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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angchenjunga Circuit
▣ 전체 지도는 구글맵(google maps) 자료, 부분 지도와 고도표는 맵스미(maps.me) 자료, 트레킹 거리는 당일 24시간 움직인 거리입니다(휴대폰에 자동 저장).
● 거리: 532km (비행 295km + 지프 237km)
● 시간: 11시간
● 최고: 2499m
● 최저: 91m
Day 1. Kathmando - Bhadrapur - Taplejung
카트만두 - 바드라푸르
캉첸중가 트레킹이 예전부터 어려웠던 것은 무엇보다 접근성이다. 버스로 가면 빨라도 1박 2일, 여차하면 2박 3일 걸린다. 비포장길이 많아 장시간 엄청난 흔들림으로 온 근육과 뼈마디가 '초기화'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비행편을 이용해도 비라트나가르 공항에서 내려 1박 후 다음 날 타플레중 동쪽 7km 떨어져 있는 수케타르(Suketar)공항으로 날아가 트레킹을 시작했다.
2024년 <프로젝트 히말라야> 캉첸중가 일정표도 타플레중까지 2일로 잡혀 있었다. 당연히 나도 그 일정을 따랐다. 그런데 아침 비행기로 가면 타플레중까지 당일로 갈 수 있다고 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프로젝트 팀은 오후 비행기로 가는 일정이다.
카트만두에서 바드라푸르행 비행편은 두 항공사(붓다에어와 예티항공)에서 하루 8회 운항을 하고 있다. 네팔 국내선으로는 포카라 다음으로 운항 횟수가 많은 공항이다.
바드라푸르가 네팔 동쪽 끝 지역이니 오지로 착각하기 쉬운데 조금 올라가면 차로 유명한 일람이고 동쪽으로 한 발 건너면 다르질링이다. 넓은 테라이(평야) 지방으로 농산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히말라야의 척박한 산간지방과는 전혀 다른, 물자가 넉넉한 지방이다.
오전 8시 30분 예티항공을 타고 출발. 국내선 대합실도 깔끔해졌다. 카트만두에서 바드라푸르까지는 비행거리는 295km로 운행시간은 45분이다.
파상이 건네 준 내 좌석은 16A로 16열 왼편 창가 좌석이다. 횡으로 AB DF 배열이니 카트만두 동쪽 방향에 있는 에베레스크, 마칼루, 캉첸중가를 갈때는 A석에, 서쪽 방향에 있는 포카라나, 돌포 트레킹의 기점인 네팔간지로 갈 때는 F석에 앉으면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나중에 트레킹을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올 때 좌석은 5F로 역시 히말라야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파상이 탑승권 받을 때 내가 히말라야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창가 좌석을 요청한 것 같다.
바드라푸르 - 일람 - 피딤 - 타플레중
해발 93m인 바드라푸르 공항에 내리니 후끈한 더운 열기가 다가온다. 전형적인 테라이(평야) 지방이다. 넓은 활주로가 구 포카라 공항을 연상케 한다. 공항 앞에 대기 중인 툭툭을 타고 북쪽으로 30분 동안 11km 달려 제법 큰 도시인 비르타모드(Birtamod)로 갔다. 도착하니 10시 25분. 타플레중 가는 ‘지프 버스’를 타는 곳이다.
파상이 전화를 걸어 이리저리 연락한다.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려 타플레중 가는 지프를 탔다. 이미 여러 사람이 타고 있다. 이지역에서 지프는 험한 산간지방을 운행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11인승이다. 원래 5인승인데 뒤쪽 짐칸을 개조해 좌석으로 만들고 운전석열 3인, 중간열 4인, 뒤쪽 4인이 타고 간다. 차비는 3000루피.
출발하여 30여분 넓은 대로를 달리던 차가 점점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하더니 구비구비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난 헤어핀 길이다. 이 길은 작년 난다데비 트레킹 때 카트고담에서 문시야리 가는 길과 흡사한 험한 여정이다.
3인석에 4인이 앉으니 좁아 터진다. 파상이 오른쪽 창가에 앉고 나는 파상의 왼쪽에 앉았다. 좀 비좁아도 이런 오지에서는 감수해야 한다. 편하게 가려면 지프를 전세내면 된다($250).
정신없이 커브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내 왼편에 앉은 젋은 친구가 졸기 시작하더니 몸이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리며 왔다갔다 하면서 내게 기대는 통에 죽을 지경이다. 결국 점심 시간 후 파상과 자리를 바꾸었다. 그 친구는 정신을 차려 흔들지 않았지만 앉아보니 창가 자리가 훨씬 편하다.
차애서 음악는 어찌 크게 트는지 정신이 없다. 하긴 이런 험한 산길을 8시간 동안 운전하려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음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럴 때 난다데비 트레킹 때부터 쓰기 시작한 보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 빛을 발한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비행기에서도 좋고 열차에서도 좋고 엔진소리 요란한 지프차에서도 좋다. 이 헤드폰을 쓰면 지프는 오르막을 오르느라 용을 쓰는 엔진 소리와 시끄러운 힌디 음악이 거의 들리지 않는 스텔스 모드의 차량으로 변한다.
