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초와 섬세, 양날의 캐딜락 CT5-V 블랙윙
조회수 4,0822023. 10.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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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의 고성능 브랜드, ‘V’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2023년까지 이어진 V의 역사 끝에 오늘 시승할 CT5-V 블랙윙이 있다. 이전 CTS-V의 마초적인 맛을 살짝 줄이고, 더 많은 운전자를 포용할 수 있는 섬세함으로 무장해 돌아왔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만난 최신 CT5-V, 지금부터 소개한다.
글 임정환 기자(go4468@gmail.com)
사진 캐딜락, 임정환
캐딜락 V, Since 2004
CTS-V 1세대 (왼쪽) / 2세대 (오른쪽)
V는 2004년 CTS-V로 시작했다. 그룹 내 쉐보레 콜벳의 심장을 이식 받아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3.9㎏‧m를 뿜었다. ‘4도어 콜벳’이란 별칭이 암시하듯, 막강한 동력성능을 과시했다.
V는 직진만 빠른 미국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을 치렀다. 그 결과 2세대 CTS-V는 2009년, 뉘르부르크링에서 4도어 차종 중 처음으로 랩타임 ‘*7분의 벽’을 깨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세단’으로 등극했다.
*7분59초32
3세대부턴648마력 뿜는 V8 수퍼차저 엔진을 얹고 BMW M5, 메르세데스-AMG E 63과 세계 최강을 두고 ‘아귀다툼’을 벌였다. 오늘 만난 모델은 4세대. CTS에서 CT5로 이름을 바꿨다. 1~3세대가 쉽게 길들일 수 없는 야생마 같았다면, 최신 버전은 친화력이 돋보인다.
①익스테리어
겉모습은 생각보다 얌전하다. 멀리서 보면 CT5 일반모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조금 더 공격적인 범퍼 그래픽과 곳곳에 에어로 파츠를 더했다. 흉흉한 성능을 감추고픈 장난기가 엿보인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945×1,885×1,440㎜. 휠베이스는 37㎜ 늘어 2,947㎜다.
②인테리어
실내도 마찬가지.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가리면 일반 모델과 절대로 구분 못할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주행을 하면 작은 차이를 제법 크게 느낄 수 있다. 가령, 그립감 좋은 스웨이드로 감싼 두툼한 운전대는 아래 V 버튼과 다이얼을 통해 차의 성격을 조절할 수 있다. 공격적인 형상의 시트는 몸을 꽉 잡아, 격렬한 주행에도 이상적인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퍼포먼스 데이터 레코더(PDR)도 인상적이다. 이 기능은 주행 전방영상을 녹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주행정보를 확인해 페달 답력과 랩타임, 엔진 회전수 등 트랙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기록을 고화질로 녹화해주는 기능이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서 바로 재생할 수도 있다.
③주행 성능
CT5-V 블랙윙의 하이라이트는 단언 주행 성능이다. 특히 파워트레인이 인상적이다. V8 6.2L 가솔린 수퍼차저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677마력, 최대토크 91.9㎏‧m를 뿜는다. 3,600rpm부터 쏟아내는 최대토크는 구조상 고회전이 달갑지 않은 OHV 엔진의 특성을 보완한다.
파트너는 10단 자동기어. 운전자는 시프트 패들을 통해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할 수도 있다. 반응 속도도 제법이다. 기어를 ‘딸깍’ 내릴 때마다 ‘으르렁’ 화답하는 V8 사운드가 이 차의 가치를 함축한다. 게다가 똑똑하다. ‘다이내믹 퍼포먼스 모드’는 운전자의 주행 습관뿐 아니라 도로의 고저차까지 판단해, 지능적으로 변속한다. 덕분에 트랙에서 온전히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677마력의 걸출한 힘은 온전히 뒷바퀴로 보낸다. 전자제어 장비를 해제하면, 5단에서도 파워 오버스티어가 일어날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친해지기 어렵지 않았다. 엄청난 출력을 다스리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더했다. ‘퍼포먼스 트래션 매니지먼트(PTM)’가 좋은 예. 노면과 운전자 성향에 따라 다섯 가지 모드로 조절한다. 덕분에 스포츠 주행이 미숙한 운전자에게도,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
677마력을 아득히 감싸는 브렘보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도 눈에 띈다. 앞쪽엔 6피스톤, 뒤쪽엔 4피스톤 캘리퍼를 맞물렸다. 이날4세션의 가혹한 주행에서도, 답력 변화 없이 한결 같은 제동 성능을 뽐냈다. 한계 높은 브레이크 덕분에, 시속240㎞로 들쑤시는 인제 스피디움 1번 코너에서도 자신감 있게 들이댈 수 있었다.
이날 트랙 주행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무거운 차체와 고성능 엔진의 조합은 전처럼 다루기 까다롭지 않았다. 4세대로 거듭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과 E-LSD는 한없이 날뛰기만 하던 이전 CTS-V보다 한결 차분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 그렇다고 V의 본질적 성격까지 희석시키진 않았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세상 현란하게 꽁무니를 흔들 수 있다.
이날 주행의 배스트랩은 1분54 32를 기록했다. CT5-V 블랙윙의 타이어는 앞 275, 뒤 305 사이즈의 미쉐린 PS4S 스포츠 타이어를 사용한다. 프로 드라이버가 한 등급 높은 타이어를 사용한다면 순정으로도 1분 49초를 넉넉히 기록할 수 있을 듯하다.
CT5-V 블랙윙의 가격은 1억4,000만 원이다. BMW의 M5가 1억7,000만 원, 메르세데스-AMG GT 63 4도어 모델이 2억4,0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에 더 높은 출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장점
1. 8기통 수퍼차저의 감성
2. 훌륭한 코너링 벨런스와 전자장비
3. 경쟁차종 대비 저렴한 가격
단점
1. 높은 난이도의 코너링 특성
2.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내,외관 디자인
3. 작은 사이드 미러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