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2회 윤동주 서시 문학상 해외작가상 추천 우수작
로또 ~박만엽
어둠이 대지(大地)를 덮는다고
그림자가 주눅이 드는 것은 아니다
브로드 에비뉴의 한인교회를 돌아서면
델리 가게에서 비집고 나오는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구수한 냄새
대낮같이 밝은 조명 아래 한 점원이
로또 용지를 갈아 끼우며 연신 대패로
나뭇결 깎듯이 희망을 토해 낸다
그 가게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민자나
불법체류자에겐 구원의 빛과 같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람이
로또 한 장을 사서 두 주먹으로 움켜쥔다
검은빛을 띤 사람은 가게 문을 나서자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로또를 흔들면서
잠바 윗주머니에 반을 접어 깊숙이 넣는다
누런 구릿빛을 띤 사람은 같은 낯빛을 띤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쑥스러운 듯
커피가 담긴 컵에 로또 종이를 감싼다
그들의 하늘은 예수님도 부처님도 알라신도 아닌
오직 돈이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도 따라 움직인다
빛 뒤에 숨어지내다가 언젠가는 빛을 찌르고
보란 듯이 튀어나와 하늘에 집을 짓고 살리라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괴한이 피 묻은 돈뭉치를 들고 무단 횡단을 한다
자동차의 날카로운 경적과 함께 도로변에
사람들이 제각기 등에 그림자를 업고 모여든다
*로또: 복권 Lotto *브로드 에비뉴: 길 이름 Broad Avenue
*델리 가게: 간편한 음식 및 식료품 등을 파는 가게 Daily Grocery Store
(APR/30/2018)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도 따라 움직인다 빛 뒤에 숨어지내다가 언젠가는 빛을 찌르고 보란 듯이 튀어나와 하늘에 집을 짓고 살리라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괴한이 피 묻은 돈뭉치를 들고 무단 횡단을 한다 자동차의 날카로운 경적과 함께 도로변에 사람들이 제각기 등에 그림자를 엎고 모여든다
첫댓글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도 따라 움직인다
시인님 추카 드려요^^ 시인님
빛 뒤에 숨어지내다가 언젠가는 빛을 찌르고
보란 듯이 튀어나와 하늘에 집을 짓고 살리라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괴한이 피 묻은 돈뭉치를 들고 무단 횡단을 한다
자동차의 날카로운 경적과 함께 도로변에
사람들이 제각기 등에 그림자를 엎고 모여든다
제가 보기엔 수상작보다 더 좋아용
자주 오시구 건필하시어요
어둠이 대지(大地)를 덮는다고
드려욤
그림자가 주눅이 드는 것은 아니다
울시인님 최고야
시인님
독자에게 죄송한 말씀 전합니다.
2022년 2월 20일 부로 오타를 바로 잡습니다.
명종숙 낭송가님이 발견하고 알려주셔서
이제야 수정합니다.
사람들이 제각기 등에 그림자를 엎고(X) 모여든다
사람들이 제각기 등에 그림자를 업고(O) 모여든다
업다
① 물건이나 사람을 등에 지고 잡거나 동여매 붙어 있게 하다.
② 남을 이용하려고 끌고 들어가다.
③ 윷놀이에서 두 말을 한데 어우르다.
엎다
① 밑바닥이 위로 가게 놓다.
② 없애거나 치워 버리다.
③ 넘어뜨리다.
독자에게 죄송한 말씀 전합니다.
2022년 3월 24일 부로 오타를 바로 잡습니다.
권숙희 낭송가님이 발견하고 알려주셔서
이제야 수정합니다.
나뭇결 깍듯이 희망을 토해 낸다 (X)
===>
나뭇결 깎듯이 희망을 토해 낸다 (O)
(1) 깍다 = 사전에 없는 표현으로 비표준어입니다.
(2) 깎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깎다'는 '칼 따위로 물건의 거죽이나 표면을 얇게 벗겨 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