건망증
건망증은 노화의 특징 중 하나다. 오후 1시 30분 점심을 먹기 위해 작은 동네 길가 소박한 현지 식당 앞에서 내렸다. 고도앱을 켜니 1700m다. 식당에서 네팔 국민식인 달밧을 먹었다. 이런 산골에서는 음식 맛을 바랄 수는 없다. 이곳 사람들처럼 생존차원에서 먹는다. 가지고 간 김치핫소스를 섞어 그럭저럭 점심을 때웠다.
잠시 쉰 후 다시 출발. 그런데 한참 가다가 식당에 휴대용 브리타 정수 물병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이제 늙었다는 증거다. 이 물병은 2023년 난다데비 때부터 가지고 간 것으로 작동이 간편하여 좋다. 정수제를 이용하거나 소이어 정수필터처럼 조립하는 번거로움 없이 물을 넣어 바로 마실 수 있어 편리하다.
지난 1년 동안 충분히 본전을 뽑았으니 여한은 없다. 주운 사람이 잘 쓸 것이다. 155리터를 쓰면 필터를 갈아주어야 하는데 이 지역 필터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필터 없이 그냥 물병으로 쓰면 된다. 다행히 뜨거운 물을 받기 위해 날진 물병을 하나 더 가져왔다.
차 산지로 유명한 일람과 피딤을 거치는 동안 운전 기사가 바뀌고 차 바퀴를 교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밤 9시 넘어 타플레중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30분 경에 출발하였으니 거의 10시간 걸렸다.
파상의 안내로 숙소인 Hotel Jannu In에 짐을 풀었다. 이 호텔 매니저인 라잔(Razzan)이라는 친구가 반갑게 이사한다. 한국에서 6년 동안 일하여 번 돈으로 지인들과 동업하여 이 호텔을 인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먼 오지에서 한국말을 하는 네팔 친구를 만나니 반갑다.
늦은 시간인데 식당에 외국인 중노년 남녀 트레커들이 있다. 체코팀으로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왔다고 한다. 트레킹을 마친 저들이 기분을 나도 경험 상 알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원섭섭'이다. 멋진 트레킹을 잘 마쳤으니 시원하고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니 섭섭하다. 물론 그동안의 불편에서 벗어나는 기쁨도 있다.
필파워 800+ 침낭
방으로 돌아와 이번에 작정하고 산 침낭을 펼쳤다. 우모제품으로 유명한 발란드레(valandre) 제품의 칠아웃 850 (M)이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보면,
● 필파워 800+의 동계용으로 영하 20도(-20°C)까지 편하게 사용 가능한 경량 원정, 고산지대 등반, 전문 트레킹용, 등반용 침낭. 입증된 기술력으로 뛰어난 보온성과 경량에 더해 엄청난 압축을 자랑. 무게 1333g.
● RDS 인증 90/10 화이트 구스 다운을 사용한 하이테크 튜브형 구조로 편안하고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
● 18개의 다운과 2세대 TUBULAR TECHNOLOGY를 사용한 인체 해부학적인 Baffle(칸막이) 구조로 발란드레 고유의 3D 입체 디자인을 자랑.
그동안 20회 가까운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면서도 제대로된 침낭을 쓴 기억이 없다. 대부분 현지에서 빌리거나 봄가을 침낭을 사용했다. 오래 전 마련한 -20도까지 견딘다는 두툼한 침낭이 있지만 거위털이 아닌 오리털이라 부피도 크고 무게도 2.5kg이나 되어 이걸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항상 갈등 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곤 했다.
네팔 현지에서 빌린 침낭도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도 우모복 상하의가 있어 아주 추운 곳에서는 우모복을 입고 잤다. 그렇지만 옷을 겹겹히 껴입고 자는 상태라 운신의 폭이 좁아 불편을 피할 수는 없다.
이 번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니 좋은 침낭을 한 번 쓰자고 구입했다. 결론은 대박, 진작에 살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좋았다. 필파워가 800+나 되어 압축하면 부피가 작고 펼치면 크게 부불어 올라 5140m의 캉첸중가 북면 BC인 팡페마에서 다른 이불을 덮지 않아도 전혀 춥지 않았다. ♣
[요약]
캉첸중가 트레킹 접근성 개선
● 과거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험난한 여정
비행기를 이용해도 비라트나가르 공항에서 1박 후 수케타르 공항으로 이동
● 현재
카트만두 - 바드라푸르 항공편 (하루 8회 운항) 이용 가능
비르타모드에서 지프를 이용하여 타플레중까지 이동 (약 10시간 소요)
오전 비행기를 타면 당일 타플레중 도착
● 바드라푸르 정보
네팔 극동 지방의 교통 요충지
넓은 평야 지대로 농산물이 풍부
차 산지로 유명한 일람과 인접
● 여정
카트만두에서 바드라푸르까지 비행시간: 45분
바드라푸르에서 비르타모드까지 툭툭 이용: 30분
비르타모드에서 타플레중까지 지프 버스 이용: 10시간
● 여행 팁
카트만두 - 바드라푸르 항공편 이용 시 창가 좌석에서 히말라야 파노라마 감상 가능
소음이 심한 항공기와 차량 여행에 대비하여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준비
발란드레(valandre) 제품의 칠아웃 850 (M) 침낭은 고산 트레킹에 아주 좋음
네팔 국내선 노선도
예전에 캉첸중가 트레킹을 할 때는 카트만두에서 비라트나가르로 날아간 후 다시 수케타르행 비정규 비행편을 이용하곤 했다(황색선). 비라트나가르 - 수케타르 노선은 날씨의 영향으로 결항 할 때가 많고 수요가 없어 2008년부터 운항이 중단되었다. 그 후 카트만두 - 수케타르 노선을 주 3회 운항했으나 최근(2025년 3월) 운항을 중지했다. 이제는 타플레중 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카트만주로 가려면 무조선 바드라푸르까지 10시간의 긴 지프 여행을 해야 한다.
