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병들고 교회가 꿈을 잃고있다
산은
문을 열어놓은 채
침묵하고 있는데
바람은
새들은
구름은 들락날락 거리면서 자꾸만 보채기만 한다
나무가지 하나 내어주면
능선을 달라고 하고
능선을 하나 내어 주면 산 하나를 몽땅 파 먹겠다며 아우성인 채
떼를 쓰는 통에 산은 고뿔 잔뜩 걸렸다
다리 하나 절면서 겨울을 맞는다
지체들 다들 떠난 외로운 밤인데 숨 탁탁 막힌 다 했다
마음 속
깊은 고래 하나 서생하고 있는가
물길쳐 오르면 다시 멀어지는 파도의 동선 그 너머로
오고 가는 그 림자들
그에게 생기를 넣어주면
21세기 창조물처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안달 할게다
-<산 물음>전문
'산 물음' 이란 시 한 편을 방금 썼습니다. 산은/문만 열어놓은 채/침묵하고 있는데/바람은/새들은/구름은 들락날락 거리면서 자꾸만 보채기만 한다. 이 첫 연은 '산 물음'이란 시의 1연에 해당하는 시다. 나는 이 시에서 교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지체들의 영혼이 병들고 있음을 직시하고자 했습니다.
산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바람과 새와 구름만이 들락날락거리면서 무엇을 그렇게 요구하는지, 그 통에 산이 고뿔 잔뜩 걸렸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가만히 계시는데, 인간들만이 이것 내놔라 저것 내 놔라. 이렇게 해 주시오, 저렇게 해 주시오. 자기들의 욕심만 채우려고 안달하는 통에 하나님도 고뿔 걸리시지나 않을까. 비유적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입니다. 교회 행정을 보더라도 그렇고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는 이들과 주변 사람들을 보더라도 다들 그렇습니다. 거의 많은 사람들이 교회 곳곳에 자기 욕심과 자신의 그림자를 형상화 시켜 놓기 위해서 애걸복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아우성이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는 교회직분자들이 지니고 있는 리더십의 부재현상과 일반 그리스도인 혹은 일 맡은 이들이 신앙의 부재가 불러온 현상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래가지고서는 '하늘 나라가 속히 임하게 하소서'란 기도에 저들 뒤퉁수를 맞아 혼절할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는데, 모두가 영혼의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음을 누구인들 부인하겠습니까.
하나님을 모시고, 그 분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은 것은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넋 놓고 죄가 우리의 식생활을 좌지우지 통제하고 영혼을 조종해 가도록 방관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죄 용서함을 받고 새 생명을 부여받은 대상으로 부여받은 의무('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 와 책임('겸손', '인내', '용서' 등)를 망각하고 창조주 되신 하나님의 자리에 피조물 자신들의 권자를 세우려고 들거나, 신랑되신 예수님의 자리에 신부된 자신들의 명패를 붙이고 좌선하려고 하거나 의인의 자리에 죄인의 방석을 깔아놓고들 있지를 않습니까.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이합집산의 성격을 띤 채 또 분파하여 또 다른 당을 짓겠다고 협박하는 것을 흔하게 발견하게 됩니다. 선한 공동체의 이미지가 점점 더 병들고 있음이니 이 공동체 안으로 누가 들어와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하려고 할 것인가. 이율배반적인 형편없는 짓거리들을 바로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하는 이들이 행하고 있으나 아뿔사 우리 하나님 고뿔 잔뜩 걸리시겠다. 그 의미를 시 한 편에 실어보았습니다.
지금 21세기의 교인들이 아우성치며 삿대질하고, '관철', '변화'라며 슬로건을 내걸고 입 노래 부르면서 그네를 타고 있는 동안 한국 교회는 세간의 사람들로부터 동정심과 비아냥, 온갖 욕지거리들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지를 않겠는가. 단단히 몸살과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교회는 침묵기도에 돌입해야만 할줄 압니다.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 나름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사람 나름대로 잠잠히 하나님의 도포자락에 기대어 하나님께서 주시는 계시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 될 일을 가지고서 오히려 자신의 깊지 않은 학문의 소산과 설 익은 믿음의 열매를 가지고 또한 격정어린 욕심, 욕정을 가지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으니 그곳에 무슨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겠으며 또한 사랑과 죄 사함의 은총이 임하겠습니까.
시날 평지에서 바벨탑을 높이 쌓아 올리며 하나님과 대적하려고 들었던 피조물 중 심히 보기좋았더라고 인간들의 교만을 향하여 하나님께서 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분산시켜 각자 흩어지게 하신 것처럼, 21세기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지적, 학습의 무지를 소나기처럼 쏟아 부으신다해도 그렇게 자신의 욕심을 앞세워 하나님의 의를 저해하며, 하나님께로 향하게 될 영광을 가로 채려고 할 것인가.
또한 아직 죄인의 모습을 벗어던지지 못한 어리석은 자신의 기질을 앞세워서 교회 곳곳에 자신의 분신을 심어 두고자 온갖 애를 쓰면서 분투의 분투를 조장할 것인가. 한심하기 이를데 없음을 보면서 그 심정을 한 편의 시로써 형상화 해 보았습니다. 산에게 물음을 던지고 잠잠히 기다리듯 우리 성령하나님께 나아가 침잠하여 들고 계시의 말씀에 잠자미 거하여 거룩신 그 분의 뜻을 헤아려 세상에 선포하는 은혜의 단비를 기다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