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10년 만의 귀환, 1020마력 슈퍼카로 돌아온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윤성 기자입력 2023. 6. 13. 08:31
지난 2012년 출시 당시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제로백을 기록한 자동차였던 모델 S가 10년 만에 1020마력 슈퍼 전기차로 돌아왔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드디어 한국에도 페이스리프트된 테슬라 모델 S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아, 테슬라에서는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와 같은 용어를 업데이트로 정의하니, 업데이트 모델이라 칭하는 게 맞겠다. 신형 모델 S는 국내 시장에 일반 모델과 플레드 모델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그중에서도 이슈가 되고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차는 단연 1020마력 고성능을 자랑하는 모델 S 플레드다.
사실 말이 1000마력이지 출력에 대한 이야기가 몸으로 잘 와닿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으레 고성능 자동차 중에서도 높은 출력을 자랑하는, 우리가 흔히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라고 부르는 고성능 라인업도 잘해야 출력이 600마력에서 800마력 언저리이기 때문이다.
해당 출력을 만드는 데까지도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또 이런 차들이 가격이 만만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저렴한 모델도 기본 3억 대를 넘어가야 하며, 플레드와 동급인 1000마력 대의 내연기관차를 사려면 차급이 부가티 급으로 넘어가야 하며 가격도 10억 이상으로 상승한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그런데 테슬라는 모델 S 출시 후 고작 10년 만에 1020마력의 출력을 달성했다. 그것도 1억 원 대의 가격 선에서 말이다. 과거에는 슈퍼카와 같은 초고성능 자동차를 경험하는 것이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게 됐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이번에 만나게 된 테슬라 모델 S 플레드는 3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전 세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스포츠 세단형의 외관은 0.208에 달하는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으며,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거의 같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대신 테슬라에서는 자동차의 외형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실제 외관을 살펴봐도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아진 느낌이 든다. 특히 예전부터 지적받아 왔던 단차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존 모델은 후드와 펜더 등 단차가 맞지 않는 곳들이 존재해 완성도 면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모델 S의 것은 완성차 브랜드 제품과 비견될 정도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렁크와 트렁크, 도어에 마감된 실링의 질도 좋아졌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반면 실내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변화했다. 각 필러 및 천장 등의 공간은 스웨이드로 마감돼 고급감을 살렸고, 대시보드와 시트는 실내 분위기와 대비되는 화이트 톤으로 디자인해 화사하면서도 미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택사양으로 추가할 수 있는 요크 스티어링 휠이다. 요크 스티어링 휠은 위쪽의 그립이 없는 스티어링 휠로, 대부분의 스티어링휠이 원형 또는 타원형인 것과 달리 직사각형 모양에 가깝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처음에는 위쪽 그립이 없어 손이 잠시 방황하기도 하지만, 스티어링 휠 자체는 1시간 안으로 금방 적응된다. 신기한 점은 본래 칼럼식으로 배치됐어야 할 방향지시등도 스티어링 휠에 터치 방식으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자리 잡은 이 버튼들은 햅틱 기능을 지원해 누를 때의 이질감은 없지만, 생소한 방식이라 손에 잘 익지 않았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센터 디스플레이는 테슬라의 UI를 적용해 테슬라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토파일럿과 FSD를 비롯한 차량 내 편의·안전 기능부터 와이퍼를 켜는 기능은 물론, 심지어 프렁크와 글로브 박스를 여는 것까지 모니터를 터치해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변속 기능도 모니터 좌측에 배치돼 주행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길게 터치해 사용할 수 있다. UI는 과거와 거의 다르지 않지만 터치 시 반응속도는 기존 모델보다 크게 빠릿해졌으며, 차선 변경이나 정차 시 켜지는 카메라의 화질이 굉장히 선명하다.
