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맹태영
물 가져와! 하면 그가 시키는 대로
땅을 후벼파서 물을 퍼 올려주었고
밥 가져와! 하면 연약한 손으로 미생물을 씹어 넣어주며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담장 아래서 살았다
태생이 부드럽고 고운 흙이라 순종하는 척했지만
넓고 푸른 잎 대신 무럭무럭 자라난
독기 어린 욕설과 날카로운 눈빛은
어느새 가지에 첩자처럼 붙어
뽑아내지도 버릴 수도 없는 식구가 되고
지지리도 눈치 없는 주인은
이것도 보기 싫고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볼 때마다 가지들을 자르며
자른 가지들을 동네방네 뿌리고 다니며
거름 취급을 하였지만
돋아난 가시는 어느새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되어
그 무엇도 빠져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도록
길고 단단한 성벽을 만들고 말았지
지나가는 바람까지도
가시나무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쓰디쓴 맛으로 무르익어 가고
황금색 탱자를 키운 그 집의 비밀은
끝내 무너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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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시모음
항거/맹태영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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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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