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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3: 나하르데비 - 라스파 - 릴코트 - 마르톨리
Nahardevi (2736m) - Laspa (3408m) - Rilkot (3144m) - Martoli (3375)
긴 운행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코인티슈로 간단하게 얼굴을 닦고 선크림을 바른다. 선크림은 요즘 스틱형이 대세다. 나도 이번에 가져왔는데 편리했다. 멀티비타민 1알, 비타민 C(1000mg) 1알, 식염포도당 5알을 먹는다. 예전에는 식염포도당만 가져왔는데 나이가 들면니 미네랄 보충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최근 먹고 있다.
다이아목스는 몇 년 전 네팔에서 구입하여 그동안 쓰다가 이번에 남은 세 알 다 썼다. 문시야리가 2000미터 넘는 곳이라 델리 공항에서 한 알 먹고 어제 마지막 한 알을 먹었다. 문시야리에서 하루 휴식일을 가졌고 이틀 운행고도가 3000m를 넘지 않아 고산병은 느끼지 못했다.
다른 분들도 모두 문제가 없는 듯하다. 라다크 트레킹을 마치고 온 분들이야 이미 적응을 마친 상태니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오늘부터 3000m를 넘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산에 오면 적응하기까지 가벼운 두통은 늘 따르기 마련이다. 몸과 머리를 항상 따뜻하게 한다(찬물 세수, 샤워 금지). 운행을 천천히 한다. 물을 자주 마셔 산소부족으로 끈적해진 혈액의 농도를 낮춘다.
오늘은 20km가 넘는 제법 긴 여정이다. 고도는 640m 정도 올려 3375m인 마르톨리까지 간다. 이틀 동안 다리근육이 적응을 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부터는 툭 터진 풍경을 바라보고 가니 진짜 히말라야 온 느낌이 난다. 히말라야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툭 터진 풍광과 눈부신 설산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은 배낭 뒤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한 태양광 패널을 달고 가기로 했다. 전기가 없어 충전할 수 없는 이런 오지에서 필수품이다. 물론 보조배터리를 충분히 가져오면 되지만 일정이 길다면 태양광 패널이 유용하다.
출발 풍경은 항상 대부대 이동이다. 사람 26명(13+5+8), 말 24마리에 장비와 식량이 엄청나다. 나렌드라와 스태프들이 짐을 정리해 말에 싣는 것을 도운다. 대충 정리가 끝나면 나렌드라는 먼저 나와 우리를 안내한다. 매일 진행되는 아침 풍경이다.
시작은 깊은 협곡을 오르는 길이다. 길 옆에 작은 사당을 만들어 놓았다. 곧 바위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이 나왔다. 바위에는 드릴로 뚫은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이런 힘든 작업을 위해서 신의 가호를 받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멋진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폭포도 길다. 계곡 건너편에도 폭포가 자주 보인다.
틸만 팀이 내려온 길
헤롤드 윌리엄 틸만(1898-1977)은 당대 최고의 탐험가 겸 등산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폴루고빈, 히말라야 및 동남아시아의 가장 황량한 지역을 여행했으며 종종 에릭 쉽턴(E. Shipton)과 함께 다니기도 했다.
틸만은 네 명의 미국 산악인과 세 명의 영국 산악인을 이끌고 난다데비의 원정에 나섰다. 1936년 8월 29일, 빌 틸만과 노엘 오델은 남서쪽 능선을 통해 난다데비 주봉(7,816m)에 올랐다. 그것은 1951년 안나푸르나가 등반되기 이전까지 등반된 세계 최고봉이었다.
틸만은 자신의 저서 <난다데비 등정(The Ascent of Nanda Devi)>(1937년)에서 "우리가 두 달 전 라니케트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봉우리 위에 실제로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첫 번째 승리의 기쁨 뒤에는 산이 굴복했다는 슬픔, 여신의 자랑스러운 머리가 숙여졌다는 슬픔이 찾아왔다.” 라고 썼다.
우리의 트레킹 루트가 틸만 팀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여 틸만의 책을 펼쳐 보았다. 틸만와 오델은 아래 캠프 4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대원들과 함께 올라왔던 길이 되돌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반대편 롱스타프 콜을 통해 마르톨리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는 이 길을 따라 문시야리까지 내려왔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고리 강가 조하르 협곡이 당시 (당연한 일이겠지만) 엄청난 난코스였다고 그는 쓰고 있다.
마르톨리의 짧고 아름다운 풀은 곧 뒤로 멀어졌고, 우뚝 솟은 계곡의 벽이 강으로 막히면서 길은 점점 거칠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곧 우리가 빠져나갈 수 없는 거칠고 야만적인 협곡을 통과하게 되었다. 둘째 날까지 탈출하기 위해 고리('하얀') 강 협곡은 그 삭막하고 우울한 웅장함에서 리시 협곡과 맞먹으며 길이와 연속성 면에서 리시 협곡을 능가한다.
