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월요일 걷기 23일차
여기 알배르게는 6시가 되어야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다들 그전에 이미 출발준비를 마친 상태다. 우리도 물론이고. 숙소에서나 길 가다가 자주 보는 분 중의 한 분인 이 분도 5시 조금 지났는데 준피를 마치고 대기 중이다.
순례길을 여러번 왔다며 올 때 마다 순례길 자체의 오랜 고유한 맛이 점점 텨색되어가는게 아쉽단다. 어차피 시대 조류에 따라가는게 아닐까요(마음 속 대답ㅋ) 그분 연세가 73세라니 대단하다는....
4~5년 후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걸을 수 있을까? 자신보다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출발 후 30분 정도면 시가지를 빠져나간다. 계속 쭉 뻗은 한 길로 걷는다. 오늘도 새벽 달이 반긴다. 어제 보다 조금 야위었다. 곧바로 동녘이 붉어진다. 달과 태양과의 놀이도 재미난다. 두어시간 남짓 걸으면 바가 나타난다. 입구에 태극기가 걸려있어 반갑다. 커피와 바나나로 간식.
한국 학생풍 아가씨...2년 휴학하고 걷고 있다고. 라떼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꼰대소리 듣기 좋지만 생각은 어쩔 수 없다. 日月 놀이에 이어 이제는 야생화와의 놀이. 길 양쪽으로 지천이다.
즐기다 보니 간소오 도착. 여기서 부터 서서히 고도가올라간다. 폰세반도 1,406m 까지 오른다. 그사이 기념품 할배, 뜨게질 아가씨와 십자가 앞에서 독서하는 분도 만난다.
목적지 바로 전 마을에서 비축한 사과와 귤로 충전하고 막바지 오르막 5.6키로 출발. 경사가 만만치 않고 자갈길이라 힘들 수 있다. 그렇지만 좌우 이름 모를 꽃들이 피로를 해소시키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정말 아름답다. 꽃들과 즐기다 보면 짠~~ 목적지 폰세바돈이 나타난다.
폰세바돈에는 알배르게가 몇개 있는데 우리는 끝에 있는 기부금제 운영 알배르게로 갔다. 여기는 2시 오픈이라 1시간 기다렸다. 가장 아쉬운 점은 와이파이가 안된다는 점. 입구에 마트가 있다 해서 재빨리 장 봐다 점저 해결. 글구 아래 마트에 내려와 와이파이 사용 중. 며칠은 이동거리가 길어 조심 중이다.
글 작성 중 일단의 외국인들(크로아티아, 네델란드, 포르투갈 등등)이 몰려와 짧은 영어로 대화하다 기념사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