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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에 쓴 글입니다.
요즈음
한국은 시험지옥이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듣읍니다.
그러나 재수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 남편의 경우는 실제 학교가 주관 하는 입학 시험은 꼭 한번,
고등학교 입학 시험밖에 친 일이 없답니다.
국민학교(당시의 칭호)졸업시에는 부산에서 무시험제를 꼭 한번 시도를 한 일이 있어서,
시험치지 않고 집 근처의 중학교에 입학했었답니다.
아버지가 뻐스타고 중학교 다니지 말고, 가까운 데 있는 학교를 걸어 다니라고 하셔서
아주 기뻤 답니다. 뻐스 타는 것도 두렵고...
우리 남편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우리 남편을 꽤 이뻐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니 국민학교 성적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보자" 그러시면서 입학서류를 뒤지시더니,
"공부 잘했네. 학급에서 7등 했네" 그러시더라네요.
남편이 "아닌데요, 저 3등 했습니다. 제가 졸업때 우등상 받았는데,
7등이 어떻게 우등상을 받습니까?"
선생님이 난처해 하시면서 "그래 그래 어쨌던 니 공부 잘했다"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웃으시면서,
"네가 3등도 7등도 아니고, 학급에서 제일 성적이 좋았는데,
너는 집 근처의 중학교를 가기를 원하고 다른학생들은 경상남도에서 제일 좋은
일류중학인 부산중학을 가기를 원해서, 선생님이 부산중학교 가려는 학생들의 석차를 앞으로 당겨서,
그 학생들 성적을 좋은 것으로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라고 말씀하셔서 한순간 분한 생각이 났었는데,
더욱 큰 골치꺼리는 동네 어른들이 "니는 우짜다가 3류 중학을 들어 갔노?"
그러는 것이었답니다. 남편은 그때 처음으로 중학교에 일류, 이류, 삼류가 있는줄 알게 되었는데.
일류가 좋은 건지, 삼류가 좋은건지 몰랐지만,
말하는 억양으로봐서,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3류는 실제 3류보다 더 나쁜 것 같았답니다.
시댁은 이북에서 서울로,
또 육이오때 부산으로 피난 갔다가 거제로 이사가고 또다시 부산으로 옮기는 동안,
좋은 학교 나쁜 학교의 개념보다, 그저 어떤학교는 집에서 가깝고
또 다른 학교들은 뻐스 타고 다녀야하는 먼 곳에 있는 학교로만
생각을 하셨을 것으로 생각 했답니다.
남편은 요즈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부모님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답니다.
자기가 일류 학교에 입학 하지 않기로 함으로서,
여러 학부형들이 남편의 석차로 자기 자식들을 일류에 입학시키기 위하여
금전깨나 쓰지 않았나 싶고. 그때 금력 재력이 없는 우리 남편은 일류 학교를 원했을 경우,
입학사정서에 10등 정도로 기록이 됐을 것이고 ....
이런 생각까지 미치면, 부모님이 현명했다고 생각이 든답니다.
남편은 지금 생각 해보면 3류 중학 생활이 그렇게 좋았답니다.
일류학교를 가지 않으므로 잃은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좌우간 남편은 중학교 시험도 치지 못하고 입학했읍니다.
부산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들어갔지만요.
고등학교 3학년때는 교육이 뭔지도 모르는 국군 아저씨들이,
예비고사라는 것을 만들고는 각 대학별 입학시험은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하니.....
겁에 질린 대학교 교수님들이 입학시험없이 학생을 받았으니..
우리남편은 간신히 고등학교 입학시험만 치러 보았지요.
그래도 지금 대학 졸업한 사람들 보다 특히 모자라 보이지 않네요.
꼭 손가락이 안으로 굽어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미국에서 우리남편은 전력공학을 하겠다고, 전력공학과 주임교수를 만났는데.
교수님이,"너 네거티브 피드백이 대해서 아느냐?" 그러셔서,
"어려서, 전축 만들때 많이 써보았읍니다" 그리고는 설명 좀 했더니,
"그러면 됐다. 와서 공부해라." 그러셨답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해서 박사학위를 했지요.
남편이 응용수학에서 석사학위 할때 내가 남편 다니는 대학원 같은과에 입학원서를 냈는데,
주임교수가 우리 남편 한테 "너의 집 주소로 누군가 입학원서를 냈는데, 누구냐?"
그래서,"제 처입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됐다" 그러시더랍니다.
그렇게 간단히 나도 입학이 돼서 남편과 같은 과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었습니다.