32km 동안 강 양쪽 기슭의 가파른 자연에는 거의 틈이 없으며 이 거리에서 폭포까지는 약 1200m다. 강은 너무 격렬하고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수 킬로 동안은 급류가 폭포와 같은 느낌이다.
거친 길은 수평이 아니며,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강을 건너고 다시 건너며, 지나갈 수 없는 암벽을 피하고 큰 협곡의 측면을 요란하게 흘러내리는 수많은 급류를 넘어 길을 찾는다. 어느 순간, 우리는 이미 몇 달 동안 마지막 눈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단단하고 지저분한 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눈사태 원뿔 위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지금 계절에 고도가 약 2700m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 눈의 존재는 이 깊고 좁은 틈새의 바닥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과 겨울 눈의 깊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협곡에는 마을도 없었고 실제로 어떤 종류의 거주지도 없었다. 비가 쏟아지는 오후 5시에 우리는 큰 동굴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그 안에는 이미 다섯 명의 여행자와 가축 몰이꾼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를 그들의 불 주위에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상이 차를 좀 달라고 요청하고 그들 중 한 명이 차로 사용하는 줄기 몇 개를 우리에게 줄 때 그 대가로 우리가 설탕을 주자 그는 화를 내며 거절했다.
해질 무렵에 6명의 나그네가 더 도착했다. 바닥이 사람들로 차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슬래브 위로 어려운 암벽 등반을 통해 올라가 2층을 차지했다. 우리는 이제 만실 공고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어두워진 후에 다섯 명의 남자가 더 들어와서 3층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H. W. TILMAN, <THE SEVEN MOUNTAINS-TRAVEL BOOKS>, p. 261)
틸만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산악인이자 모험가일 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조예가 깊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책은 단순한 등반 후기가 아니다. 그의 등반 후기는 당시의 인문 사회 역사 지리 등이 총 망라되어 있는 종합 보고서다. 난다데비에 관한 지금까지의 알려진 정보는 이번에 보니 모두 틸만의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었다.
오전 11시 50분 라스파(3408m) 도착. 6km 거리를 거의 4시간 걸렸다. 650m 상승으로 힘이 좀 들었다. 라스파도 공병부대의 기지가 있어 중장비가 많이 보인다. 다리 건너 점심을 먹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윈드자켓을 입었다. 윈드자켓이 좋기는 한데 결정적인 단점은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잠깐이면 괜찮지만 운행시간이 길어지면 땀이 배출되지 않아 곧 몸이 습기로 가득찬다. 그래서 바람불고 비오는 날 운행에는 고어텍스 자켓이 필요하다.
나도 고어자켓이 하나 있기는 하다. 문제는 너무 오래된 모델이라 무게와 부피가 많이 커서 트레킹을 갈 때마다 늘 넣느냐 마느냐 갈등 하다가 결국 두고 오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필요를 느껴 후회를 하곤 한다. 작년 낭가파르밧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요즘 나오는 제품은 가벼우면서도 기능이 더 좋다. 그렇다고 이왕에 있는 옷을 두고 비싼 새옷을 사기도 그렇다. 트레킹 코스에 따라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지만 앞으로는 웬만하면 꼭 지참하리라 다짐한다.
릴코트를 거쳐 마르톨리로
라스파에서 릴코트까지는 6km다. 툭 터진 풍광을 보며 넓은 찻길로 가니 성가실 일이 없다. 다만 평범한 길을 오래 걸으면 지루해서 더 피곤함을 느낀다. 고도는 다시 낮아져 라스파에서 250여 미터 내려간다. 오후 1시 35분 릴코트 도착. 다바에서 짜이를 마시며 한참 쉬었다. 넓은 계곡 바로 옆이라 강바람이 거세다.
릴코트를 지나 곧 길이 갈라졌다. 아래 계곡으로 찻길이 나 있다. 마르톨리는 옛길로만 갈 수 있다. 꾸준히 오르는 길이다. 경사가 급하지 않는 이런 길이 걷기 편하다. 오래된 돌계단길이 반겨준다. 오랜 세월동안 수 많은 사람과 말이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다. 티베트와 국경이 닫힌 지금은 그저 얼마 남지 않은 마을 주민과 순례자와 트레커들만 이용하고 있다.
오후 4시 마르톨리가 바로 보이는 입구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시야에 사라졌다. 나는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가는 편이라 항상 제일 뒤에서 따라간다. 오늘따라 더 늦어져 선두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내 앞에는 부산에서 온 노자님이 있고 나는 연배가 비슷한 부뜰님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제일 후미에서 가는 중이다.
마르톨리는 큰 마을이다. 막상 가까이 가니 돌집이 빽빽하다. 지금은 대부분 버려진 집이다. 그냥 마을 골목길 따라 계속 가다보니 완전 미로에 갖힌 느낌이다. 급기야 동네를 벗어나는 급하강길까지 보인다. 먼저 간 사람들을 소리쳐 불어보았지만 거센 바람에 묻혀버린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래봤자 마르톨리. 히말라야 산 중에 있는 한 외딴 마을일 뿐이다. 각자 알아서 찿아 간다. 정 안돼면 왔던 길을 돌아가면 된다. 나는 이리저리 월담을 해서 헤멘 결과 마침내 야영지를 찿았다. 먼저 온 분들은 텐트 설치하느라 바쁘다. 얼마 후 부뜰님과 노자님도 찿아왔다.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짐을 풀었다.
