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세단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송지산 기자입력 2023. 7. 4. 14:05
GM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외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은데 이어 최근에 새로 나온 트랙스 크로스오버까지 연타석 홈런이 터지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판매실적에서도 지난 4월 기준 41,233대로 2020년 12월 이후 월간 최대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작년 같은 달 대비 108.4% 증가했으며 10달 연속 작년 같은 달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을 정도여서 한동안 GM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최선두에서 이끄는 것은 가장 최근에 나온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아닐까. 지난 4월 국내 출시에 앞서 사전계약 1만 대로 좋은 출발을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출시 직후 미디어 시승행사가 진행되어 차량을 살펴보긴 했으나 시간이 짧아 가볍게 맛만 본 정도에 그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개발진과의 간담회를 포함한 시승행사가 진행되어 지난 29일 서울 강남에 마련된 하우스 오브 지엠을 방문했다.
행사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개발한 엔지니어들과의 간담회부터 진행됐다. 한국 엔지니어링 센터 소속의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와 이준일 엔지니어,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가 합류했으며, 시차에도 불구하고 미국 본사에서 사바나 타이슨 엔지니어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하며 높은 열정을 보였다. 이렇게 간담회에 모이는 것도 각자의 사정이나 시차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쉽지 않은 일인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 역시도 이런 어려움이 존재하나 GM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개발 과정이 아닌, 3D 공간에서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이용해 개발이 이뤄져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개발을 위한 협업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개발 과정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남은 가장 큰 숙제인 전동화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향후 세계 곳곳에 위치한 GM 엔지니어 센터들이 협력한 결과물들이 다양한 전기차의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된 차량이라면 그에 걸맞은 내용물과 성능이 필요하다. 우선 편의성 면에 대해 사바나 엔지니어는 “차량의 디자인과 승차감, 핸들링 등을 세밀하게 조절해 소음과 진동을 줄였으며, 커넥티비티를 강화해 고객들이 스마트폰 등을 빠르게 연결해 차에 타서 바로 운전을 시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성능적인 면이 전 세계 시장에 대응하는지 검증하려면 그에 걸맞은 지역에서 극한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준일 엔지니어도 이 부분에 대해 소개하며 “애리조나의 사막은 물론이고 콜로라도에선 4,000m가 넘는 높은 산에서 차량의 성능을 검증했으며, 눈이 오는 상황과 영하 40도의 극한 상황에서까지 차량 품질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또한 주요 판매처인 한국과 미국 양쪽 모두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과정을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한미 시장 모두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은 건 물론이고,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자매차인 뷰익 앙코르 GX가 J.D파워의 IQS(신차품질검사)에서 호평받는 등 GM이 쏟아부은 노력에 대한 결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뒤이은 질의응답에서는 차량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먼저 파워트레인에 대한 질문에 대해 “1.2L 터보 엔진을 탑재했는데, 이를 통해 연비와 성능을 두루 갖춘 건 물론이고, 밸런스 샤프트를 적용해 엔진 소음이나 3기통 특유의 진동을 억제할 수 있었다”며 “여기에 동급에서는 흔하지 않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를 통해서도 상당한 소음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엔 한국 시장에만 적용된 스페셜 옵션, 전동 트렁크, 오토홀드, 통풍 시트 등이 기본 적용됐는데, 이에 대해 에드워드 수석 엔지니어는 “이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설계됐고, 개발진 역시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시장을 이해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준일 엔지니어 역시 “이런 옵션들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국에서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기준을 높게 잡아 한국 고객 뿐 아니라 미국 고객까지도 기대치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로드 노이즈, 핸들링, 안정성 등을 다양하게 감안해 세팅을 맞춰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를 마쳤으니 이제 시승할 차례다. 그러나 이날 아침부터 굵게 뿌리는 빗줄기는 영 거슬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안전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해보기로 하고 도로로 나섰다. 가장 먼저 와닿은 건 소음을 잘 차단했다는 점이다. 시승 내내 상당한 비가 뿌리는 날씨였지만 동승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날 많은 비 예보에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줄어 규정속도까지 달릴 수 있는 구간들이 있었는데도 외부 소음에 대화가 끊기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여기에는 ANC 기능도 한 몫 했지만, 비소리까지 잘 걸러내주는 점에서 기본적인 방음 대책이 잘 세워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워트레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1.2L E-터보 프라임 엔진이 6단 변속기와 함께 탑재되어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성능을 내는데, 준중형 차급에 기대하는 수준의 충분한 가속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등의 추월에서도 답답하지 않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이날 용인 에버랜드 주변 와인딩 코스를 달릴 기회도 주어졌는데,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고도 오르막 코스들을 무리 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날씨가 좋았다면 차를 더욱 밀어 붙여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비 오는 날씨에는 그저 안전이 최선이라 규정 속도 이내에서 실력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놀라웠던 건 서스펜션 세팅이 꽤 절묘했다는 점이다. 세단에 비해 차체가 높은 크로스오버의 특성을 고려하면 와인딩 구간에서는 좌우로의 쏠림, ‘롤(roll)’이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생각보다 롤이 적어 와인딩 구간에서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아 다음 코너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노면 요철 등으로 인한 진동이나 충격을 잘 걸러내기 때문에 기본적인 승차감도 우수했다.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뒤 서스펜션에 멀티링크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토션 빔 방식을 적용했음에도 이 정도 승차감을 구현한 것이 놀라웠다. 이 점에 대해 “서스펜션은 아키텍처와 섀시의 강성이 중요한데, 차량에 맞춰 세팅이 잘 적용됐다. 여기에 GM의 오리지널 능력, 섀시를 통해 승차감과 핸들링을 조정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 차종 대비 승차감을 높일 수 있었다”고 엔지니어들은 설명했다.
실내의 많은 요소들도 기존 쉐보레 차량들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예전같으면 기본 내비게이션이 탑재되고 여기에 보조적으로 커넥티비티 기능이 적용됐으나, 트랙스 크로스오버에는 기본 내비게이션을 과감히 삭제하고 커넥티비티 기능만 넣어놓았다. 대신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무선 연결 기능과 무선 충전 패드 등을 더해놓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연결 속도도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미리 한 번 연결해놓았다면 시동을 걸자마자 곧바로 쓸 수 있을 정도라서 기본 내비게이션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번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대해 ‘같은 차급의 트레일블레이저가 있는데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가 세단보다는 SUV 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SUV 쪽을 선호하는 고객이라면 트레일블레이저를, 그렇지 않은 고객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쉐보레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다양하면 좋은 일이니 말이다. 여기에 다운사이징 엔진의 낮은 배기량 덕분에 자동차세나 연비 등 유지비 또한 적고, 넉넉한 공간에 높은 시야까지 갖췄으니, 생애 첫 차를 구입하려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원한다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충분히 후보 리스트에 올릴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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