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력 누가복음 2장 1-7절
성탄이 오고 다시 겨울을 맞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사람들의 마음은 더 움츠려들고 한국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팬데믹은 단순한 전염병을 넘어서 경제의 위기와 관계, 삶의 위기로 빠져들게 하고 있습니다. 길 잃고 마음 잃은 사람들의 두려움은 방향을 잃고 집 잃은 사람처럼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고 그게 우울로 또 다른 폭력으로 나타나면서 또 다른 실망과 좌절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들을 잘 회복해야합니다.
1. 복음서를 읽다보면 예수님 삶의 특징 중에 하나가 예수님 삶에서 크게 주눅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난에도 주눅 들지 않아요. 없어도 너무 없는데 너희들이 나를 따라오려면 가진 것 다 가지고 와서 헌신하라고 하지 않아요. 가진 것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해아래 머리 둘 곳도 없이 사는 인생이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합니다. 종교 권력, 심지어 성서적 권위에도 주눅 들지 않으셔요. 마태복음에 보면 성경에 이르기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거짓맹세하지 말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라 이르렀지만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성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지만 이게 본래 성서의 정신이다 하면서 종교권력자들이 만들어놓은 성서해석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셔요. 법을 넘어서시고 사회적 시선도 크게 의식하지 않으시구요 권력자들이 쳐놓은 선들을 두려움이 없이 넘어서십니다.
그 거침없는 자심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그 단서가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내려오면서 음성이 들렸다고 하지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생명이 / 모든 존재가 하느님께 속해있다는 것을 아셨어요. 가난도 권력도 그 어떤 것도 인간의 가치를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아셨어요. 인간은 지극히 유한하고 실수많고 부족한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속에서도 존중받고 소중히 여김을 받아야한다는 사실을 아셨어요. 비록 가진게 적어도 우리의 존재는 귀합니다. 존재자체의 가치가 저하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소중하고 의미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야합니다. 코로나로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하고 강타해도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속에 짓눌리지 말고 기쁘고 즐겁게 행복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잘 살 가치가 있는 존재들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걱정 때문에 이 순간의 행복과 삶의 의미와 소중함을 훼손해서도 훼손당해서도 안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화살을 쏘지 마십시오. 불교에서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번째 화살은 우리가 처해지는 환경과 상황입니다. 두 번째 화살은 그 환경과 상황에 대한 자기 결정입니다. 어떤 사람은 무시하고 어떤 사람은 지혜롭게 극복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학하고 비관하고 자책하고 남탓하고 그러면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어갑니다. 살아가면서 원하는 시험을 잘 못치를 수도 있고 팬데믹에 빠져들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고 원치않게 가난으로 몰릴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실직당할 수 있고 중심부 바깥으로 내몰릴 수도 있고 열심히 공부하고 평생을 준비해도 쓰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다고 내가 나를 쏘지 마십시오. 더 열심히 못했다고, 더 잘하지 못했다고 나를 채찍질 하지 마십시오. 다그치지 마시고 몰아치지 마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영혼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도록 스스로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힘든지 공감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자신을 향해 웃어주세요. 우리는 어떤 상황속에서도 그 무엇에 의해서도 우리 존재의 의미와 존엄한 가치가 훼손되거나 농락당하지 않아야하는 귀한 존재들입니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어미새가 아기새를 품에 안 듯 내 영혼을 따뜻하게 품에 안고 계시는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따듯하게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2. 그리고 일상의 튼튼한 토대를 세우십시오. 예수님이 목회 사역 내내 멈추지 않으셨던 것은 함께 잘 먹고 잘 가르치고 잘 기도하고 사람들하고 잘 노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을 나오미 레비라고 하는 유대랍비는 “일상의 작고 단순한 수행들”이라고 합니다. 그는 삶과 신앙의 튼튼한 토대를 세우는 일들은 강렬한 종교적 체험,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 가슴 찐한 만남과 같은 매력적이면서도 호기심 충만한 특별한 어떤 것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것들은 한 번의 강열한 경험을 가져다주고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일상을 지속적으로 세워가는 토대가 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일들, 때로는 지루하리만큼 평범한 일상의 일들, 예를 들면 매일 하루 시작하면서 드리는 기도, 마음 공부를 위해 책을 읽고, 공원을 산택하고 음식을 먹고 집안을 청소하고 웃고 알아차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고, 일에 마음을 담고, 힘들면 한 템포 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대화하며 공감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살아가는 매일 매일의 일상의 작고 단순한 일들을 일관적으로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 이것이 일상의 토대를 든든히 세워간다고 합니다. 공동체로 봐서는 크고 작은 성찰의 글들을 나누고 함께 기도문을 나누고, 서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맘 주면서 나누는 전화, 수다, 식사, 관계를 극복해 보기 위해 노력하는 크고 작은 애씀과 노력들 등 이런 작고 단순하고도 평범한 삶을 수행하듯 지구력있게 해나가는 것이 공동체와 관계를 세워나가는 든든한 토대라는 것입니다. 이 모든 평범한 일들은 사소한 일들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근본 토대를 세우는 값진 것들입니다. 그것을 기억하십시오. 마음이 움츠려들고 공포가 몰려올 때는 수행하듯 그 일관성을 회복하십시오. 온전히 음악을 듣고, 쉴때는 온전히 충만하게 쉬고, 요리할 때는 가슴설레며 요리를 하고, 책을 읽을 때는 저자와 하나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잠시 멈출 때는 온전히 시간을 내것으로 충분히 느끼면서 감사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에게든 사랑하는 가족에게든 두 번째 화살 쏘지 마시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삶의 작고 단순한 수행들을 온전히 지구력있게 살아가면서 일상의 든든한 토대를 세우십시오.
3. 그래도 힘이 나면 예수님처럼 우리 곁의 고통을 만져주세요. 지난 주에 감리교 이동환 목사님이 무지개 목회상을 수상했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힘내라고 만들어준 상이예요. 시상하는 김준우 목사님께서 시상취지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이 고통에 여전히 민감하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거라고.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현실에 대한 처세술이 점점 능숙해지는데 나이 40이 넘어서도 개인의 생존보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자네가 제대로 예수 믿는 거라고 고맙다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만난 것 먹고 운동도 하고 마음에 위로도 받고 음악도 듣고 그러다가 힘이 나면 옆을 돌아보세요. 춥고 아픈 자리들에 마음을 주세요. 오늘 함께 읽은 누가복음의 말씀 누울자리 없는 마굿간, 초라하고 때로는 한파가 몰아치는 통증의 복판에서 우리는 아기 예수를 만납니다. 새시대를 열 희망을 만납니다. 새로운 길의 시작을 만납니다. 지난 주에 기획재정부 한걸음 사업인 <지리산산악열차사업>이 상생조정기구에서 공식 폐기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한파속에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누울자리 없는 마굿간을 향해 갔던 이들의 발걸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참 좋은 사람이 이미 참 좋은 세상이듯이 고통과 통증에 민감한 작은 예수님들의 함께 맞잡은 따뜻한 연대의 손길은 이미 참 좋은 세상이요 세상의 고통을 치유해 나가는 힘입니다.
성탄의 예수님은 자신에게도 일상에서도 그리고 고통앞에서도 따뜻한 사랑이셨습니다. 그 예수님과 함께 오늘 시인의 고백처럼 겨울사랑에 깊어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