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
일본에 가면 꼭 마시고 싶은 것, 알콜 3%짜리 사와. 일본에 가기 전부터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게 사와다. 전날 밤 호텔에 도착하니 취기도 가셨다.
호텔 방에 모여 그날 회계 보고한 후 사와를 마셨다.
어? 이상하다? 전에 일본에서 마셨던 사와는 참 맛있었는데? 잘못 선택했나? 맛이 없으니 사와를 안 마신단다. 그래서 또 내가 다 마셨다. 그리고 잠은 내가 제일 잘 잤다.
둘째 날도 비 올 확률이 60%라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해가 쨍쨍하다.
오늘도 어쩌면 굶을 수 있다는 희미한 두려움에 아침을 엄청 먹었다.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엄청 먹는다.
우에노와 아사쿠사를 가기로 했다.
9시 호텔 출발.
우에노에는 국립박물관을 비롯해서 미술관이 많다.
우에노역 공원출구로 나가니 사람들이 남녀노소 무진장 공원쪽으로 간다. 학생들도 단체로 가는데 오늘이 뭔 날인가.
난 차 멀미는 안 하는데 사람 멀미는 무진장 심하다. 갑자기 정나미가 떨어지는데 친구들은 좋단다.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어딘가 들어가고 싶단다. 사람 없는 곳을 선택하려 해도 감이 안 잡힌다.
멀리서 보니 어디든 다 학생들이 줄 서 있는 것 같다.
무얼 볼까 망설이다가는 시간만 지체되니 내가 도쿄국립박물관 줄에 서 있기로 했다. 그 사이 친구들은 공원을 둘러보겠단다.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진시황제 병마총을 한다. 너네들은 병마총을 봐야 한국어가 아니라 이해가 잘 안 되라고 일러줘도 그곳에 가겠단다.
도쿄 오기 전 우에노에 있는 미술관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지만 딱히 보고 싶은 게 없었다. 인상파전도 이제는 시들하고 보석전은 더욱 그렇고... 그렇다고 병마총을 본들 일본어를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돈만 버릴 텐데...
다만 바로 얼마 전 중국 서안 병마총을 보고 온 분이 은근히 규모가 작아진 듯하다고 한다. 일본으로 병마용을 보내서 그런가? 그러면 볼만할까? 그런 말을 친구들에게 비쳤다. 그 말이 친구들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하여튼 병마총을 보기로 했으니 줄을 서려고 갔다. 아 아. 줄 서있던 학생들이 내가 가자 그때 방금 오신 선생님 따라 다른 곳으로 간다. 줄은 없어져 금방 들어갈 수 있어도 친구들이 없다.
할 수 없이 나는 주변 사진을 찍었다. 숲 햇살이 좋다. 은행나무는 아직 노랗지 않지만 연두색이 이쁘다. 사람들이 나무 사이사이로 지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신나게 셔터를 누른다. 그렇구나. 좋은 햇살을 담을 때 나는 행복하구나.
좀 찍다가 돌아보니 친구들이 온다. 친구들도 그 햇살이 좋은 가 보다. 독사진도 찍고 단체사진도 찍고 중학교 그때 그 소녀들이다. 60다 되가는 여중생들. 결국 거기서 찍은 사진들이 제일 예뻤다.
박물관 상설전은 안 보고 병마총 특별전시 티켓만 사서 들어갔다. 병마용들은 진품이 아니라 복제품이었다. 마이너스 감동. 그래도 다른 유물들은 재미있었다. 역시 사람들이 많아서 그 틈새를 끼고 들어가서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다.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우에노공원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95B3E56592E110A)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82D3E56592E1336)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C023E56592E140B)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EED3E56592E1604)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7103E56592E190E)
![](https://t1.daumcdn.net/cfile/cafe/2542363E56592E1B0C)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0964356592E1D0F)
진시황제 병마용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14D54656592ECB37)
우에노공원에서 아메요코 시장 넘어가는 육교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109784356592E1F05)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A504356592E2115)
박물관을 나와서 우에노 공원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그곳에는 우리나라 남대문시장 같은 아메요꼬 시장이 있다. 거기를 통과해 다케야 할인 마트를 갈 생각이다. 그곳에서 내 가이드 능력이 들통났다.