이렇게 우습게 공부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입학사정이 간단하나, 복잡 하나 별 차이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노레-저는 학교 하나만은 다 삼류를 다녔습니다.뭐 태어나서 집앞 있는 학교에 다니고, 중고교는 아버지가 교장으로 계시는 학교에서 서울의 어느 학교가 좋은지 일류, 이류, 삼류 따지는 것을 모르고 덤벙대다가 역시 삼류대학 가서놀다가 이리 저리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삼류대학에 컴플렉스 같은 것도 없고.....똥뱃장 하나 가지고 지금처럼 잘 삽니다
Helen of Troy: 청이님 이야기를 읽으면서우리의 삶은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하고 계획한 일대로 보다는series of coincidences의 더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저도 음악을 전공하다가,우연한 기회에 공학을 전공하다가IT업계 아주 초창기부터 몸을 담고 일을 하는 바람에한국까지 흘러 들어가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결혼까지 한 걸 봐도 그렇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참, 저는 한국학력이 국졸이다보니아직 한번도 입시 시험을 쳐 본 적이 전혀 없네요.
앤드류엄마: 출발하는 버스 뛰어가서 겨우 탔는데, 버스지나가는 다리가 무너저 운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고, 차가 고장나 지각했다 뉴욕 쌍둥이빌딩 참사를 면한사람도 있으니 일희일비가 아니라 인생은 길게봐댜 하고기본 머리가 있고 의지가 있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결국 뜻을 이루게 되는것 같습니다.
newawl: ㅎㅎㅎ 저는 항상 시험이 제 앞에서 바로 뚝하고 추첨으로 그러니 시행된 첫해엔 좋은 학교에 됐다고 좋아하고 나쁜 똥통학교 됐다고 슬퍼하고 그랬더랬지요.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데요.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입시제도 사라져서 중학교도 추첨으로 고등학교도 추첨으로 이래왔네요
새앙골: 대구 출신의 국회의원 유성한님께서 우리의 국시가 통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실 때까지, 그리고 더 우스운 것은 혁명 공약을 왜 학생들에게 외우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성취되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란 말입니다. 결국 본연의 자세로 돌아 가시지도 않으실 것이면서요.
새앙골: 청이님 글을 읽으면서 같은 시기에 같은 경험을 한 일들이 떠 오릅니다.중학교 3학년 때 4.19혁명이 일어났지요.하교시에 두사람까지는 봐(?)주었지만, 세명만 되면 사복 경찰들이 골목 어귀에서 떼어 놓고는 했었지요.고 1때 5.16이일어났고, 그때부터 혁명공약이란 걸 외웠는데,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지금부터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태세를재정비 강화한다.그래서 무식한 제가 우리의 국시는 반공인 줄 알았었지요.
가스페: 어느시대건 입시제도는 달랐지만,결국은 노력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성공을 하지요.사실, 제도때문에 피해가 있었던 분도 계시겠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신 분들이 무엇이든 이루어내시잖아요.꼭 노력한만큼 인거 같아요.
sugarpie: 우리는 입학시험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니...억울했다고 하는 부류에 속합니다남편은 국민학교 6학년 나는 5학년때 서울의 중등입시 폐지가 되고남편은 옆의 도시로 시험쳐서 중학교를 갔는데 그시절이 너무 좋아서남의고교 동창회를 1.5 동창자격으로 기웃거린 답니다그리고 고교입시는 제가 마지막 시험 본 학년입니다대입은 예비고사 그리고 본고사 다 치루었던 사람이고그나마 논술고사로 보는 학교들때문에 고3땐 과외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참 불리했던 입시제도를 거쳤습니다아마도 권력자의 아들 딸들과 한세대를 함께 살다보니 흔들렸던입시제도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보았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이만큼 살다보니 무시험제로 입학했던 고교 후배들의 가슴엔더 큰 응어리들이 있더랍니다 시험제를 계속 유지했어야 했었단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험에 실패해 보는 것도 인생의 큰경험같기도 합니다
미녀골퍼: 그것도 어느정도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것이지요.실력이 안 되는 사람을 시험없이 올려줄 수는 없지요.고박사님은...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이만큼 성공하신 분이시라, 매우 존경스럽습니다.고박사님한테도 공부가 어려우신가요?? 제 생각에는 \"공부가 제일 쉬워요\"라고 하실듯해요.ㅋㅋ
가범귀소지맘: 어머나 참으로 신기합니다. 저랑 세대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듯 왜냐구요 ㅎㅎ]똑같이 무시험으로 진학 했잖아요. ..그런데 집옆에 있는 중학교 이름이 더 궁금해요 시험치지 않고 진학한 3류학교그런 3류학교에 명석한 학생이있었군요 웃기고 재미나고...청이님, 고박사님께서 인보증을 잘 서 주셨군요 주소가 같다는 이유로 아내니 또한 보증수표가 아니겠느냐 그렇게 통과하고. 그런데 응용수학이라니 말만 들어도저는 골이 지끈지끈거려요.수학 정말 겁나는 과목이었는데 수학 잘 하는 사람들 머리가 좋다지요. 어떻게 수학을 잘 할 수가 있지???
첫댓글 앗 저도 댓글을 달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