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뿔 나무랑 창작아카데미) 2022.02.20
✔백석 시 깊이 읽기, 문체의 특징 2 (응용의 관점에서)/『白石詩全集』/창비
❂제3부의 시를 살펴봅니다.
1.[수박씨 호박씨]
**그 나라는 어진 나라라고 한다. 수박씨와 호박씨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그 씨앗들은 ‘참으로 철없고 어리석고 게으른 마음’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참으로 밝고 그윽하고 깊고 무거운 마음’이라고도 한다. 어찌 호박씨와 수박씨는 그러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키웠을까. 그 마음 안에 ‘아득하니 오랜 세월이 아득하니 오랜 지혜가 또 아득하니 오랜 人情이 깃들인 것’이라고 한다.
아 이런 아름다운 시를 읽은 적이 있었던가!
**백석은 한 알의 씨앗 속에서 평생 근심 안고 살아온 사람의 생, 그러나 그 생의 때(어느 순간이었을 지라도...)는 씨를 혀끝에 물어 까막까치가 되고... ...그리하여 또 하나의 생을 잉태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똥에서 똥으로 한없는 몸의 작용들을 그리면서 대자연을 물들이는 그런 사람의 눈빛에서 쏟아지는 우주적 영감을 받아썼을 것이다. 수박씨 호박씨... 콩 팥 참깨.....(우리 모두에게 주는 시의 원천이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시란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에게 펼쳐지는 하룻날의 풍경을 받아 적는 행위, 사소하고도 궁핍한 하루를 놓치지 않는다면. 그러나 그건 언어적 하룻날일 뿐, 평생 동안이라고 해도 좋은 하루 또 하루 관심 더 큰 관심이 낳은 씨앗임이 분명할 터.)
2.[北方에서 鄭玄雄에게]
3.[許浚]
**사람시의 대표적 작품이다. 두 사람의 친구를 그리며 쓴 시이다. 사람시이면서 추억을 그림처럼 그렸다. 무엇이 잊을 수 없는 시가 되는가. 함께 살다가 헤어지면 남는 그리움은 시의 가장 흔한 소재다. 그가 지칭한 정현웅이나 허준이 더욱 더 귀한 시적 소재는 아니다. 삶의 어느 귀퉁이에서 만났던 사람을 둘러싼 과거의 모든 기억들은 이렇듯 아득한 언어가 된다. 그가 남기고 간 정,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한 많은 사유의 시간들을 붙잡아 쓰고 나면 시는 그와의 추억을 남기고 한 인간이 눈물짓던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우리에게 삶의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객관적 상관물인 것이다. 그 이름, 그 이야기, 그 시절의 풍경들.... 생각나는 대로 받아 적어 보자.
4. [국수]
**말아먹자! 후루룩! 그게 아니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뀅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 ...’ 이 자잘한 언어의 풍경들을 눈여겨본다면, 시의 구성 원리를 금세 깨우치리라. ‘국수’라고 붙여놓은 제목이 참으로 능글맞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국수’란 말인가? 아서라! 백석! 자네 왜 그런가?
**우리가 살고있는 내 둥지의 그 어떤 것을 시의 밑그림으로 그리고자 하는가? 백석은 아마 그런 말을 들려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국수도 좋고 김치도 좋고 사랑도 좋고... ... 그러나 그 많은 대표 언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그네들의 삶, 일상’의 이야기를 벗어날 길이 없다. 백석은 그래서 천재다! 그 화가의 별별별 인상적 이미지를 시에 가득 담아놓는 법을 알고있는! 우리는 언제, 무엇을, 관찰하고, 느끼는, 눈빛으로 이렇듯 구구절절 내 시의 그릇에 출렁이며 담을 것인가?
**우선은 내 살고있는 동네 어귀에 나가서 스케치!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요리의 한 가지를 스케치! 그것이 시의 우주가 되리니... ...그것만이 이미지의 극점으로 마무리 될 것임을 명심하면서... ...
**창작하기 전에 필사하기를 시의 작업으로 앞세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 네 편의 시가 또다시 여러분의 시 창작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샘뿔 나무랑문학아카데미]의 2022, 첫 창작 주제--백석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