내 경험으로는 도쿄에서 돈키호테나 다케야가 물건이 가장 싸다. 한 번은 쇼핑해야 하니 다케야에서 쇼핑하기로 했다. 저녁 무렵 호텔 들어가기 전에 쇼핑하면 좋겠지만 동선이…
다케야에서 그만 친구들이 흩어져버렸다. 산 물건들 면세 받는다고 돌아다니다 면세도 못 받고 시간만 낭비했다. 젠장. 한 빌딩 안에서 산 물건들은 얼마 선까지는 면세해준다고 하더니 일부는 소모품이라고 안 된단다.
하여튼 오후 1시가 넘어서 다케야 쇼핑을 마쳤다. 우동 먹고 싶다는 친구가 있다. 주변에 우동 가게가 없다. 그냥 가까운 식당 야히코에 들어가기로 했다. 야히코는 니이가타현 어느 지역 이름이란다. 점심 특선인데 회와 굴튀김이 나온단다. 회는 신선하고 맛있었는데 굴튀김은 너무 튀겨서 맛이 별로였다.
아메요코시장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6FFC4456592FA437)
야히코 식당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77A14456592FA637)
오후 2시에 택시를 타고 아사쿠사로 넘어갔다. 점심 먹기 전까지 아사쿠사 간다는 것을 완전 잊고 있었다. 여행사하는 친구가 일러줘서 그때서야 생각났다. 오~ 역시 일하는 친구는 다르다.
다케야에서 아사쿠사까지는 가까운데 전철 타고 가려면 빙빙 돌아야 한다. 게다가 쇼핑한 물건들까지 있다.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비는 1,000엔.
아사쿠사에 가니 우에노 박물관보다 사람이 더 많다. 센소지까지 가는 길에 즐비한 가게들. 이번에는 친구들과 각자 둘러보고 시간을 정해서 만나기로 했다.
아사쿠사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9794456592FA739)
![](https://t1.daumcdn.net/cfile/cafe/2629884056592FAB04)
![](https://t1.daumcdn.net/cfile/cafe/2329604056592FAC12)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CA24056592FAD14)
![](https://t1.daumcdn.net/cfile/cafe/250AA74056592FAF06)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E884056592FB00E)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CBB4056592FB206)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0473F56592FB602)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8583F56592FB83C)
![](https://t1.daumcdn.net/cfile/cafe/211CF83F56592FBA04)
![](https://t1.daumcdn.net/cfile/cafe/271DFA3F56592FBD04)
![](https://t1.daumcdn.net/cfile/cafe/2314F23F56592FBE36)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97B3F56592FC00B)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F263E56592FC21C)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9D83E56592FC40F)
![](https://t1.daumcdn.net/cfile/cafe/226CFD3E56592FC60D)
![](https://t1.daumcdn.net/cfile/cafe/254C023E56592FC710)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96B3E56592FC901)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EED3E56592FCB09)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A1B3E56592FCD0D)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C8B3D56592FCE07)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5D93D56592FCF10)
친구들을 만나 몬자야키를 먹으러 갔다. 언젠가 다른 친구들과 몬자야키는 오코노미야키 같은 부침개다 아니다라고 토론한 적이 있다. 아사쿠사에 왔으니 몬자야키를 안 먹을 수 없다. 먹고 나서도 부침개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답을 낼 수가 없다.
몬자야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51A4456592F9E38)
![](https://t1.daumcdn.net/cfile/cafe/262D904456592FA025)
몬자야키를 먹고 150년 됐다는 가게에서 오비 위에 매는 허리띠를 하나 샀다. 그곳에서 만드는 수제품은 엄청 비싸서 싸구려 기계제품으로. 나중에 생각하니 기계제품은 꼭 거기서 안사도 되는데 왜 거기서 샀는지 모르겠다. 기계제품을 150년 된 유서깊은 가게에서 샀다고 자랑할 수도 없는 노릇을.
