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김연중 지음/지혜 간
이 후로 연재하는 시집평은 의사시인들의 병과 진단 상황과 결과론을 가지고 쓰려고 한다. 참으로 흥미진진하고도 의미있는 글쓰기가 될 듯하다. 시인들 중에는 전업작가보다도 제각기 전업에 종사하면서 시를 쓰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그 전문분야를 다룬 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인듯 해서 이 같은 글 스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 더 관심있는 독자 혹은 시인들의 연구하는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작업이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쓴다. 충분히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알츠하이머씨와 파킨슨씨가
나란히 길을 걷습니다
어쩌면 서로 동병이인인지도 모릅니다
아슬아슬한 바지랑대가
부실한 치마를 부축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앉지도 못하지만
서로 몸을 맞잡고 마음을 일으켜 세웁니다
올려다 보면 세상은 벼랑뿐입니다
매일 똑같은 메뉴의 영혼을 위해
벼랑 끝 성당으로 향합니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아득합니다
아픈 마음이 쓰러진 몸을 부축하고
지친 몸이 다친 마음을 다독입니다
매달 똑같은 양식의 처방을 받으러
맹목적인 신호등을 건넙니다
신호등은 언제나 기우거립니다
알츠하이머씨는 의사가 누구인지 모르고
파킨슨 씨는 서로 눈높이를 맞추기도 힘듭니다.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인 런닝머신처럼
아침나절 나선 길이/저녁이 되어서도 제자리입니다
달팽이의 속도로 가속페달을 밟던
아스팔트에 대한 기억은 소멸되지 않습니다
초록의 응답을 받지 못한 동행은
오늘도 새벽문을 나섭니다
-김연중의 시 「알츠하이머와 파킨슨의 동행」전문
이 작품은 시집『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2012년 봄 출간)에서 인용한 시이다. 겸연중 시인은 1962년 광주에서 출생하여,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2004년 「문학과 경계」로 등단하였다. 현재 의정부시 ‘김연중 내과’원장으로 있다. 제3회 ‘의사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위의 시집은 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의사와 시인의 경게에서, 히포크라테스와 반 히포크라테스의 경계에서, 아니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경계에서, ‘시인 -의사’로서의 절규를 노래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올무에 걸린 들쥐이고, 누가 발광하는 고양이인가? 누가 누가 의사이고, 누가 시인가? 누가 정상이라고 말하고, 누가 저어상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누가 언어를 소유하고, 누가 자본의 문화의 정점에서 가장 세련된 점은 수사학을 구사하고 있는가? 이 시집은 김연중시인을 의사로서의 금기를 깨뜨린 고해성사의 시이며, 그의 양심선언문이라고 할 수가 있다.)
(편집과 강박으로 인한 언어의 반신불수, 불면증, 실어증, 기억상실증 ...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 얻은 병들이다. 의사시인이라 히기도 하고, 시인의사라 하기도 하는 누명같은 명함, 변방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주임과는 거리가 먼 주변인의 중얼거림일 뿐, 나를 치유하지 못하면서 남을 치유하는 건 가당치 않다. 효과가 입중되지 않은 처방전만 남발하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를 바랄 뿐이다.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