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의 귀족적인 기품과 기생충 같은 면 ◎
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이 꽃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습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난의 몇 가지 종류는 정글에서 자라나던 식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글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이 꽃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빛을 받아야 하고 뻗어나갈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정글의 밑바닥에 있으면, 나무들과 키 큰 식물들의 무성한 잎에 가려 햇빛을 받을 수가 없다. 게다가 지면 바로 위에서는 순식간에 자라나는 잡초들 때문에 난은 숨이 막혀버리고 뻗어나갈 공간을 찾지 못할 것이다.
기품 있는 난꽃을 보고 찬사를 보내듯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난의 어척스런 생존 능력에도 우리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햇빛과 뻗어나갈 공간을 찾기 위하여 난은 키가 큰 정글 나무들의 가지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쉬워 보이지만 난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물을, 얽히고설킨 나무 꼭대기까지 빨아올릴 수가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난의 세포 속에는 공기로부터 필요한 수분을 빨아들이는 작용을 할 수 있는 특수한 세포가 생겨났다.
또한 난의 생존을 도와주는 동반자나 하인의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박테리아라고 알려진 이 단세포 식물은 난의 뿌리에 붙어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식물들이 없이, 또 난이 기생충처럼 붙어사는 나무들 없이 귀족 같은 자태를 뽐내며 난은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엄격하게 이야기해서 원숭이가 나무에서 살 듯이 이렇게 사는 난을 기생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무에서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않는 난에 비해서 나무 열매를 따먹는 원숭이가 더 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햇빛이 더 잘 들어오고 습기가 많은 이층집에 살고 있는 정도로 여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