오후 5시 긴자는 가봐야 한다는 의견에 긴자에 가기로 했다.
긴자역 로커에 짐들을 맡기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디를 가야 하나. 낮이라면 아니 우리가 좀 생생하다면 긴자에서 니혼바시로 아니면 가부키극장에서 쓰키치시장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밤이라 좀 난감하다. 그냥 맛보기만 할 수밖에 없다.
긴자의 상징 시계탑 백화점 와코를 가기로 했다. 와코백화점은 시계로 유명한 세이코에서 경영했던 백화점이다. 소량만 만들어내는 고급브랜드를 취급하기로 유명하다. 빠른 속도로 아이쇼핑만 했다.
와코백화점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E8C4456592FA10D)
와코를 나와서 가부키극장 쪽으로 걸어갔다 오기로 했다. 은근히 친구들이 지친 기색이다. 가는 걸 포기했다. 건너편 미쓰코시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각자 1,000엔 내지 1,500엔 한도에서 마감 할인하는 먹을 거리를 사서 호텔에 가지고가 먹자는 미션을 주었다. 어쩌면 초밥을 반값에 살 수도 있다는 뻥도 좀 쳤다.
그런데 둘러보니 할인할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시간이 7시도 안 됐고 사람들이 엄청 많아 할인하기도 전에 다 팔릴 것만 같다. 그럼 할인 안되는 거라도 사보자고 했다. 친구얼굴들이 시큰둥하다. 피곤한데다 무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단다. 또 백화점 거는 맛있었던 적이 없었단다. 내가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다른 친구들과 해봤는데 모두 성공했다고 해도 통과되지 않는다. 내 눈에는 보통 음식점에서는 안파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수두룩한데도. 다들 의견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밖으로 나오니 한 친구가 우동을 먹고 싶단다. 긴자 사거리에서 우동 파는 가게를 어떻게 찾나. 뒷골목으로 가야 하는데. 다리 아파서 우동가게를 찾아 헤매고 다닐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백화점으로 다시 들어가 식당가로 갔다. 수제 우동을 판단다. 우동 정식이 2,500엔. 더 이상 말 안 하겠음. 그렇다고 삐진 건 아님.
2,500엔짜리 우동정식. 특히 수제로 유명한 집이라 비쌌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2624456592FA22C)
호텔에 오니 밤 9시다. 그날 회계 보고 겸 수다 시간이다. 쏟아지는 잠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난 자고 친구들은 더 떠들다 12시 넘어 지네들 방으로 갔다. 어디를 가나 이놈의 잠이 문제다.
첫댓글 이만오천 원짜리 우동 맛있나요? 너~무 비싸네요...
그래도 재밌었겠당^^
그런대로 맛은 있었는데 역시 비싸요 ㅠㅠ
도쿄 향토음식은 미꾸라지라는데 그걸 못 먹었네요.ㅠㅠ
그 친구분들 실수하셨네요. 백화점 반값세일 초밥과 맥주가 얼마나 맛있고 재밌는지 경험해 볼 찬스를 놓치셨엉~~
긴자 미쓰코시 백화점 반값세일을 노리려면 더 늦게 갔어야 했나 봐요.
긴자에는 맛집들이 많은데 그 검색을 못하고 가서 좀 안타까웠어요.
아, 목적지 역출구를 반드시 검색해서 가야 시간 낭비가 안 된답니다.*^^*
우에노 공원을 돌고 아메요코 시장 들렀다가 갓파바시 도구거리를 지나 센소지까지 걸어서... 그날의 미친 열정이 그립기만 합니다.
그나저나 얼마나 대단한 우동이길래 그리 비쌌을까요?
긴자 자리값이겠지요.
갓파바시 얘기는 아예 안 꺼냈답니다. 가자고 할까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