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11일,
경북 포항의 한 여자중학교 앞 벌판에는
총알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학생 신분으로 전쟁에 참전한
학도병들이 적군에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한 학생들을
학도의용군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17살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한 학도병의 옷 속에서 핏자국으로
얼룩진 편지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우근 학도병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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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가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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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우근 학도병의 부치지 못한
편지 내용 중 일부분이지만,
전쟁의 참혹함과
연필 대신 총을 들어야만 했던
처참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 편지를 토대로 훗날 그의 이야기는
영화 '포화 속으로(2010년)'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듯한
자유와 평화의 이면에는
6.25 전쟁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한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행복해진 순간마다 잊는다.
누군가가 우리들을 위해 피를 흘렸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