모니터 아래에는 휴대폰 두 개를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 포트가 배치됐다. 오디오의 음질도 음질과 출력이 수준급이다. 고급 차에 들어가는 브랜드 사운드 시스템 못지않다. 엔진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이 없으니 음질이 더 좋게 들리는 느낌이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간단히 외관과 실내를 살펴본 뒤에는 주행 질감을 느껴보지 않을 수 없다. 운전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계기판 화면에 테슬라 카드키를 운전석 쪽 휴대폰 충전기에 대라는 신호가 송출된다. 카드키를 충전 포트에 놓으면 곧바로 시동이 걸리며 주행할 준비가 됐음을 알려온다.
모니터 좌측에 배치된 변속 화면을 터치해 위쪽으로 마우스를 드래그하듯 터치했다. 그러자 변속단이 D로 변경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기존 내연기관차나 여타 전기차 브랜드 모델처럼 자동으로 앞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모니터로 다시 손을 가져가 주행 모드를 살펴보니 컴포트 모드로 설정돼 있다. 이를 확인한 뒤 페달을 지그시 밟았더니 고급 세단을 탄 듯 부드러웠지만 출력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발끝에 전해지는 미트감도 고급 세단의 것을 닮았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주행하기 딱 좋은 세팅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무거워지며 승차감이 단단해진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차체도 조금 더 아래로 내려앉는 느낌이다.
컴포트 모드에서 했던 것처럼 페달을 밟자 급격히 가속되며 속도계가 빠르게 높아진다. 공차중량이 분명 2톤이 넘을 텐데 차의 무게가 갑자기 가벼워진 느낌이다. 여기서 한 단계 허들을 높여 플레드 모드로 변경하자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무거워진다.
제로백 테스트를 위해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운 뒤 론치 모드를 작동시킨다. 모니터에서 간단히 론치 모드를 실행하고 왼발로 브레이크, 오른발로 액셀 페달을 밟아줬다. 이후 브레이크를 떼자 전륜과 후륜에 탑재된 트라이 모터가 1020마력의 힘을 곧바로 발휘한다.
이에 차체가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간다. 직접 발을 대고 속도를 올리는 느낌이 아닌, 발사되는 로켓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출발과 동시에 몸도 중력에 눌린 듯 시트 등받이 쪽으로 크게 쏠렸다. 이렇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번 정도를 실험하니, 각각 2.4, 2.6초의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제조사에서 진행한 완벽한 테스트가 아니었단 점을 생각하면 뻥스펙은 아닌 듯하다. 무게가 2160kg으로 꽤 무거워 서킷을 돌리기엔 무리가 있지만, 공도나 일상주행에서 슈퍼카의 고성능을 대리만족해 보고 싶다면 테슬라 모델 S 플레드가 정답이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그래도 플레드 모드는 자주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행가능거리가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컴포트 모드일 때는 480km 정도를 달릴 수 있었는데, 50km도 달리지 않았는데 80km에 달하는 주행거리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슈퍼차저에서 충전을 진행했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테슬라 전용 어댑터를 테일램프 가장자리의 충전구에 접속한 뒤 다시 운전석에 앉아 이젠 충전이 되길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지루하지 않냐고? 걱정하지 마라.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유튜브와 넷플릭스,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모델로 거듭나며 하드웨어 성능도 더 좋아졌는지, 영상도 끊김 없이 잘 재생됐으며, 테슬라 모델에서 즐길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은 그래픽이 상당히 좋았다. 마리오 카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스티어링 휠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어 게임을 더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었다.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사진 모터매거진 윤성 기자
보통 고성능 자동차는 불편한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편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1020마력이라는 출력이 주는 놀라움이 아닌, 1000마력 대 슈퍼카가 이렇게 편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들 정도다. 만약 포·람·페가 주는 하차감과 헤리티지가 꼭 필요하지 않다면 테슬라 모델 S 플레드도 선택지로 놓기에 전혀 나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021×1987×1431mm
휠베이스 2960mm | 공차중량 2160kg
엔진형식 전기모터 | 배터리 용량 100kWh 변속기
1단 감속기어 | 주행가능거리 474km
최대토크 132.7kg·m | 구동방식 AWD
0→시속 100km 2.1초 | 최고속력 시속 322km
전비 4.3km/kWh | 가격 1억 6999만 원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