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부러 불행하자고 사는 사람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수도사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합니까?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요? 그러면 세상 모든 부자들은 당연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아무리 봐도 부자라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꽤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나 국빈소득이 최고인 나라 국민들이라고 해서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요즘 독신 가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곧 전체가구의 1/3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나이 들어 홀로된 노인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젊은 층에서도 늘어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어쩐 일이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없어서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있어도 안합니다. 불편한 일 없고 오히려 편하답니다. 아내의 잔소리, 남편의 간섭이 없어서 좋기는 할 것입니다. 더구나 경제적 자립능력이 있으니 먹고살 걱정도 없습니다. 나아가 먹여 살릴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예, 아주 편합니다. 눈치 볼 가족이 없으니 ‘내 천하’일 수 있습니다. 내 좋은 취미생활 맘껏 누릴 수도 있습니다.
인기 짱 천만 배우라는 ‘박강’이 성탄절 전야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다른 계획이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인기는 있을지 몰라도 그 자리를 떠나면 세상에 남겨진 ‘홀로’입니다. 그나마 단짝이라 할 수 있는 매니저와 거나하게 술 한 잔 하였지만 가정을 가진 매니저는 일찍 돌아갑니다. 따로 갈 곳도 없으니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탑니다. 대단한 배우라는 사실을 아는 택시기사가 말을 걸어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묻습니다. ‘행복하십니까?’ 행복? 인기 좋고 돈 많고 가진 것 많아서 행복한가? 이럴 때 오래 전 헤어진 옛 연인이 생각납니다. 출세하려고, 인기가도를 달려보려고 헤어졌습니다. 일단 세상에서 출세해보자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 때는.
‘선택을 바꿀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렇게 박강은 뜻하지 않은 성탄절 선물을 받습니다. 잠깐 조는가 싶었는데 깨어보니 두 남매와 아내가 있는 집입니다. 아빠가 깼다고 아이들이 덜려듭니다. 이게 무슨 일? 내가 왜 여기? 여기가 어디지? 아직도 술이 덜 깼어? 여기가 자기 집이지 어디긴 어디야? 아내의 일침이 날아듭니다. 아니, 내가 언제 결혼을 했어? 이게 도대체 어쩐 일이야? 뭔가 착각이 생긴 모양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입니다. 도망치듯 집을 나와 본래 자기 집으로 달려갑니다. 경비실에서 쫓아내느라 야단입니다. 어찌어찌 집 앞까지 와서 번호를 누릅니다. 웬 남자가 나와서는 누구 찾느냐고 묻습니다. 이게 내 집인데 무슨?
함께 연극배우 생활을 했던 단짝 친구 ‘조윤’이 매니저였는데 지금 그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조윤이 천만 관객 인기배우가 되어 있고 자신은 쪼들리는 연극배우일 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그의 도움을 받아 그의 매니저로 일하게 됩니다. 마냥 놀고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아내가 쉼 없이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음을 알고는 그냥 미친 척 버티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끔 조윤 덕에 빈자리 생기면 대타로 정식 배우 자리를 메우기도 합니다. 아이들과도 정이 붙고 생계를 함께 걱정하기도 하며 현실 삶에 최선을 다해 적응해갑니다. 그 열심 덕에 영화감독의 눈에도 듭니다. 다시금 인기도 생깁니다. 낯설었던 아내와의 사이도 진짜 부부로 발전합니다.
이전의 인기도 삶도 잊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금이 행복합니다. 잔소리는 하지만 성실하고 따뜻한 아내와 귀염둥이 자식들, 아직은 전셋집이지만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하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그냥 여기가 좋습니다. 그래, 세상에서 이름 날리고 많이 벌고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냐? 혼자 멋대로 구르며 살던 그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싶습니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내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아이들 말썽 없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으니 뭐가 부족합니까? 그냥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렇게 또 성탄절을 맞습니다. 이제는 함께 할 가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 마치고 집으로 향합니다. 택시를 탑니다. 그런데 그 택시네요.
어땠습니까? 행복하십니까?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니, 안 돼요. 그냥 놔두세요. 그러나 삶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곳에 있든 행복은 나 스스로 만들며 사는 것입니다. 오, 안 돼!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혼자 살던 호화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매니저 조윤이 깨우러 왔습니다. 전해주는 소식이 있습니다. 옛 애인 ‘수현’이 국내 들어와 전시회를 연다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달려갑니다. 설마 일부러 나를 보러 온 거야? 뻔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재밌고 따뜻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보았던 ‘미스 와이프’의 남성 버전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스위치’(SWITCH)를 보았습니다. 알아도 재밌는 것은 배우들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