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Kangchenjunga Circuit
Day 6. Ghunsa - Acclimatization day (Viewpoint climbing)
● 거리: 15.7km
● 시간: 3:10
● 최고: 3900m
● 최저: 3418m
다이아목스와 손가락 저림
아침 온도는 7.5도. 고도가 높아지니 기온도 점점 떨어진다. 내 방이 캠핑그룹 전용 식당과 붙어 있어 어재 오후부터 저녁까지 시끌벅적했다. 시끄러워 책을 볼 수도 영상을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전가의 보도'가 있으니 바로 블루투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다. 최근에 구입한 트레킹 장비 중 침낭과 함께 최고다.
비행기에서도 지프차에서도, 판자로 방을 구분해서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롯지에서도 무소불능의 힘을 자랑한다. 영상을 볼 때도 주변에 소음을 내지 않는다.
오전 7시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파상이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늘 하루 쉰다고 했지만 굿모닝 인사는 하고 쉬어야지. 늦잠을 잤던지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했다.
아침 먹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식당과 롯지가 20여 미터 떨어져 있다) 파상을 만났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서 누워있었다고. 이곳 출신이라고 해도 카트만두에서 살다보면 고산병에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고산에 적응된 몸이고 고산 트레킹이 직업이라 고산병에 걸릴 확률은 아주 낮다. 타이레놀 3알 주고 푹 쉬라고 했다.
오늘은 고소적응일이다. 3000m가 넘었으니 몸이 이 고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트레킹에서 항상 신경쓰는 부분이 고산병이다. 이번에도 타플레중에서부터 매일 다이아목스 한 알씩 3일 동안 먹었다. 보통은 복용 다음날 손끝이 저려오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3일째 되는 어제 증상이 나타났다.
혹자는 다이아목스 복용 후 손발 저림 증상을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술 후 방귀가 나와야 문제가 없는 것처럼 다이아목스 복용 후 저림 증상이 나와야 약효가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금까지 이번처럼 늦게 나타난 적이 없어 내심 불안했다.
군사 전망대 등반
고소적응일에는 하루종일 쉬는 날이 아니다. 그냥 쉬면 안된다. 근처 높은 고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이드 트레킹을 해야 고소적응에 좋다. 군사에서는 고소응차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계곡 건너편 군사 전망대를 제일 많이 간다. 나도 전망대를 선택햇다.
다른 곳으로는 내일 갈 캄바첸 쪽 자누 뷰포인트, 어제 지나쳐 온 낭고 라쪽 능선, 남면 베이스캠프 가는 길에 있는 능선 고개 그리고 랍상 라쪽 카르카다.
굳이 내일 갈 길을 미리 가는 것도 싱거워 자누 뷰포인트는 탈락. 어제 지나온 낭고라도 왔던 길 되돌아 가는 것이 싫어 탈락. 셀렐레 가는 능선도 어차피 며칠 후 넘어갈 고개인데 미리 갈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탈락. 랍상 라는 솔깃하지만 길이 묵어 힘들다고 해서 탈락.
군사에서 바로 남면 베이스캠프 쪽 람체로 바로 가는 고개가 랍상 라(Lapsang La, 5110m)인데 지금은 주로 셀렐레 쪽의 고개를 이용한다. 빙하를 지나 힘들게 캠핑이 필요한 5천 미터가 넘는 랍상 라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
케브는 가이드북에서 군사에서 하루 고도 적응을 위해 다음 장소를 추천하고 있다.
군사에서 보내는 시간
군사는 고도 적응의 필요성을 인식할 만큼 충분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므로, 그룹의 각 구성원이 건강하고 고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책을 가지고 햇볕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일을 환영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과 그 주변을 탐험할 기회를 즐길 수도 있다. 고도 적응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계곡 위쪽으로 더 걸어가서 군사로 돌아오거나 시니온 라 또는 랍상 라로 가는 길을 다녀오는 것이다.
1. 계곡 위쪽: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만큼 다음 단계(군사-캄바첸)에 대한 경로를 따르고 동일한 경로로 돌아온다. 군사 콜라를 건너는 다리 옆에 찻집이 있으며, 상류로 2시간 5분 거리에 있고, 서쪽 둑의 람북 카르카에 10분 더 가면 또 다른 찻집이 있다.
