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 산악마라톤대회(해발 1,500미터)는 올해 9년째로 전세계 46개국에서 2천7백여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한국인은 우리팀 4명과 분당에서 오신 한분 모두
5명이 전부다.
D-1일 마라톤 접수를 하는데 내 국적이 Chosun이라고
적혀 있어 정정을 요구했으나 일선에서 수습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
내일은 남,북한 전체를 대표해서 뛴다고 생각하자.
하노이에서 사파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차창 밖 경치를 본다고 정신이 없다. 서울 촌놈들이 모든게 신기한 모양이다.
덕규는 나보러 자꾸 바보 兄이라 부른다.
내가 보기에는 덕규가 나보다 더 바보 같은데.
둘 다 바보라서 궁합이 잘 맞는다.
8시간만에 사파에 도착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지붕이라 불리우며
베트남에서 제일 높은 산인 판시판(3,143미터) 정상에 오르려면
트램을 두번 타고 케이블카를 한번 타야한다.
너무 높아 마치 사후세계로 가는 듯하여
섬뜩한 기분이다
케이블카가 천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산 정상에서 방문국에 대한 예의상 국기를 흔들어 주었다.
"베트남이여
내가 며칠 있어보니
당신네들은 충분히 인류에 기여할 능력이 있다.
모두들 일어나 미래를 향해 전진 하라"
내 국적표기가 chosun으로 되어있고
사회주의 국가 국기를 흔드니
내가 북한 공산주의 당원 같았다
내일은 태극기 휘날리며 뛰어야지
해발 3천 이상이라 정상에 있는 것들이 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산소가 충분치 않음도 몇번의 움직임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드디어 천국의 문 앞에 섰다.
긴장된다.
좀 더 착하게 살 걸.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다.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닌 연옥에서 방황하고 있는 한 사람이 정자끝에 앉아 난감해 하고 있다.
"저 사람은
달리기를 열심히 안한 죄
입신양명을 못한 죄
어영부영 운빨로 살은 죄
젊었을 때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은 죄
아내를 자기 몸같이 돌보지 않은 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나
전과 조회상 교통위반 밖에 없고
가끔 성당도 나가고
항상 반성하는 모습과
남에게 딱히 피해준 게 드러나지 않아
천국으로 보냄이 마땅한 결정인 듯 하옵니다."
한참을 생각해 봤다.
근데 여기가
천국이냐? 지옥이냐? 베트남이냐?
나도 헷갈린다.
대회 당일 산골 애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오중님이 산 머리띠를 나누었다. 여행사 대표의 마음 씀씀이가 훌륭하다.
머리띠를 나누어 주니 동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든다.
몆명은 신발도 신지 않았고
우리들의 어릴 때 모습 그대로다.
국가복과 부모복은 조물주도 어찌할 수 없음을 느낀다.
머리띠가 좀 남아 우연히 영어로 이야기하는 여자 주자에게
말을 건넸다.
"U're so good runner"
내 태극기 마크를 보며
"Korean?"
까먹지 않은 몇 안되는 종합영어식 문장을 그대로
구사했다
"Have you ever been to korea?"
ㅎㅎ
고급진 영어에 대꾸가 즉각이다.
인천과 부산을 가 봤다고 하며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들은 베트남 항공
스튜어디스들이라며
머리띠를 나누어주니 어린애들보다 더 좋아한다.
그 와중에 오중님이 대화의 주도권을 앗아간다.
미워~~~잉
영어가 딸리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내 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인데
비자와 마스터 카드만 가능하고
어디에도 아멕스는 취급을 안한다.
혼자 갔으면 큰 일 날뻔 했다.
잠달동 사람들 선물을 사려하니
누군가 그런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면
삑사리 난다고.
맞는 말이다.
모든 사진 중 이 사진이 가장 맘에 든다.
몰카한테 당했다
그냥 경치를 보았을 뿐이다.
어찌 저리 기가막히게 순간을 포착했을까?
베트남
지낼수록 情이 가는 나라다.
