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5.12.20 18:52 52' / 수정 : 2005.12.20 18:54 58'
영화 ‘아일랜드’는 인간복제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작이다. 첨단 시스템과 시설을 갖춘 수용소에 말쑥하게 차려 입은 수많은 선남선녀들로 가득하다. 극중 주인공인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를 비롯한 수백 명의 수용자들은 자신들이 최후 생존자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영위한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하나하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지만, 그러나 불평불만이 없다. 한 가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에게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약속의 땅 ‘아일랜드’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었던 것. 하지만 아일랜드 같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 김시무·영화평론가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실은 진짜 인간들에게 장기(臟器)를 제공하기 위해 배양된 클론(즉 복제인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요컨대 현실의 인간들이 스폰서가 되어서 거액을 지불하고 자신에게 장기 및 특정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들을 대량 생산해왔던 것이다. 이른바 맞춤형 복제인간인 셈이다. 경악스러운 음모를 간파한 링컨과 조던은 수용소를 탈출하여 복제를 의뢰한 자신들의 스폰서를 찾아 나선다는 얘기였다.
지난 8월 이 영화를 보고난 직후 황우석 박사팀이 동물 가운데 가장 까다롭다는 복제개 스너피를 만들어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래서일까? ‘아일랜드’의 섬뜩한 이야기들이 남 얘기 같지만은 않았다. 한데 요즘 맞춤형 줄기세포에 대한 진위논란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황당무계한 픽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