2. 시니온 라 트레일: 이 트레일은 군사 남쪽 끝의 탁 트인 목초지 가장자리에 위치한 마을 학교에서 시작된다. 길은 주니퍼, 랄리구라스, 매자나무 사이로 난 지류 협곡의 입구 쪽으로 올라가고 13분 후에 갈라진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왼쪽 트레일은 랍상 라 가는 길)으로 간다.
다시 오른쪽 길을 타고 야마타리 콜라를 건너 쾌적한 초원으로 들어간다. 길은 숲으로 이어지고 출발 후 가파르게 올라 약 1시간 20분 3980m에 기도 깃발로 장식된 능선 박차의 정상에 도달한다. 이곳은 팔레 아래의 낮은 군사 콜라 계곡뿐만 아니라 캄바첸 방향의 계곡 위쪽도 내려다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다.
3. 랍상 라 트레일: 위에서 설명한 시니온 라 트레일과 동일한 방향을 따르되 첫 번째 갈림길(13분)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숲을 통해 올라간다. 1시간 조금 넘게 지나면 개울이 나오고 건너서 야크 목초지까지 계속 올라간다. 자누는 약 4000m의 야마타리 빙하를 막는 모레인 벽 꼭대기에서 볼 수 있다.
케브의 가이드북에는 군사 전망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마 1998년 당시에는 전망대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3일 동안 운행에 몸이 피곤하다. 그냥 쉴까 하다가 9시 40분, 물병과 간식을 넣은 간편한 슬링백을 매고 방을 나섰다. 고소적응이 필요하므로 루틴을 따르는 것이 좋다.
군사 다리에서 어제 팔레에서 머물렀던 유럽팀이 건너오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리를 건너니 앞에 영국팀이 가고 있다. 처음에는 맞은 편 오른쪽 타르초가 휘날리는 곳이 전망대인줄 알았다. 그런데 앞 팀이 방향을 왼쪽으로 꺾는다. 그리고 급경사를 줄기차게 오르는 힘든 등반이 시작되었다.
영국팀의 한 여성이 동료의 격려를 받으며 악착같이 오른다. 나도 악착같이 그 뒤를 따랐다. 중간에 인도팀 아저씨 한 사람이 포기하고 앉아 있다. 다른 팀원들은 올라갔다고 한다.
11시 30분 전망대 도착. 1시간 50분 걸렸다. 멀리 아래로 군사 마을이 펼쳐져 있다. 1시간 50분 만에 고도를 482m를 올렸으니 얼마나 가파른 길인지 알만하다. 먼저 인도팀과 영국팀이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한다.
내가 혼자 셀카를 찍는 것을 본 영국팀 가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가이드: 혼자 왔수?
나: 그렇수.
가이드: 당신 가이드는 뭐하고?
나: 두통으로 쉬는 중이라오.
가이드: 아이구야, 가이드가 두퉁이라니! 이럴수가! 아이고~ (걱정되네...)
아래 군사 마을이 잘 보이는 전망대다. 잠시 풍광을 즐기다가 하산. 1시간 걸려 12시 50분 롯지 도착. 힘들었지만 잘 다녀왔다.
캉첸중가 트레킹은 계속 된다
저녁 식사 중 파상이 삼툭 사장에게서 전화 왔다고 바꾸어 준다. 한국에서 카톡으로 연락이 왔는데 타플레중 이후 내 소식이 끊어졌다고 걱정이 되어 연락 한 모양이다. 타플레중에서 첫 소식을 야크존과 몇몇 아는 분들에게 카톡으로 전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5일째 무소식이니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삼툭 사장에게 현지 사정 상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타플레중으로 돌아가는 15일까지 연락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해달라 했다. 혹시 몰라 파상의 휴대폰에 핫스팟을 연결해 보았다. 그런데 핫스팟 연결로 카톡 접속은 되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문자 전송이 되지 않는다. 롯지 직원 말로는 이곳 통신 데이터가 너무 느려서 그렇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도 인터넷이 안되는 곳이 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는 워낙 민가가 없는 빙하지대여서 그렇다고 하지만 네팔은 산골 마을을 지나는 길이라 전화와 인터넷이 지금은 거의 다 터진다. 트레일도 점차 넓은 찻길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는 인터넷은 커녕 전화도 군사 위로는 통신탑이 없어 불통이라고 하니 캉첸중가 지역이 얼마나 오지인지 알만하다.
