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BMW 답지 않은 승차감…530i 시승기
조회수 1,2622023. 10. 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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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코리아가 5시리즈의 여덟 번째 모델을 출시했다. 전세계 중 한국에서 제일 먼저 선보이는 만큼, 한국시장에 가지는 의미가 큰 모델이기도 하다. 이전 세대보다 늘어난 덩치와 최신 BMW의 디자인 테마를 품은 신형 5시리즈는 경쟁 모델보다 한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글 임정환 기자(go4468@gmail.com)
사진 BMW, 임정환
BMW 5시리즈는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시장에선 BMW의 전체 판매량 중 약 30%를 담당하고, 지난해에는 2만 대 이상 판매할 만큼 독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프리미엄 E세그먼트 시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BMW가 신형 5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시리즈는 1972년 처음 등장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8번의 진화를 거쳤다. 또한, 처음으로 BMW의 상징인 숫자 라인업을 처음으로 채용한 모델이다. 3시리즈가 작고 경쾌한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면, 5시리즈는 가족도 함께 탈 포용성을 갖추면서도 BMW만의 주행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차체는 8세대에 들어서면서 전보다 키웠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060X1,900X1,515mm다. 7세대보다 각각 95X30X35mm씩 늘었다. 휠베이스는 20mm 넉넉한 2,995mm. 새로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 11세대 E클래스나 현대 그랜저보다 길다. 유럽에서는 더 이상 E세그먼트가 아닌 F세그먼트로 분류할 정도로 크다.
외관 디자인은 ‘베이스’와 ‘M스포츠’ 두 가지로 나눈다. 시승차는 ‘530i xDrive’로 M스포츠 패키지는 들어가지 않은 모델이다. 발표 당일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BMW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은 “신형 5시리즈 디자인에 역대 가장 많은 시간을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또한, 상대적으로 단거리를 이동하는 3시리즈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5시리즈의 특성상 3시리즈보다 안정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 특징은 뒷부분에서 가장 드러나는데, 가로로 긴 테일 램프와 아래에 길고 두툼한 범퍼가 자리잡고 있어 3시리즈 대비 진중하다.
이번 5시리즈는 전동화 모델 i5도 같이 디자인을 사용하는 만큼 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이 곳곳에 들어갔다. BMW의 상징과 같은 키드니 그릴은 주변을 감싸며 빛나는 ‘아이코닉 글로우’까지 있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심어 그릴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또한, 측면의 도어캐치는 i4처럼 리프트 형 도어캐치를 적용했다.
실내는 7시리즈에 가깝다. 곳곳에 심은 크리스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브드로 구성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도 눈에 띈다. 공조장치 조작부위가 복잡했던 iDrive는 8.5세대로 거듭나며 단점을 지웠다. eSIM 서비스를 가입하면 최대 5G 속도로 유튜브 등의 동영상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또한 ‘에어콘솔 게이밍 플랫폼’이 들어가 동승자와 함께 스마트폰을 컨트롤러로 사용해 가벼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큰 차체에 맞춰 실내공간도 늘었다. 특히 2열 레그룸은 183cm의 기자가1열에 앉아도 주먹 1.5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헤드룸은 주먹 1개가 꽉 끼게 들어간다. 경쟁차종보다 등받이가 더 많이 누워있어 장거리 이동도 걱정 없다.
이번 5시리즈에는 개량한 ‘CLAR’ 플랫폼을 쓴다. 7세대 7시리즈 이후 처음 적용한 골격으로, 전동화 모델까지 아우르기 위해 키를 높였다. 실제, 이전 세대 5시리즈보다 시트포지션이 살짝 높다.
시승차는 530i xDrive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엔진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40.8kg.m. 넘치진 않지만 충분한 출력이다. 0-100km/h 도달시간은 6.1초. 190마력 뿜는 520i보다 2초 더 빠르다. 추월 가속 시에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좋은 퍼포먼스로 유명한 ZF의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은 아주 좋다. 일상주행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변속 감을 유지하고, 가속이 필요한 순간에는 손실이 거의 느낄 수 없다. xDrive 4륜구동 시스템 또한 영민하게 동력을 나눠, 시원한 가속 감을 느낄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앞 4피스톤, 뒤 1피스톤 브레이크가 들어갔다. 페달 답력은 BMW답게 정직하다. 차체크기와 엔진 출력에 딱 맞는 무게와 답력을 만들어낸다. 별도의 옵션이 없는 순정 브레이크임에도 반복적인 부하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일관적인 제동력이 인상적이다.
정숙성은 훌륭하다. 시동을 거는 순간 48v 시스템의 도움으로, 부드럽게 숨통을 틔운다. 중저속 구간에서도 작은 엔진 소음을 빼면 불쾌한 느낌이 없다. 다만, 고속 영역에 오르는 순간 날 선 타이어 소음이 조금 올라온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무른 편이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을 포함한 M스포츠 패키지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지만, 이전 세대보다 확실히 무르다. 차의 하중이 다양하게 넘나드는 과정에서, 전처럼 차체를 단단하게 옥죄지 않는다. 대신 과속방지턱과 같은 각종 요철은 역대 BMW 중 가장 깔끔하게 처리한다.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BMW 특유의 핸들링 질감이 살아나지만, 조금은 아쉽다. 스티어링 휠을 꺾을 때 다소 부담스럽게 차가 기운다. 무게감도 가볍다. 운전대를 한 손가락으로 편하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 시내주행 시 경쾌한 주행을 돕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이전 5시리즈의 스티어링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오늘 시승한 BMW의 8세대 530i xDrive의 가격은 84,200,000원이다. 풀체인지를 앞둔 메르세데스-벤츠의 E350 모델이 1,200만 원이 넘는 공격적인 할인을 진행하며 소폭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따끈따끈한 신차를 큰 차이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경쟁사보다 다양한 옵션을 풍부하게 탑재해 판매하는 BMW의 판매전략을 감안한다면, 이전 세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장점
1. 보다 편안한 승차감
2. 기존보다 화려하고 넉넉한 실내 공간
단점
1. 다소 희석시킨 BMW의 핸들링 감각
2. 개선했지만 여전히 복잡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