐름을 거스르는 어떤 반전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선고는 이례적으로 공판 당일이 아닌 그 다음날(현지시간 토요일) 아침으로 미루어졌는데, 정확한 이유를 판사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네덜란드와 한국 양국이 관심을 가진 재판이라 판결문 작성에 좀더 신중을 기하기 위한 이유일 거라는 것이 재판정에 있던 하상욱 변호사의 추정이다.
이렇게 선고가 나오기까지 하룻밤을 기다리는 동안, 지수씨는 비록 무죄선고에 대한 확신이 있었음에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도 유죄선고가 나오더라도 다시 차분히 준비하자고 이야기할 정도로 최대한 기대치를 낮추고자 했단다. 이제까지 기대했다가 실망한 경험이 너무 컸고, 또 재판정 현장의 정황과 논리 전개상 무죄임을 확신한다 한들 이제껏 비상식적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을 수 밖에 없던 거다.
그렇게 초조한 하루밤이 지나고 선고 당일, 판사의 입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죄 선고가 떨어지자 그 자리의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을 거다. 이날은 지수씨가 일하던 다이빙 샾의 주인인 Gaynor 와 강사 Marco 도 참석하여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특기할 점은 그간 여러모로 지수씨를 괴롭혀온 네덜란드 영사 Floris Kluck 도 축하를 표하고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건냈다는 점이다. 관련된 모든 사람이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네덜란드 영사 Floris Kluck
지수씨는 개인적으로 선고가 나오는 순간 이를 실감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고 한다. 그녀는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은 말이나 표정으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저조차도 제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감이 교차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라며 우원에게 당시의 심정을 전해오기도 했다.
한인교회 아이들과
...이렇게 하여 사건 발생 후 2년, 지수씨가 이집트에서 체포된 지 1년여간 지나 이 사건은 대략 마무리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검찰측의 항소 절차가 남아있긴 한데, 소식통에 따르면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완곡한 의사 표현이 있었다고 하고 온두라스에서는 1심 판결이 번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여 다소 안심이 되는 부분이다.
허나 최종 판결문은 11월 5일에 나오고 이후 20일간의 항소기간이 끝나야 사건은 완전히 종결된다. 그 과정에서 또 어떻게 일이 꼬여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시한인 11월 25일이 지난다면, 그때부터 지수씨는 자유의 몸이 되고 언제든 귀국할 수 있게 된다. 살인범의 누명을 쓴 채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지난 1년간의 악몽과도 같은 경험은, 지수씨가 울나라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온전히 막을 내리게 되는 거다.
자, 그럼 이렇게 한지수씨 사건은 마무리 되고 모든 사람은 영원히 해피해지는 건가?
쾌거라는 단어도 부족한 이 성과에도 불구하고, 답은 '글쎄올시다'다.
먼저, 3년간 이경운 사건에 간여하고 이후 유사한 사건들의 수많은 제보를 받아온 우원이 볼 때 아직 재외 국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외교부는 갈길이 멀다. 해외 공관 특유의 복지부동과 원칙의 부재가 여전히 일종의 암세포처럼 그들 곳곳에 퍼져 있다. 이런 만성 질환을 고쳐나가지 않는 한 국민소득이 3만불 아니라 30만불이 된다 한들 아무 소용도 없다.
그리고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몇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어제 모 일보의 경우 지수씨를 인터뷰 한 후 '10명의 증인이 한결같이 한지수가 마리스카를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고 보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참극을 벌이기도 했다. 지수씨는 '검찰측에서 10명 이상의 증인을 세웠다' 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경우는 나쁜 의도라기 보다는 이너뷰를 한 기자의 사건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반영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어제 오후 일부 언론에 '한지수씨가 외교부와 대사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청해서 온두라스로 갔다'는 기사가 떴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한지수씨를 염려하여 한국행을 권유했다고 나오는데, 실상은 그와는 반대로 가족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온두라스 강제 압송된 것이다. 당시 지수씨가 다른 선택권이 없는 가운데, 죄가 없으니 온두라스로 가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이야기를 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자청해서 간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원이 보유하고 있는 당시의 자료도 존재한다.
현지언론과 인터뷰하는 한지수씨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지수씨 사건은 막상 온두라스에서 마무리 되고 나서도 완전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앞으로도 분명히 이어질 잘못된 언론 보도와 외교부의 면피성 발언들, 그 속에서 흐려지고 왜곡되는 책임과 진실. 이것이 G20 개최의 흥분에 휩싸여 있는 대한민국의 실상이자 현 주소이기 때문이다.
지수씨 사건과 관련되어서는 항소 등 새로운 내용이 들어오는대로 또 찾아뵙도록 하겠다.
Stay tuned.
Sent from my iPad
첫댓글 속시원한 정리기사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속 시원하게 정리가 잘된것같네요~~널리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없이(정부가만류했는데도 갔다는둥...)사실은 인지했으면 좋겠네요~~~
궁금했던 재판 절차가 상세히 적혀져 있네요! 파토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파토씨를 외교부장관으로 발령내면 적격이겠습니다.
파토씨 이렇게 억울한 사연을 가진 해외거주 교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어디에 호소하고 도움을 받을수 있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