캉첸중가 트레킹 전, 타플레중에서 찻길이 확장되었다는 세카툼 소식을 듣고 세카툼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될 줄 알았다. 막상 도착해 보니 세카툼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인터넷은 커녕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깡촌이다.
세카툼까지 찻길이 열린 것은 타플레중에서 시작하여 세카툼 바로 아래 강 건너 마을 렐렙(Lelep)에서 왼쪽으로 갈라져(오른쪽은 세카툼으로 시작하는 캉첸중가 트레일) GHT가 지나는 올랑충 골라를 거쳐 티베트 국경 티프탈라(Tiptala. 5100m)까지 112km를 연결된 도로 옆 마을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공사는 2018년 타플레중에서 렐렙까지 찻길을 열었으나 예산 부족과 코로나로 중단되었다가 재개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월 17일 타플레중에서 티베트 티프탈라(Tiptala)까지 도로 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기사참조]
결론은 캉첸중가 트레일은 당분간 '찻길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언젠가 군사까지는 찻길이 열릴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백년하청이다. 안나푸르나나 마나슬루 지역과는 달리 인구가 너무 적어 소위 말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인터넷 연결이 안되니 번잡한 세상 소식과 단절되었지만 답답하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차분해져 트레킹에 집중하게 된다. 캉첸중가야 말로 진정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후 6시 44분 현재 혈중 산소포화도를 재 보니 양호하다. 맥박은 조금 높은 편. 내일부터 본격적인 고산 트레킹이 시작된다. ♣
[요약]
고산병과 다이아목스
●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아침 방 기온이 7.5도까지 떨어졌다.
● 고산병 예방을 위해 타플레중에서부터 다이아목스를 3일간 복용했다.
● 다이아목스 복용 후 3일 후 손끝 저림 증상이 나타났으며, 이는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군사 전망대 등반
● 가이드 파상은 두통으로 인해 휴식.
● 고소적응을 위해 군사 전망대 등반.
● 군사 주변의 다른 고소적응 코스(자누 뷰포인트, 낭고 라, 랍상 라 등)는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
● 케브의 가이드북에서는 군사 전망대에 대한 언급이 없다.
● 1시간 50분 동안 가파른 길을 올라 군사 전망대에 도착.
● 전망대에서 군사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하산.
캉첸중가 트레킹과 통신 환경
● 저녁 식사 중 삼툭 사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안부를 확인.
● 군사 지역의 통신 환경은 매우 열악하여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 캉첸중가 트레킹 코스는 인터넷은 커녕 전화도 군사 위로는 통신탑이 없어 불통.
● 타플레중에서 티베트 티프탈라까지의 도로 공사 완료로 세카툼까지 찻길이 열렸지만, 캉첸중가 트레일은 '찻길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있다.
●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번잡한 세상 소식과 단절되어 오히려 트레킹에 집중할 수 있다.
● 혈중 산소포화도는 양호, 맥박은 조금 높은 편.
군사 전망대까지의 지그재그길. 군사에서 고소적응을 위한 장소가 5군데 있다.
피스풀 게스트하우스 식당채. 롯지와 20여 미터 따로 떨어져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아침마다 향불을 공양한다.
정상까지 가는 길. 처음에는 타르초가 많이 걸려 있는 오른쪽 지점인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웬걸, 알고보니 전망대로 가는 길은 무지막지한 오르막길이었다.
다리를 건너오는 유럽연합팀
어제 팔레에서 자고 오는 중이다. 반갑게 인사.
다리에서 본 아래쪽 풍경
다리를 건너 뒤돌아 본 군사 마을
10시 20분, 3600고지에서 내려다 본 군사 마을
10시 50분 군사 마을
마지막 피치. 3700m에서 3900m 전망대 정상까지의 지그재그길
11시 30분 전망대 도착. 내려다 본 군사 마을
영국팀이 축하 사진 촬영 중.
나도 셀카 한 장
셀카를 찍고 있으니 하얀 모자를 쓴 영국팀 가이드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혼자 왔수?...
잠시 풍광을 감상한 후 부지런히 하산
저녁은 웬만하면 달밧으로. 김치만 곁들이면 만사 오케이
타플레중에서 티베트 티프탈라까지 찻길이 열렸다. 다행히 캉첸중가 트레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찻길이다.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 코스에서는 라미테에서 약 9km 찻길이 겹치게 되었다.
전망대 정상에서. 빨간색 상의를 입은 인도팀 아저씨와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