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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반하다 임은성 대표. 그는 자영업자들과 상생을 꿈꾸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로열티·가맹비·보증금·교육비 없는 4무無 정책 |
임은성 대표가 커피에반하다를 창업하면서 도입한 4무 정책은 당시 업계에서는 파격이었다. 지금은 4무 정책을 시행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당시에는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곳밖에 없었다. 임 대표는 "대다수 가맹주가 생계를 위해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다. 사업 초기부터 이들에게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할 수 없었다. 본사가 조금만 수익을 줄인다면 가맹주들이 쉽게 생존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커피에반하다는 상담부터 상권 분석, 교육비, 인테리어(10평 이하)까지 모두 무상으로 지원한다. 상담과 교육은 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창업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가맹주를 달래고 신뢰를 주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이들을 만나 상담한다고 임 대표가 말했다. 초창기에는 인테리어도 임 대표가 손수 했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이 되면 퇴근하고 가맹점으로 달려가 공사했다. 차로 목재 자재를 실어 나르고 직접 주방을 시공했다. 대표이사가 일일이 창업주를 만나 모든 제반 사항을 챙기니, 가맹주들이 회사를 신뢰하게 됐다."
임 대표는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본사와 가맹주가 좋지 않은 관계로 변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가맹점을 도와야 할 영업 직원들이 오히려 가맹주들을 괴롭혔고,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본사와 가맹주 관계를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맹점은 영업에만 집중하고 본사는 필요한 재료와 서비스만 제공하는, 각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구조다. 그 외에는 본사가 가맹점에 불필요하게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 임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이런 구조를 도입하니, 지금까지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초기에 직접 대표이사가 창업 상담을 하는 방식도 도움이 됐다. 대표가 창업주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여러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예비 창업주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다 가맹점으로 전환하려는 자영업자, 자본금이 부족해 개점을 망설이는 창업주, 아이가 성장해 다시 사회 활동을 시작해 보려는 경력 단절 여성 등 하나같이 생계의 최전선에 몰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창업주들과 상담할 때마다 마음이 약해져서 혼났다. 창업금을 일부 유예해 받기도 하고, 사비를 털어서 대여해 준 일도 많다. 사연은 저마다 다양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분들이었다."
그랬던 창업주들이 이제는 수익이 좋아져 빌린 돈도 다 갚고 2~3개씩 매장을 운영하는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임 대표는 "정기 가맹주 모임에서 그분들을 보면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4년 전, 경기도 인천에서 매장을 개업해 지금까지 3개 지점을 운영 중인 한 점장은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아이를 키우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4무 정책 덕분에 큰 부담 없이 매장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가 모든 사항을 직접 챙겼기 때문에 매장 이해도가 높고 소통이 잘된다"고 했다. 특히, 인테리어나 메뉴, 영업시간 등에 간섭하지 않고 자율권을 보장해 줘서, 가게를 운영하기 편했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점장도 "창업 설명회에서 대표가 직접 강연하는 걸 보고 신뢰감이 들었다. 회사에서 사업자들을 신경 쓰고 배려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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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하고 있는 임 대표. 그는 초기 창업 설명회부터 상권 분석까지 손수 진행했다. 사진 제공 커피에반하다 |
한국여성인권진흥권과 업무 협약 |
가맹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임은성 대표는 오랫동안 관심을 두었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다. 교회에 다니면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왔다. 임 대표는 지인 소개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이곳과 연계된 취약 계층 여성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가맹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하는 이들은 카페를 개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다시함께상담센터 등 여성 지원 단체와 함께 활동하면서, 한국 사회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취약 계층 여성들은 성매매 피해자, 가출 청소년, 가족 해체를 경험한 결혼 이주 여성 등 저마다 처지가 다양하다. 이분들을 위한 도움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의가 꼭 좋은 결실을 낳는 건 아니다. 채용된 이들 중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이도 있다. 임 대표는 "아무래도 오랜 기간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니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장기간 이들을 돌보고 지원하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을 하는 시민단체가 열악하고 인력이 부족하다. 이들을 돕는 기업과 교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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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표가 2017년 동계 점주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께서 정직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가장 원하신다 생각한다. 사진 제공 커피에반하다 |
임은성 대표는 출근할 때마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기업인이 되기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 뜻에 어긋나면 언제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다짐해야지 마음을 지키게 된다. 거래처에 돈도 제때 주고, 가맹주들을 괴롭히지 않고, 직원들과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독교 기업을 표방하는 일부 회사는 사내에서 예배와 기도 모임을 운영한다. 때로는 하청 업체 갑질과 직원 임금 체불 등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기독교 기업이 맞나 싶기도 하다. 임 대표는 기독 경영인들이 종교를 내세우기보다, 상식 수준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굳이 기독교 기업을 내세우고 사람들 앞에서 신앙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일이 좋은지 나쁜지는 가슴이 안다.' 힘든 사람을 보면 기꺼이 돕고 싶고, 정직하고 바르지 않은 일을 하면 양심에 찔리는 건 누구나 똑같을 것 같다. 마음처럼 행동이 어려울 뿐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에게 원하는 것도, 교리를 전하는 것보다 본이 되는 삶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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