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고향(황해윤)님의 교우 단상: 생일 아침을 맞으며...◈
빕○, 애슐○, 롯○리아, 아웃○스테이크 하우스, 등 등...
무슨 말인지? 요즘 아이들이 생파(생일파티)를 하는 외식업소들이다.
요즘은 엄마 아빠가 생일을 맞는 자녀들에게 친구들과 알아서 생파를 하라고 돈을 주면, 이런 장소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먹고 논다. 2차는 pc방이나, 노래방이다.
연로한 부모가 생일을 맞아 가장 선호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아실 것이다. 두둑한 용돈이다. 그런데, 이런 풍속이 난 낯설기만 하다. 물론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바쁘게 살아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주는 세상변화다. 연로한 부모는 바쁜 자식들의 방문이 부담스럽고 미안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현금이 좋다고 하겠지만 내심 그럴까 싶다.
아이들도 눈치가 빤해 차라리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속 편해서일까? 내가 연식(?)이 되어가면서 진부(眞否)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현상이 싫다. 그래서 생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예전에는 생일이면 사람들을 불러 생일상을 걸게 차려 그 날 하루를 신명나게 즐겼다.
없는 살림에도 떡을 쪄서 온 동네에 돌리고, 고기를 삶고, 잡채에 전을 지지고 온갖 나물반찬을 해서 나누었다. 쌀밥과 소고기로 끓인 미역국을 먹는 일 년 중에 몇 날 안 되는 그런 날, 본인은 물론이고 모두가 흥겨운 날이었다.
우리의 민속전통에서 생일 풍속은 사는 곳과 생활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크게 치성을 드리는 행사와 음식잔치를 베풀어 생일을 맞이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준 삼신(三神, 産神)에 감사하고, 아울러 제액(除厄), 장수, 초복(招福)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61세가 되는 날을 '회갑(환갑)'이라 하는데 간지(干支)가 60년 만에 한 바퀴 돌아 온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예전에는 이 날에 자손들이 헌수(獻壽)하며 큰 잔치를 베풀어 어른의 장수만복을 축복하였다.
생일, 사람이 태어난 날 또는 해마다의 그날. 생일이 되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과 일생 동안의 건강, 무사, 장수, 영화를 축원하며, 또한 축복을 받는 기념적인 행사가 크든 작든 따른다.
생일은 그야말로 잔치다.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흥겨운 관계의 한마당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런 흥겨운 한마당이 사라지고 없다. 부모 된 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들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재밌게 놀다오라고 등 떠밀고, 자녀 된 이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돈 몇 푼을 휴대폰 몇 번 눌러 보내고 생신을 대신한다. 사회적 현상으로만 미루기에는 여전히 찝찝하다.난 생일이 좋았다. 그 날은 쏠쏠하게 주머니가 채워지고, 아침부터 후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날, 내 세상인 것 같아 좋았다. 비록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탓에 축하 메시지 딸랑(?) 한 장이지만, 그 메시지를 보며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성장하는 것을 가늠할 수 있어 그것 또한 즐거움이다. 이렇듯이 생일은 변화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의 큰 즐거움 중에 한 날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생일이 의미 없이 지나는 보통날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아 자못 아쉽다. 들꽃공동체의 생일 아침이 밝았다. 14살, 들꽃이 되었다. 난 축하 받고 축하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기 때문에 한 줄을 보탤 뿐이다. 아름다운 시로, 의미 있는 축하글로 오늘을 의미 있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지만 재주가 미천하여 그러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한다.
왜냐하면 내겐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들꽃이 어느덧 인생으로 말하면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다. 지금까지 무던히도 홀로서기위해 애써 왔는데, 이제 본 게임을 준비하고 치러야할 나이가 된 듯하다. 들꽃의 존재의미에 대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제는 결단과 행동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제 활시위는 어디라도 튀어나갈 만큼 당겨져 있다. 나아갈 방향과 과녁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언제라도 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난 성경의 구절을 대입시켜 확신하듯 말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닌 듯하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애써 나서는 들꽃 사람들의 숨은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가고자하는 곳, 그 곳은 지금까지 덤덤히 걸어온 들꽃 사람들의 길.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옳다고 생각하며 걸어온 길, 누군가 잡아도 뿌리치며 타협하지 않고 걸어온 길,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휘갑을 쳐도 모른 체 무던히 걸어온 그 길. 그 길은 진리와 의리와 상생의 길, 주님의 길, 나그네의 길이다. 누군가 함께 하겠다면 십년지기인양 어깨에 팔을 두르고 함께 갈 수 있는 길. 우리 들꽃은 그 길을 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쭈욱...
오늘은 즐기자(?). 그동안의 수고와 애씀을 자축하자. 누군가 들꽃의 생일을 축하해주면 감사함으로 받자. 받을 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행장을 꾸려 나그네의 길을 가자! 멈추지 말고 가자!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어깨동무하고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