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프로야구 토토’ 시행령이 통과된 가운데 야구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토토 시행이 해당 경기단체와 논의 없이 진행된 데 일단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발행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 같은 KBO의 반응이 의외라는 표정이다. 매출액의 2.5%가 경기단체 지원금으로 떨어지는 마당에 KBO가 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KBO는 일단 말을 아끼며 8개 구단의 여론을 수렴 중이다. KBO가 회원사인 각 구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만큼 프로야구 토토에 대한 8개 구단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야구계가 반발한다고 해서 프로야구 토토가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해당 경기단체의 협조 없이도 경기 결과에 따라 당첨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에 프로야구 토토 시행의 법률적인 걸림돌은 전혀 없다는 게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의 설명이다.
KBO는 법률적으로 대항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몇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야구계의 정서를 대변해 수익금 배분의 용처를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스포츠토토 매출액의 10%가 들어가는 월드컵구장 건립비 상환을 야구계의 숙원인 돔구장 건설비로 대체하는 방식이 좋은 예다. 그러나 이 같은 야구계 측의 요구는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번째는 불확실한 시장성을 고려해 경기단체 지원금인 매출액의 2.5%를 새롭게 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BO 측은 경기단체 지원금을 미니멈 개런티로 확보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일단 5월 중순부터 프로야구 토토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청소년층이 주요 팬인 농구·축구와 달리 광범위한 팬을 형성하고 있는 야구에 공단 측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프로농구와 프로축구는 토토 시행에 따른 경기 지원금으로 각각 약 5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프로야구 토토를 역기능과 순기능을 동시에 가진 ‘동전의 양면’으로 파악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통행식 시행 명령에는 순순히 응하지 않을 예정이다. 프로야구 토토는 축구나 농구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시장성을 지닌 사업인 만큼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는 ‘플러스 알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고진현기자 jhkoh@
[토토사업관련 야구단 및 야구인 반응]
●LG=일단 KBO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프로야구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월드컵 축구장 건립기금으로 쓴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
●두산=수익금이 야구와 관련된 곳에 쓰인다면 적극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다. 야구에도 돔구장 건설이라든지 아마추어야구 육성이라든지 돈이 드는 현안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롯데=정부가 하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만 야구 수익금이 축구에 쓰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룹 처지에서 봤을 때 야구가 적자폭이 가장 큰 종목인데 프로야구 토토가 야구보다 축구에 이롭게 간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 KBO나 구단이 취할 수 있는 수익금이 너무 적다.
●기아=왜 축구 쪽으로 수익금이 쓰여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전체 프로야구의 발전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삼성=일부 부작용도 염려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야구 붐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텅빈 야구장으로 팬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이든 기울여야 한다. 수익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공익목적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현대=아직 시행하기로 완전히 결정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장단점을 따져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 너무 사행심을 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바란다.
●한화=야구팬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찬성이다. 장기적으로는 침체된 야구 부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수익금이 야구발전을 위해 쓰여야지 엉뚱한 곳으로 간다면 문제가 있다.
●SK=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흥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수익금을 월드컵경기장 건설에 따른 부채를 갚는 데 쓴다고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야구인들 누가 반기겠는가. 그런 미묘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