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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대(solidarity)는 같이 생활하는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 상호간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갈수록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심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연대 의식은 매우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본래부터 그러한 속성을 지닌 존재라는 의미에서 ‘연대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솔리다리우스’라는 개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연대하는 인간’이라는 특징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속성이라기보다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추구해야할 가치라는 점이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연대하는 인간’이라는 정의를 내리기 위해 동서양의 인간 본성론으로부터 인간의 속성을 규정하는 다양한 용어들과 그 의미를 짚어나가고 있다. 즉 ‘연대하는 인간’에 대한 선구적 논의로서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한 다양한 개념들을 소개하면서 정리를 시도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서구 사회의 변화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지향해야할 ‘연대하는 인간(호모 솔리다리우스)’의 성격을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연대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가치의식’을 조사한 자료들을 위주로, 그 조사에 참여한 국가들의 비교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저자는 연대라는 가치가 요구되는 작금의 상황들에 대한 전제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세계 각국의 정치적 상황을 발생하는 ‘난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고,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신자유주의 경제 세계화’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서의 연대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과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지구 생태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건이며,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근본주의 종교의 정치화와 종교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효한 가치라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여전히 탈피되지 못한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연대라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된 ‘세계가치조사’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가치의식을 비교하기 위한 척도로 이 자료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긍정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매 조사마다 약 1,200여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사 집단(모집단)의 수효가 과연 얼마나 해당 국가의 가치의식을 설명하는데 유용할 것인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동일한 설문지를 통해서, 보다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사람들을 참여시켜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조사의 신뢰성과 계층 혹은 지역 간의 가치 의식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연대의 가치를 고양하기 위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억압받는 자의 교육학>의 저자인 프레이리의 이론, 그리고 창의적 교육 모델로 잘 알려진 핀란드 교육의 장점을 들어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교육 모델들은 주류적인 흐름에서 비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갈등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듯이, 여전히 성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스카이 캐슬’의 교육 방식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교육 제도의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저자의 이러한 진단은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적어도 나에겐 저자의 진단과 대안 제시가 선뜻 와 닿지 않았던 이유이다.
비록 부분적으로 저자의 조사 방법과 그 해석에 대해서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그 전제라 할 수 있는 ‘연대하는 인간’을 추구해야한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점점 경제 만능주의가 삶의 목표로 설정되고, 파편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연대의 가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왜, 어떻게 연대하며 살아가는 지에 대한 깊은 사색’을 펼친 저자의 결과물이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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