사는 모습이 어릴 때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시장통에 좌판장사를 하는 아줌마들도
돈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도
배시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 나라가 발전하여
모든 이가 물질의 혜택을 누리는
살기좋은 곳이 되기를 기원한다.
서양 사람들이 과거에 우리를 보았듯이
지금 내가 베트남을 그리 본다.
나는 그렇게 살기 싫은데
물질이 정신을 좌우함에 한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여행을 통해 책에서도 못 느낀 하나를 깨달았다.
인간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나는 그 중에 한 사람임에 불과하다는 사실
마누라는 일주일동안 내가 없어 편했다고 한다
빈 말이라도 보고 싶었다 하면 안되나?
나는 많이 생각 났는데.
-End-
첫댓글 역시나 재밌고 뭔가 생각들게 하는 글입니다.
마무리도 기가막힙니다. 용비어부인가로 깔끔히 마무리하시는군요 ㅎㅎ
진인사 대妻명
인명재妻
妻화 만사성
지성감妻
다음 아이디를 사모님한테 헌납했나요?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어째 전연령관람가 영화처럼 좀 싱거워요. 후기 연재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내 글이 수위가 높다하여
붓을 많이 꺾었습니다
@김 원기 노출수위도 아니고 어차피 뻥인 이빨수위인데 간이 쎄고 군침도는 요리를 제공하던 일류호텔요리사가 얼큰매운탕에서 심심하고 밍밍한 지리로 확 바꾸니 손님 끊길까 걱정됩니다. 향후 논조를 논픽션 웹드라마 정도로라도 절충하심이 장수연재에 지장이 없을듯 합니다.
저 몰카는 몰카가 아니고 걍 여행내내 시선처리가 아니셨는지.. ㅋ머찐 사진보다 해설이 더 머찌네요~ 글고 어부인 선물 뭐 사드렸는지 절 궁금합니다~ 생각 많이 났다하면서 면세점 쪼꼬렛 같은건 아닐것 같은데요 ㅎㅎ
어쩜 저를 그리 잘아시는지.
마누라가 커피사오라 해서
몇개 사왔는데 맛없다고
쿠사리 먹었음
맛만 좋더만~~~^^
트레일과함께 따스함이 묻어나는 여행 같습니다.. 모두 완주하시고 건강히 오심을 축하드립니다!!!!
원기형님!
꽃밭에서 웃는 표정이 이보다좋을순없네요^^
작업하려다 영어 표현력이 부족해
진행에 역부족 ㅋㅋ
완주는 못했나요?
완주 했다는 사진은 없고 뛰는 사진도 없네요
대회 참가 했으면 출발전 배번호 달고 찍는 참가전 완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포즈 사진과 대회 중간 사진과 완주후의 기쁨넘치는 환희에 찬 사진이 없네요.
주소를 잘 못 찾아가서 대회장을 못갔나요?
7시간 10분 완주 21km
장년부 8등 했습니다
해외 원정 마라톤 완주 축하합니다. 뒤풀이도 풀장에서 잘 풀으시고~
다음은 어디로 날라가실지 궁금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회장님의 물심양면 관심 덕분에
다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삶에 대한 심오한 고찰도 하시고 베트남 미인들과 추억도 나누시고 역시 믿고 보는 오중여행사의 즐거운 해외 마라톤 대회네요.
특히 럭셔리 수영장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구경거리가 많아요ㅋㅋㅋ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다녀오면
뭔가 미안한 생각에 맴이 무겁습니다
@김 원기 나라가 가난 하다고 국민이 꼭 불행한것만은 아닌거 같아요. 부탄은 베트남보다 못사는 나라인데도 세계에서 가장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고 하더군요.
재미씀 재미씀이 사진 곳곳에 묻어나네요
해외 원정 마라톤도 완주하시고!! 멋지십니다
그게 정말 멋있는거라면
메모님은 저보다 훨씬 찐 멋입니다.
첫 해외 원정 마라톤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완주하시고 건강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재밌는 글과 사진, 빙그레 웃으며 잘 봤습니다. ㅎ
사랑하는 웅짱님
오갱끼데스까?
와다구시와 갱끼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