오늘은 20km 이상 거리를 8시간 이상 운행했다. 긴 운행이었다. 바람이 거세다. 3400 고지라 해가 떨어지니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고 서리가 내린다. 잠시 밖에 널었던 젖은 옷가지를 철수했다.
저녁에 나렌드라가 거작가님에게 제안을 했다고 한다. 우리 팀이 아주 잘 걸으니 밀람에서 일정을 하루 단축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거작가님이 대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모두들 찬성. 하루 일정을 줄이면 문시야리에서 하루 푹 쉴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다리도 이제 슬슬 트레킹 모드로 변하는 중이라 별 문제 없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 ♣
1936년 난다데비 초등에 성공한 미-영 합동대의 등반 루트 (<The Ascent of Nanda Devi>(1937년) 자료>)
난다데비 트레킹은 난다데비 산군 오른쪽에 있는 난다데비 이스트(수난다) 베이스캠프로 가는 트레킹이다. 안나푸르나 서키트로 치자면 베시사하르에서 마낭으로 간 후 좌회전하여 틸리초 베이스캠프 가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틸만 원정대가 난다데비 등정 후 롱스타프 콜(Longstaffs Col)을 통해 하산한 루트(오른쪽 붉은 실선). 마르톨리에서 문시야리까지 우리의 트레킹 루트와 같다. 물론 당시의 난이도는 지금과 비교를 불허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해당하는 난다데비 국립공원 내부 깊숙한 지성소는 1983년 환경보존을 위해 산악인과 지역 주민들에게 폐쇄되었고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원정대라도 특별허가가 필요하다.
아침 출발 준비. 깊고 깊은 협곡이다.
스태프들이 짐 싸는 중
정리된 짐을 말에게 싣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은 배낭 뒤에 태양광 패널을 달고 보조배터리를 연결했다.
오전 8시 출발
길 가 힌두 사당. 도로 건설 현장을 보니 신의 가호를 빌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큰 절벽 바위를 깨서 길을 만드는 힘든 작업이다.
바위에 난 드릴 자국을 보면 아주 어려운 작업임을 느낄 수 있다.
얼마 후 나타난 멋진 폭포 (선암님 사진)
길은 완만한 오르막 차도라 걷기 편하다.
곧 우리팀 마부들이 말을 몰고 따라왔다.
다시 나타난 절벽길. 말은 확실히 속도가 빠르다.
한가한 길을 걷다가
이렇게 가끔 찻길을 버리고 지름길을 '등반'한다. 바닥이 불안정하고 경사도가 높아 보기보다 힘들었다.
등반을 마치고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
오전 11시 50분. 라스파 도착. 도로공사를 위한 중간 기지 마을이다. 중장비가 많이 있다.
마을을 벗어나 철교를 건너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완만하지만 계속 고도를 높이는 중
잠깐 지름길로 올랐다가 다시 찻길과 합류한다. 시야가 툭 터지니 후련하다.
오후 1시 35분. 릴코트(3165m) 도착. 멀리 보이는 언덕(노란원)이 오늘의 목적지 마르톨리다.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릴코트에서 6km 떨어져 있으며 고도를 210m 올려야 한다.
다바에서 차 한잔 마시며 휴식. 슬슬 지치기 시작.
툭 터진 고리 강가 강을 보며 걷는 맛이 그만이다.
찻길을 버리고 마르톨리로 가는 오르막을 오른다. 오래된 길이다.
한참 걸어도 마르톨리는 그 자리
뒤돌아 본 조하르 협곡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밀람 빙하의 수원지인 7000m급 산 트리술1과 하르데올이 나타났다. 현재고도 3326m. 거의 다 올라왔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완연한 돌길을 오르고
부드러운 풀 사이를 지나
오후 4시, 마침내 조하르 계곡에서 두 번째로 큰 마을 마르톨리 도착. 선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멋 모르고 마을 골목길을 따라 가다보니 야영지를 놓쳤다. 빙빙 돌아 어쨌든 찿아갔다.
먼저 온 분들은 텐트 설치 중
마르톨리는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 높고 넓은 언덕에 있는 큰 마을이다. 찻길로 가려면 빙빙 돌아 다리까지 간 후 165m를 수직 상승을 해야 한다.
여기는 마르톨리
▶인도 난다데비 이스트 BC 트레킹 문시야리 에이전시◀
India Nanda Devi East BC Trekking Munsiyari Agency
www.himalyantreks.com (CEO Narendra Kumar)
첫댓글 여행기 고맙습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도입부에 하루 일정 지도를 올려 주셔서 대략적인 여정을 알 수 있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