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고 (김자영)
충렬여고 2학년 3반 김자영 (한산신문사 주최 제1회 전국 청소년 독후감 대회 고등부 장원 )
이 글은 1970년대 우리나라 가난한 소외 계층의 어려웠던 시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직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못한 터라 불안정한 탓에 모두들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던 시절이었다.
이 소설은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부유한 계층(가진 자)에게 피해를 보고, 몰락하고 또 다시 극복해 가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인간의 강인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버지 김불이는 이 싸움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다. 그는 결국 이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를 잊기 위해 현실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이런걸 보고 '미쳤다'고 하는 것 같다.
그는 달나라로 가는 것을 원하였다. 그뿐 아니라 서커스를 하겠다는 등 비정상적인 일을 벌인다. 그는 평생을 살면서 교육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직 노동으로만 돈을 벌어오다가 늙으면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우울증이라는 게 정말 사람을 눈물겹게 안타깝게 만든다는 걸 느꼈다. 그는 특권 계층에게 피해를 많이 받아 망가진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식이 잘 되도록 교육에 전념하도록 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결국 자식들 모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 일을 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의 여러 인물들 중에서 그 난쟁이 아저씨가 제일 안타까웠다. 자식들이 자기와 똑같은 삶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부모로서 마음이 쓰렸을까? 그는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끝까지 희망을 지키고 산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란 그가 간직한 작은 희망을 말하는 듯 싶다.
그는 이 작은 희망을 간직하기 위해 그것을 비행기에 실어 달나라로 보낸다. 그는 정상인이 생각하기에 너무나 연약한 존재지만 그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장애를 극복하려 한다. 그런 모습에서 참 희망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장남인 영수는 이 가정에서 제일 많이 배웠다. 자기 아버지와 가정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움과 서러움을 느꼈다. 그는 그의 가족에게 부닥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는 어렵게 공부하여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정보산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는 이 가정의 가장 노릇을 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알아보기도 한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주먹만 이 폭력이 아니다. 우리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젖먹이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의 고통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들은 희생이라는 말은 전혀 모르게 된다. 지배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방황하지 않게 하는 어떤 것이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으며 더 잘 사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생각이 깊었다.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는 여기서 지배 계급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반 하층민의 모습에서 어떤 서글픔과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그는 부도덕한 공장 사장에게 가서 따질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인물이었다. 또 가정을 보살필 수 있을 한 가정의 가장 역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그가 존경스러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기의 뜻을 표현한다는 모습이 말이다.
차남 영호는 의젓한 형과는 반대되는 의지가 약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기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모든 일에 있어서 회피하려고만 하였다. 그는 형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도 자기 아버지처럼 쉽게 지쳐버린다. 무엇을 뜻대로 해보려고 하는 일도 없이 포기해 버리고 만다. 한 마디로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그는 가기 가족을 빼고는 다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는 자기 세계에 빠져서 자신과 가족을 불쌍하게 여길 뿐 자신의 일은 하지 않았다. 형을 따르나 따라가지 않는 나약한 인물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 또래 친구들의 모습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의 모습도 영호를 많이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명희와 영희는 현실 극복 의지는 강하나 제일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여성이었다. 그들은 가족을 도와주려고 공장에 다니고 몸을 팔게 된다. 제일 희생이 크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큰 비난을 받게 된다. 정말 비참하고 안타까웠다. 이들은 일생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무참히 밟히고 여자로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가부장적인 우리 나라에서 아무래도 여성은 사회적으로 너무 약한 존재이고 따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다.
어머니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진 않지만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 애쓰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녀는 어머니답게 어른으로서, 어머니로서 모든 것을 당당하게 헤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것이 참 희생의 사랑인 것 같았다.
이 소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다룬 글보다 다소 비정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이 소설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선 힘든 가운데서도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사랑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먹고살기가 힘들면 가족의 사이도 나빠질 수 있는데도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영호네 가족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영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른스럽고 참 의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어쩌면 의지가 아주 약한 아이로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내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평소에 "하나님을 의지하자" 하면서도 어려운 상황이 부딪히면 이런 작은 것마저 실천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나는 나의 모습이 친구들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지는 않은가? 이 글을 읽고 나니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한 번쯤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나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전해주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가슴 한 구석을 씁쓸하게 아프게도 한다.
이 이야기는 결론이 없어 보였고 어떤 해결 방안도 없어 보였지만 단지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만은 강하게 남겼다. 나에게 나아가선 모든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처지나 현실을 거부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인간답게 살려는 방법을 터득하고 몸부림쳐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