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르완다 5000르완다프랑, 마운틴고릴라(Gorilla beringei beringei)
르완다 500르완다프랑 지폐 속 마운틴고릴라.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뉴스펭귄
동부고릴라의 아종인 마운틴고릴라는 멸종등급 '위기(Endangered, EN)'로 등재된 동물로, 5000르완다프랑에 그려져 있다.
마운틴고릴라의 터전은 농경지나 불법 방목지로 사용돼 서식지를 점점 잃어갔을 뿐 아니라 대나무, 광물, 꿀, 물, 땔감 등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고 말았다.
결국 휴식처도 음식도 부족해진 고릴라들이 옥수수와 바나나 농장의 작물을 훔쳐 달아나자, 주민들은 고릴라를 안전과 생계를 위협한다고 여겼다.
이에 르완다,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마운틴고릴라 보호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1990년 후반부터 국립공원 내 고릴라 생태관광을 진행 중이다.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고릴라 보존에 사용해 현재 마운틴고릴라의 개체수는 1000마리로 늘어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생태관광으로 인해 고릴라가 질병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에선 관광객 수와 방문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고릴라에게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르완다는 마운틴고릴라를 국가 상징으로 삼아 여권, 외국인 비자 서류, 지폐에 새겨 넣었다.
6. 필리핀 1000페소, 필리핀수리(Pithecophaga jefferyi)
필리핀 1000페소 속에는 필리핀 국조인 필리핀수리가 그려져 있다. (사진 The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
필리핀에서만 서식하는 필리핀수리는 현존하는 독수리 중 가장 큰 종으로 멸종등급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돼 있다.
필리핀수리를 위협하는 포식자는 없지만, 벌목과 채굴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돼 2015년 기준 6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또 새끼와 아성체는 덫이나 총에 의해 사냥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필리핀에선 필리핀수리를 사냥할 경우 1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개입이 없다면 필리핀수리가 이른 시일 내 멸종할 것으로 보고, 1969년부터 인공번식 등 보존사업을 시행 중이다.
필리핀 정부는 화폐는 사람들이 자주 보는 물건인 만큼 해당 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2년부터 5000페소에 필리핀수리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지폐에 새겨진 필리핀수리는 통찰력과 자유, 힘을 상징한다.
남예진 기자 202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