차량을 이용하여 타플레중까지 가는 여정. 580km의 거리를 1박 2일 동안 간다.
예티항공 카운터
국내선 대합실
탑승
예티항공(Yeti Airlines)은 네팔에서 붓다에어(Buddha Air)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내선 항공사다.
눈앞에 전개되는 히말라야 파노라마
에베레스트가 나타났다.
'잠자는 부처님' 모습을 한 캉첸중가 연봉
넓은 테라이 지방인 바드라푸르. 네팔 동남부에 위치하며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 지역은 비라트나가르와 같은 주요 도시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며, 네팔 동부 지역의 중요한 교통 요충지다.
한가한 풍경의 바드라푸르 공항
이 공항 이름은 찬드라가디(Chandragadhi). 바드라푸르의 다른 이름이다. 산스크리트어 찬드라(Chandra)는 '달'을 의미하며 '빛나는', '밝은' 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가디(Garhi)는'요새' 또는 '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찬드라가디는 직역하면 '달의 요새' 또는 '빛나는 요새'라는 의미다.
짐을 내려 가지고 오는 중
짐 찿는 곳
툭툭 타고 30분 달려
제법 큰 도시인 비르타모드 도착. 파상이 지프차 오는 시간 알아보는 중.
이 지역 주요 교통수단인 11인승 '지프 버스'를 타고 간다.
1시간을 기다려 11시30분 출발
곧 무한 반복으로 오르내리는 고산 커브 고개길로 접어들었다. 신나는 음악도 10분 이상 계속되면 괴롭다. 땡큐!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점심을 먹기 위해 길가 소박한 현지 식당 앞에서 하차
식당 내부
가지고 간 '김치핫소스'를 뿌리고 몸을 보호하는 약으로 삼아 달밧을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가지고 들어간 정수물병을 놓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헤어질 시절 인연이 도래한 것이리라.
2023년 난다데비 트레킹 때부터 사용하던 브리타 정수물병. 물만 부어 바로 마실 수 있다. 2022년 낭가 파르밧 트레킹 때 가지고 갔던 소이어 정수필터보다 훨씬 편리하다.
어딘 지 모르는 곳에서 정차. 여기서 운전기사가 바뀌었다.
피딤에 도착하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얼마 가지 않아 차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교환 중
밤 9시 넘어 타플레중 호텔 자누 인(Hotel Jannu Inn) 도착. 한국에서 6년 일하고 돌아와 지인들과 이 호텔을 구입하여 공동 운영중인 34살의 젋은 청년 라잔이 한국말로 환영해주었다.
막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온 체코팀.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항상 즐겁다. 고생 끝.
이번에 마음 먹고 산 발란드레 침낭. 100% 만족.
압축하면 이렇게 작아진다. 무게도 1.337kg에 불과하여 부담이 없다.
첫댓글 저도 지난 늦가을에 네팔(푼힐 서킷) 다녀올 때, 같은 곳(네팔 히말라야)에 있어서 반가웠는데
그 때 스님께서 칸첸중가를 다녀온 후기를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3~4월은 스님의 트레킹 후기 타임 캡슐에 무임승차하여 천천히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1월 하순부터 2월 하순까지 약 40일간 남미와 북미를 다녀왔습니다.
예, 저는 카트만두에 최선생님은 포카라에 계셔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남미 잘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 예전부터 아르헨티나 아콩카구아 트레킹을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너무 멀고 험하기도 해서 힘이 부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소리 소문없이 칸첸중가를 다녀오셨군요. 늦게나마 축하합니다.
정말 머니 머니와 다리 힘이 고산트래킹할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가야겠지요!
오래전부터 침이 마르게 처다보고 동행도 구해보고 했지만 아직도~~~
지기님께서 좋은 자료를 올려주셔서 혼자라도 가봐야겠습니다.ㅎㅎ
캉첸중가 트레킹 좋습니다.
교통편도 좋아져 카트만두 출발 3일차부터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레커들의 수가 적고(1년 1500명 정도) 개발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길이 뚫리기 전인 20여 년 전 안나푸르나 서키트 트레일과, '와이파이 없는' 롯지의 소박한 모습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