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그 50년 만의 해후
빛바랜 사진 속의 까까머리 초등학교 시절 또래 동무였던 우리들 열두 명 지금은 그 숱한 세월의 뒤안길을 돌아 희끗 희끗 반백의 머리며 논두렁 밭두렁 골 깊은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 모아 여행사에서 공동으로 대구에서 부산까지 무궁화호 완행열차 표를 구매하였다. 대구에서 사는 여덟 명이 먼저 기차를 탔고 경산역에서 4명이 합승하여 반갑게 손을 맛 잡고 3월의 따스한 봄날 하루 일정으로 멋진 추억을 만들려고 햇빛 가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덜거덩덜거덩 부산을 향해 빠른 세월에 객기를 부리듯 으레 그러려니 생각했던 지난 세월 왁자지껄 타고 보니 조용하기만 한 완행열차에 몸을 맡겼다.
경산을 거처 청도 밀양 삼랑진으로 이어지는 여행길 스쳐 지나가는 들판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며 흐르는 개울물에 봄 아지랑이 소풍 나온 듯 아롱다롱 인다. 먼 높은 산을 등지고 낮은 산 사이 많은 집들은 지난날 가난의 표징이었던 초가집은 다 어딜 가고 울긋불긋 도시형 시멘트 집들만이 획 시야에서 멀어지는가했더니 또 닥아 온다.
느린 열차가 주는 지루함도 잊어버리고 이어지는 말들은 먼 기억 저편의 일들이 파편이 되어 높고 낮게 또 크고 작게 각자의 마음속에 닿는다.
조그마한 감동이 창가에 드리워진다. 어릴 때 그 어렵고 가난했든 시절 먹을 것은 널 부족했고 입을 것은 언제나 모자라고 작은 몸이지만 가사를 도와야 했던 아픔이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자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우리들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 나누며 추억이 주는 솜사탕 같은 달콤함을 맛보며 즐기는 것은 언제나 잊을 수 없는 같은 고향에 대한 여러 가지 좋은 기억 아픈 기억 들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 인지도 모른다.
어느 사이 부산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은 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체격 곧잘 싸움도 마다 않았던 그 어릴 적 양 00군의 모습을 그려 볼 사이도 없이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습마저 바꿔버린 노년의 얼굴들과 반갑게 만남을 가졌다.
그 많은 지난 세월 사이사이 서로 만나지 못한 친구들 50여년만의 만남은 누구라고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낮선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설령 지나다가 우연찮은 시비에 휘말려 싸웠어도 알 수 없는 얼굴들이 되고 말았지만 윤곽만은 그 때 그 얼굴 조그마한 아이들 얼굴이 되어 두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가는 것은 세월인데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그냥 둘 것이지 어쩌시려고 얼굴에는 터덕터덕 때 묻음과 감자밭에 골 같은 깊은 주름을 만든 걸까?
한참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 서로 의논하다 보니 부산역에서 여행하시는 분에게 차편을 제공하시는 승합차 기사 분께서
“상시 호객을 하시는 것 같다.”
발 노릇을 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 일행 16명은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는 제주도의 올레길 같이 송도 볼레길이 만들어져있었다.
“아름답고 볼 것이 많은 곳에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든 길인데 제주도 올레길이 처음이며 부산은 볼레길이라 하며 또 다른 곳은 둘레길 이라고도 이름 지은 곳도 있다.”
바다를 끼고 있고 또 옆에 공원도 함께 갈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에 그러자며 송도를 향해 달렸다.
각자 느낌은 다 다를 것이지만 바닷바람은 훈훈하고 3월의 햇빛은 따사롭고 지나가는 도시의 집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푸르고 크고 작은 배들은 한가로웠다. 하늘을 보고 또 바다를 보고 저 멀리 보이는 하늘 맛 닿은 수평선도 파-란, 그 어릴 적 고향의 하늘을 생각하면서 동행의 즐거움을 힘께 나누는 또래
어릴 때로 돌아가 열여섯 명은 함께 뛰어놀던 옛날 그 희야도 자야도 정녕 마음 가득 즐거움을 가졌나 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은 아니었습니다. 공사 관계로 볼레길을 들어갈 수 없어 혹 출구 쪽은 들어갈 수 있을까 하여 반대쪽으로 갔어나 역시 들어 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인근 공원을 함께 산책하기로 하였다.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거닐면서 지난 세월의 간격을 메우는데 더 큰 동행의미가 있었다. 해야 할 것이다.
저 멀리 바다 건너 남쪽으로부터 훈훈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바위 사이사이에서 긴 겨우내 잠을 자는 새싹에게 지축을 흔들며 뾰조록 고개 내밀라 충동질하니 봄은 암남공원 여기저기에 벌써 와 있는 것이다.
새들의 노래 소리 즐겨들을 여유도 없이 시간은 우리들을 또한 장소로 이동을 재촉하고 숲 속 산책에서 오는 피로는 시장기를 가져와 그 유명한 자갈치 시장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소주에 푸짐한 광어 도다리 우럭 또 머더라? 회 안주는 식도락이 아니더라도 감칠맛 나는 먹을거리이었으며 더욱 친구들과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는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과거인 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 나는 살면서 많이 사기도 하고 또 얻어먹기도 하였지만 여러 음식 가운데 맛이 좋고 양이 오늘 같이 푸짐하여 맛난 음식을 남겨 두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자갈치 시장을 뒤로하고 우리들 일행은 유엔 묘지를 방문하여 먼 이국땅에서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병사들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빌었으며 묘지는 참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혹 멀리 이국에서 사랑하는 이의 무덤을 찾은 이방인에게 이 아름다운 공원묘원이 다소의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차를 타고 바다 가운데를 가로질러 해운대와 광안리를 있는 광안대교를 따라 해변 60층의 마천루가 된 빌딩의 숲을 바라보면서 동백섬에 도착하였습니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구경하고 달맞이 길 아침이면 해 뜨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을 지나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젊은 한때 반여동 어느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그 어려운 산업화의 초창기에도 여름이면 종업원을 위해
이 송정해수욕장에 바다 휴양소를 마련하여 많은 사원들이 가족과 함께 쉬며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곳에 한 사람의 관리 담당자로 봉사자로 이리 띄고 저리 쫓던 기억이 다시금 젊은 한때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잠시 옛날을 생각하며 백사장을 거닐 사이도 없이 우리 일행은 다시 시내에 들어와 수정동 뒤 골목 음식점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부산역을 향해 더러는 걷고 더러는 택시를 타고 어떤 친구는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였다.
우리들은 역 대합실에서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4월 말 가까이 어느 날 다음 동기생 모임 시 다시 상면을 약속하며 즐거운 만남의 막을 내렸다.
함께한 오늘 하루 일정을 우리들은 50년만의 만남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사이사이 만남도 있었습니다만 삐걱거렸고 흔들려고 혹 가다가 길이 엇갈렸습니다.
서로서로 만날 수 있는 날들이 있었습니다만 또 개개인으로 보면 오늘 이 처음인 서로 만남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친구들 오랜 세월 잘 살았습니다. 그리고 주저 없이 흔들림 없이 환대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돈도 많이 섰습니다. 특히 생업을 두고 하루 종일 함께한 친구에게 더욱 감사한 말씀드립니다. 객지에서 네 분 친구들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도 자주자주 서로 만나 도우고 의지하며 서로 힘이 되어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친구들이여! 내내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