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골손님 그리고 의리
오미자를 매년 주문 하시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ㆍ
'서충주 신도시로 이사를 갔는데, 혹시 배달이 가능 하냐?'고ㆍ
의리를 중요시 하는 내가 거절하기는 힘들었다ㆍ
'단골인데, 당연히 드려야지요' 대신 천천히 틈나는대로 가져다 주기로 했다ㆍ
올해는 폭염 탓에 자연으로 짓는 우리의 농사법으로는 오미자 수확량은 최저였다ㆍ
카페를 운영하시며 생과를 원하는 논산, 서천을 보내고, 이웃에서 사시는 분들도 다 드리지 못했다ㆍ
흙과 신나게 놀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ㆍ
오래전에 고추값이 폭등 했을 때,
건고추 20여근을 사고 싶다고 큰언니가 연락이 왔다ㆍ
단골로 주문 받은 사람들 외에 여분이 없었다ㆍ
당연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ㆍ
평소 큰언니는 동생이 농사를 지어도
공짜로는 받아도 한 번도 제돈 내고 구입하는 일은 한 없었다ㆍ
혈육은 가끔 너무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아 이성적으로 대하기가 힘들다ㆍ
당시에 김장고추를 구하느라 애를 썼다는 큰언니는 많이 서운해했다ㆍ
아무리 혈족이라도 이미 약속된 분들과의 파기는 있을 수 없는 일,
이후 고춧값은 나날이 폭등했다ㆍ
그럼에도 애초의 가격만 받았더니, 세종에 사시는 분은 시세대로 돈을
이체 시켜서 깜짝 놀라 야콘을 한박스 보내드렸다ㆍ
오늘 좀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간 단골에게 가면서 선산에서 주운 밤과 고구마를 챙겨 갔다ㆍ
먼거리까지 오셨다고 미안해 하며 반색을 한다ㆍ
서로를 오랜 세월 지켜 본 사이라선지
살붙이 같은 느낌이 있다ㆍ
타인이 혈족 보다 편하고 편할 때가 많다ㆍ
무조건이 아닌 서로에게 예의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 사이에는 미적거리가 필요하다
단골 손님은 오미자 엑기스를 담아 예쁜병에 담아서 주변에 선물도 하고,
한여름에 얼음 잔뜩 넣어 마시는 기분은 최고라고 엄지척을 한다ㆍ
높아진 하늘
잔잔하게 흐르는 탄금호
소박하지만 담백한 점심 식사
행복한 가을 날이었다ㆍ
일년에 딱 한 번,
농산물로 만나는 분인데도
정을 나누니, 마음이 웃는다ㆍ
2024.9.28. 토토일에
첫댓글 그녀는 꼭 오미자 두 통을 구입한다.
자기네도 먹고 주변의 좋은 분들에게 선물한다며
환하게 웃는다.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