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시 - 동녘교회 창립에 부쳐
목사 고진하(시인)
동녘! 너는 눈부신 태양을 떠올려 주려는가
어둠의 휘장을 찢고 새벽을 열어
둥두렷이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보고 싶어라
파숫군처럼 애태워 기다리던 여명
벅찬 숨결 헉헉이며 솟아오르는 뜨거운 태양 보고 싶어라
진통하고 신음하는 긴 밤이 지나
해산하는 여인처럼 새 하늘과 새 땅을 낳으리
산 안개 덮인 동녘에
꿈틀꿈틀 솟아오르는 태양
보고 싶어라 보고 싶어라
정녕 눈부신 태양 떠오르는 것 보고 싶어라
우후죽순 어둠의 잡초 무성한 땅에 터잡은
동녘! 너는 눈부신 태양 떠올려 주려는가
슬픔과 고난의 명에 무거워 우는 땅 위에 세워진
동녘! 너는 싱그런 생명과 평화를 낳아 주려는가
절망과 죽음의 파도 굽이치는 암흑 바다 위에 솟아오른
동녘! 너는 영원히 썩지 않는 희망 비춰 주려는가
사람의 절절한 소망 바로 세워 달라
하늘의 깊은 뜻 저버리지 말아 달라
사람과 하늘 어우러져 빛나야 할 동녘!
내 이름을 헛되게 하지 말라
그래서 찬연히 빛나야 할 내 이름과 생명으로
한 많은 이 역사의 어둠 사르는
눈부신 햇빛 기둥으로 우뚝 서다오
목마른 사람의 꿈과 주린 사람의
기갈을 채워 주는 생명의 샘물 흘려다오
깃발 올려 외치는 거짓 예언 거짓 평화의
음모 낱낱이 폭로하는 살아 있는 목소리 되어다오
온갖 분열의 틈과 분단이 철조망 걷어 내는
통일의 전위가 되어다오
그리하여 언제나 푸르르고 푸르른
정의의 느티나무 숲이 되어다오
정녕 저 새 하늘과 새 땅으로 가는
오! 오! 우리의 다리, 다리가 되어다오 동녘!
빌고 싶어라 빌고 싶어라
별밤 하늘 정한수 떠놓고 빌던
어머니의 심정으로 빌고 싶어라
동녘! 튼튼하고 튼튼한 믿음의 반석 위에
세워지기를
동녘! 날마다 뜀뛰는 생명의 불꽃으로
타오르기를
동녘! 가뭄의 빈 두레박 가슴들 적시는
사랑의 빗줄기 되어지기를
동녘! 이 민족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거름되어지기를
동녘! 이 겨레의 고난과 희망 나누는 공동체 되기를
아! 아! 마침내 하늘의 거룩한 뜻을 이 땅위에
이루는 동녘에 눈부신 태양 떠올리는
동녘! 동녘교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