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새로운 도약
송경숙
올해도 어김없이 바쁘게 지나갑니다. 사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 볼 시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 내린 비와 찬바람에 제 색깔을 드러내는 나무들처럼 말입니다. 남편의 발령으로 번갯불에 콩 볶듯 일주일 만에 울산에서 당진으로 이사를 한 2월. 그때만 해도 앙상한 가지만 있어 너는 이름이 뭐니? 너는 어떤 나무니? 꽃이 피면 반갑다 이러면서 여기에 대해 알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예쁜 여자 아이를 돌보는 일도 하고 코로나 시국에 눈물바람으로 보낸 작은 아이도 제대해 오고 여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갔습니다. 그 와중에 6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여행할 날이 다가 왔습니다.
같이 준비해 오던 한 회원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갈 수 없어 대전에서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며 지낸 1박 2일이 참 좋았습니다. 대전도 깊은 역사가 숨어있는 곳이라는 걸 알았고 거기서 먹은 멘보샤도 일품이었습니다. 그렇게 갈 수 없는 회원 몇 명을 두고 떠난 포르투칼, 스페인 여행. 맨날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 뛰어 다니며 살던 우리는 조금이라도 예쁘게 하고 나오면 서로의 모습에 칭찬하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들의 문화는 약탈과 전쟁으로 이룬 제국주의적 식민문화였지만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문화가 섞여 이룬 독특함이 아름다웠습니다. 식문화도 흥미로웠습니다. 대항해 시대에 즐겨 먹었다는 대구 요리는 바다와 태양의 맛이 나는 듯 했습니다. 수도원의 수녀들이 계란 흰자로는 수녀복 풀 먹일 때 쓰고 남은 노른자로 에그타르트를 만들어 먹은 것에 유래가 된, 1837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파스테이스 드 벨렝에서 먹은 에그타르트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퍽퍽한 고기와 감자튀김, 딱딱한 빵은 몸에 좋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먹기 힘들었습니다. 곁들인 토마토야채샐러드가 없었다면 명치에 걸릴 것 같았습니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퍽퍽하기만 하면 숨도 쉴 수 없겠지만 샐러드처럼 곁들이는 것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런 양념 역할이 여행이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이국의 땅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엉덩이춤이 절로 춰지게 하는 신나는 일입니다. 어떤 시인이 ‘여기에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말입니다.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나를 만나러 왔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행복해야 할 것입니다.
알랭드 보통이 존 러스킨의 말을 빌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사진을 찍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말 그림’이야말로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시로 써서 ‘여행시 특집’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여행을 위해 상반기부터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작품을 써 놓고 가야 다녀와서 문집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쓸 것이 많아 올해도 어김없이 마감일을 넘기고 시간에 쫓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즐거운 비명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풍향계가 돼 주고 있습니다.
리스본의 빠베가 깔린 길을 달릴 때처럼 웃기도 하고 덜컹대기도 하겠지만 깔사다 문양처럼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수놓기 위해 애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눈에 선한 올리브 밭과 돈키호테 나라의 들판에 펼쳐진 풍력발전기. 그것이 풍차로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또한, 들판 가득 아직 피지 않은 해바라기가 궁금하고 그리울 땐 펜을 들어 쓸 것입니다. 로까곶에서 대서양을 바라 볼 때 그들이 왜 항해를 그토록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은, 그래서 우리의 항해도 계속 될 것이고 위대할 것입니다. 대서양을 향해 나아갔던 그들처럼.
저희 빗살문학 문집을 빛내주기 위해 옥고를 보내주신 이민숙 시인, 조동례 시인, 강회진 시인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저희들 힘을 내 달려 보겠습니다.
날마다 계절마다 돛을 올려야 하는 문학의 길! 돛을 올리는 계절이 올해는 가을이고 겨울입니다. 돛이 열매를 위한 풍어가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또 한 권의 빗살문학 14집이라는 돛이 회원들의 희망이 되리라 생각하며 내년을 기약합니다.
첫댓글 좋네요. 문단나누기가 카페에 올리면서 풀어져버린 거지요? 파일 처리된 대로 편집에 들어갈 테니 그대로 됐구요~~ 초대시인 셋의 이름이 바뀌었네요. 안준철 이민숙 조동례로 수정하면 될 것 같아요.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