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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도시의 중심은 디자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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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건축과 도시는 아름다운 심성과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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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조할 때의 일이다. 정조가 성곽뿐 아니라 여러 부속 건축물에까지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는 것을 보고 신하들이 "성이란 튼튼하게 쌓으면 그만이지 단장은 왜 합니까?"라고 반대를 하였다. 이에 정조는 "아름다운 것이 강한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곧 힘이다"라며 축조를 강행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0년 후, 아름다움의 힘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튼튼하기만 한 성을 쌓았다면, 오늘날 화성이 후세들로부터 사랑받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을까?
대구는 수년간 재건축 재개발 주상복합으로 일컬어지는 아파트 건축 일변도의 양적 팽창에만 주력해 왔다. 그동안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이나 특별히 아름다운 건축과 쾌적한 환경을 갖춘 도시로 발전하지도 못했다. 아파트 개발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우리의 도시를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품격 있는 문화의 도시, 자연환경을 살린 건강한 생태 도시, 역사와 전통 건축 공간이 소통하는 도시를 디자인할 기회이다.
현 정부도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 등의 정책을 통하여 도시와 건물 국토 전반에 공공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디자인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디자인을 국가 아젠다로 전면 부상시키고 있는 시점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성공에 힘을 입은 서울시의 핵심 코드는 '하이디자인 서울' '소프트 서울' '한강르네상스'로 이어지는 도시 디자인을 통한 서울 브랜드 만들기이며 이러한 결과 세계디자인수도 첫 공식지정도시로 선정되었다. 또한 각 도시 지방 자치단체들은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 추진을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도시와 외부인을 흡수하는 관광도시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김해는 가야역사문화도시,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광복로, 포항의 테라노바 디자인 구축, 광주의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안양의 공공미술 아트시티를 도시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대구는 섬유패션도시를 내세운 '밀라노 프로젝트'의 실패 이후 '컬러풀 대구'를 코드화 하였으나, 무엇을 컬러화하며 어떠한 컬러가 대구 이미지인지 뚜렷한 핵심이 없어 보여 아쉬웠다.
지난해 건축 환경 디자인을 통합하는 '도시디자인 총괄본부'를 조직하고 미래 도시공간의 밑그림 '대구 그랜드디자인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올해에는 도심 내 녹지 보행이 중심축이 되는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이 그 성과를 드러낼 것이다. 이어서 '근대역사 골목 사업' '대구 문화 창조 발전소'가 추진되면 시간의 켜가 쌓여 있는 근대건축물과 역사적 흔적이 밴 길과 공간이 재탄생되어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경제적 효과까지를 기대해본다.
대구의 보수 성향은 재빠른 난개발 혼란에서도 중요한 장소와 공간을 오히려 살아남게 했는지도 모른다. 개발에서 소외되어 그동안 가치 없이 여겨지던 옛 건물과 좁은 골목까지도 다른 도시에 없는 대구 고유의 도시문화 콘텐츠로 거듭날 기회이다.
도시를 회생시킨 '빌바오 굳겐하임 미술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독창적인 건축이었다. 아라비아 사막 위에 탄생한 두바이의 기적은 지도자 쉐이크 모하메드의 추진력과 2000여 전문가들의 상상력이었다. 맨체스터 글래스고 등 영국 산업도시를 몰락에서 재생시킨 힘은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을 내세운 디자인 정책이었고 템스 강변 옛 공장을 디자인박물관과 테이트 갤러리로 재생한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적 마인드였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는 다시 인간을 만든다. 아름다운 건축과 도시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을 만들고 나아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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