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말라가 되기 위한 노력, 10대 '프로아나의 문화화'
먹토 먹뱉 마약류 나비약까지... 극단적으로 마른 몸 원하는 여성 청소년들
자신을 ‘프로아나’로 규정하고 있는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마른 몸을 위해 ‘먹토’, ‘무쫄’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살을 빼기 위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21년 신경성 식욕부진증(섭식장애)으로 내원한 환자는 총 2,201명이며, 그중 여성 환자가 1,648명으로 약 75%에 해당한다. 또한, 여성 환자 중 10대 청소년은 400명으로 약 24%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하다'라는 뜻의 'pro-'와 거식증이라는 뜻의 'anorexia'가 합쳐진 합성어 '프로아노렉시아(pro-anorexia)'의 준말로 거식증에 찬성하며, 섭식장애의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들은 극도로 마른 몸, 일명 ‘뼈말라’를 미적 대상으로 삼고 동경하며, 살을 빼기 위해 일상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공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집단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프로아나’가 10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프로아나(이하 프아)가 ‘섭식장애를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집단’이었다면, 지금은 프아가 되는 것이 마른 몸을 갖기 위한 일종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밝은마음심리치료센터 이배훈 소장은 ‘10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프로아나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프로아나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거식증을 병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기보다, 하나의 긍정적인 삶의 양식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프아들은 주로 SNS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프아 꿀팁’등에 대한 문화를 공유하고 이를 글로 작성해 소액의 돈을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먹토 잘하는 법’, ‘무쫄 후기’, ‘먹임 피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먹고 토하기 일명 ‘먹토’는 단식 중 식욕을 참지 못 한 사람들이 일단 음식을 먹은 뒤 다시 토해내는 것을 통해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먹토를 더 잘할 수 있는지, 부모님께 들키지 않고 먹토하는 방법, 먹토하기 좋은 음식 등에 대한 자기 경험과 팁을 함께 나누고 공감한다. ‘무쫄’은 ‘무식하게 쫄쫄 굶기’의 준말로, 말 그대로 물이나 곤약 젤리 등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일정 기간 먹지 않는 것이다. ‘먹임 피하기’는 설날•추석과 같은 연휴, 혹은 지인과 만남의 자리에서 상대로부터 음식을 권유당하는 것으로부터 피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 사진1 : ‘무쫄’에 관한 팁을 돈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출처 : SNS 캡처) / ▲ 사진2 : ‘먹토’ 이후의 관리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 : SNS 캡처) / ▲ 사진3 : ‘먹임피하기’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 : SNS 캡처)
또한, 이들은 살을 빼기 위해 보조제로써 몇 가지 약을 먹기도 한다. 주로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디에타민, 잔트렉스, 각종 변비약 등이 그것이다. 특히 나비약의 경우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로 16세 이상만 처방을 통해서 복용이 가능한 약이다. 그 때문에 약을 처방받지 못했거나,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대리구매를 통해 약을 구하는 모습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식욕억제제(디에타민 등)’를 대상으로 ‘마약류 판매, 양도, 알선 등 모든 게시글 위반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총 147건이 적발됐으며 이 중, 반복해서 위반한 판매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공유하는 변비약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일반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이 소장은 ‘먹토는 소화기관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나비약은 펜터민 성분의 마약류 독성 물질로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상이나 심각한 정서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잔트렉스의 경우 손발이 떨리거나 저림, 가슴 압박, 불면, 우울, 소화불량 등 신체적 정서적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현대사회의 외모에 대한 강박, 미디어에 노출되는 이미지 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는 이런 유행을 선도하는 데에 영향을 끼친다. 누다심센터 섭식장애 전문 김윤아 상담가는 ‘프로아나가 문화화되고 있는 현상은 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크다. 여성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굉장히 마른 몸을 갖고 있고 그런 모습이 마치 ‘성공한 삶’, ‘시대의 아이콘’으로 포장된 모습들을 당연하듯 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른 몸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고 그런 것들이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지고, 프로아나를 접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아나 문화’가 번지는 것은 비단 이들만의 문제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사회문화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와 미디어가 노출하고 지향하는 이미지로부터 ‘프로아나의 문화화’의 가속도가 붙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