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19대 박연이
벗-.
풀벌레 소리가 다정하기만 했던 밤도. 아침 까치의 상쾌한 지저귐에도
너를 생각하며 들릴듯한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안녕.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오늘은 상자 속에 넣어 두었던 먼지 낀 편지들을 꺼내 보았다.
국민학교 담임 선생님께 받은 편지며 친구들의 고운 사연들이 새롭게 가슴
에 밀려오더구나. 이미 퇴색해버린 편지지며 그 당시 와는 다르게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
나도 이제서야 이런 즐거움을 느껴보지만 너도 나 처럼 색다른 기쁨을 찾아
보렴.
무소식이 희소식이랬던가? 우정은 무색이라 영원희 변하지 않는다던 네
말처럼 오늘은 너와 함께 투명한 우정을 나누고 싶구나.
두툼하게 따로 정리해둔 편지 뭉치를 보고 새삼 나에게서 너 라는 친구의
큰 존재를 발견햇지. 너무나 엉뚱하기만 했던 나 에게 많은 편지. 고마웠다.
철 없이 촐랑되던 중학교 시절도, 책에 쌓여 온통 몸부림 치던 고교시절도 지
나 갔다. 돌이킬 수 없는 날을 지금도 후회해 보고 추억거리도 찾아보지만
너무도 짧았던 것 같다.
하지만 슬퍼하진 않을거야. 넌 나에게 소중한 의미를 가르쳐 주었고 그 깨
알같은 사연은 나에게 희망이었으니까.
가끔 아주 우연하게 친구들을 만나면 잃어버렸던 소중한 걸 찾은것 처럼.
마냥 즐겁단다.
우리도 언젠가 우연히 서로 만나는 날이 있겠지?
유난히 밤 하늘에 별이 많다.
오늘 밤엔 너와 만나 행복한 웃음을 짓는 꿈을 꾸고 싶다.
잘자라. 안녕.
1990. 8. 25 명술에게 민이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