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토요타 RAV4 PHEV vs 렉서스 NX 450h+, 당신의 선택은?
조회수 7822023. 11. 30. 1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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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의 가치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올라갔다.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서 EV 주행거리를 늘린 결과, 평일 도심 출퇴근은 전기차처럼 쓸 수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가솔린+전기로 1,000㎞ 주행도 거뜬하다. 오늘 소개할 차는 이 가치에 부합할 토요타그룹의 미드-콤팩트 SUV, 토요타 RAV4 PHEV와 렉서스 NX 450h+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참조 : <[비교시승] RAV4 HEV vs PHEV, 실제 연비 비교해보니!>
https://v.daum.net/v/QccqmWGMgG
*참조 : <[시승기] 렉서스 NX450h+, EV 모드로 ‘인천-서울’ 왕복 출퇴근 가능할까?>
https://v.daum.net/v/W0iOjnOKmo
그동안 두 차의 개별시승을 통해 각각의 시승기를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의외로, 같은 식구인 두 차를 비교해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많았다. 두 맞수(?)는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나눠 쓰는 형제 관계. 물론 한층 고급스러운 소재와 브랜드 가치를 지닌 NX가 1,790만 원 더 비싸다. 그렇다면 어떤 모델을 구입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지, 냉정하게 비교했다.
①헤리티지
RAV4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V.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램 1500 등 픽업 ‘3인방’을 제외한 승용 판매 1위에 빛난다. 올해 1~3분기 누적 판매대수는 30만2,831대로, 경쟁 모델인 혼다 CR-V(26만2,351대, 2위), 닛산 로그(21만1,091대, 3위)보다 많다. 동급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모델이라는 점, 튼튼한 내구성과 실용적인 실내 공간이 이룬 결실이다.
1994년 데뷔한 RAV4는 도심형 SUV 장르를 개척한 주역이자, 세계 최초의 모노코크 보디 SUV. 차명 RAV4는 ‘사륜구동 여가활동 자동차(Recreational Activity Vehicle with 4wheel drive)’의 이니셜이다. 이 차의 지향점이 이름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트레일 모드를 더한 E-Four AWD가 좋은 예다. 연료소모를 줄인 하이브리드 구동계 역시 핵심 매력이다.
NX는 2014년 1세대로 등장해 지난해 2세대로 거듭났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렉서스로 통한다. 커다란 스핀들 그릴과 독특한 캐릭터 라인, 그리고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앞세운 결과다. 세계 최대 SUV 격전지 미국에선 RX 다음으로 히트. 특히 2세대로 거듭나며 올해 1~3분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 가까이 뛰었다.
NX의 주요 경쟁 상대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BMW X3, 아우디 Q5, 볼보 XC60 등 미드-콤팩트 SUV. 최근 유럽 브랜드도 대부분 PHEV 구동계를 앞 다퉈 얹고 있지만, 전기 모터 3개를 사용하는 NX와 비교하면 밀도 차이는 확실하다. 또한, 기존 모델의 약점이었던 작은 실내 모니터 크기와 연료탱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②익스테리어
다음은 ‘피지컬’ 비교. RAV4 PHEV의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00×1,855×1,690㎜다. 렉서스 NX 450h+가 60㎜ 길고 10㎜ 넓다. 반면 차체 높이는 20㎜ 낮다. RAV4가 전형적인 SUV의 반듯한 비율을 살렸다면, NX는 완만한 A필러 각도와 뒤쪽으로 갈수록 솟구치는 윈도 벨트 라인으로 속도감을 챙겼다. 휠베이스는 두 차 모두 2,690㎜로 같다.
RAV4도 PHEV 버전은 좀 더 매콤하다. 메시타입 그릴을 끼우고 휠 하우스를 포함한 차체 하부를 블랙 유광 몰딩으로 감쌌다. 또한, 신규 19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해 일반 RAV4 하이브리드보다 고성능 이미지가 물씬하다. 그러나 NX F 스포츠 모델만큼은 아니다. 거대한 스핀들 그릴과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 곳곳에 붙은 F 스포츠 배지가 시선을 빼앗는다.
생김새 차이 외에, 두 브랜드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조립품질과 도장품질 두 가지로 나눈다. 렉서스는 손으로 0.1㎜의 간격을 구분하는 기능 전문가 ‘타쿠미(匠)’가 공장 내 최종 검사라인에서 단차를 검수한다. 경력 20년차 이상 베테랑으로 구성된 타쿠미들은 실내 시트와 대시보드 바느질 작업에도 관여한다. 뛰어난 조립품질 자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렉서스는 도장품질도 남다르다. 100년 넘은 페인트 공장에서 차종에 맞는 다양한 색상을 연구한다. 일반적인 자동차 도장은 베이스와 컬러, 클리어 코트까지 세 겹으로 칠한다. 반면 렉서스 NX가 사용하는 ‘소닉 쿼츠’ 등은 다섯 겹으로 구성한다.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외장 컬러만 9~10가지에 달한다. 시승차는 RC에서 경험한 바 있는 깊은 색감의 블루 컬러.
③인테리어
RAV4는 기본에 충실한 SUV. 특출난 개성을 앞세운 차는 아니지만, 운전석과 동반석 모두 3단계 열선 및 통풍 시트를 갖췄고, 오토홀드를 포함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 필요한 기능을 알차게 담았다. 특히 PHEV 모델은 가죽의 이음새를 빨간 실로 메우고, 시트에 레드 포인트를 더해 매콤한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작은 모니터는 ‘옥의 티’다. 대신 LG U+드라이브로 구동하는 최신 토요타 커넥트로 약점을 보완했다. 내비게이션 맵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하고, 네이버 클로바 음성인식 AI도 갖췄다. 라디오나 목적지 입력 등의 기능 조작은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NX는 더 없이 화려하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콘솔을 질 좋은 가죽과 금속으로 감쌌다. 14인치 대형 고화질 모니터가 운전자를 에워싼 구조도 신선하다. U+드라이브는 RAV4와 같지만, 터치 반응속도와 해상도 차이가 뚜렷하다. 전자식 기어레버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3단계 메모리 시트, 문 여닫는 수고를 덜어줄 e-래치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듬뿍 갖췄다.
RAV4
가족용 패밀리 SUV로 접근하는 소비자는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중요하게 체크한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두 차지만 RAV4의 공간이 한층 여유롭다. 키 182㎝ 남성이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주먹 1개의 여유 공간이 더 있다. 트렁크는 레이저 장비로 자체 측정 결과 RAV4의 가로 너비가 100㎜ 더 넓고, 깊이와 높이 역시 RAV4가 넉넉했다.
<표1. 트렁크 공간 비교(실측 기준)>
NX
다만, 내장재를 감싼 소재의 고급감은 렉서스가 한 수 위였다. 가령, 트렁크 바닥과 2열 등받이뿐 아니라 좌우 부위까지 흡음재로 꼼꼼히 감쌌다. 이를 통해 차체 뒤쪽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차분하게 틀어막았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방음 설계는 RAV4보다 NX가 더 뛰어나다. 또한, 2열 열선 기능도 RAV4는 1단계로 단출한 반면, NX는 3단계로 세분화했다.
④파워트레인 및 섀시
두 차는 같은 구동계를 얹는다.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에 3개의 전기 모터와 18.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조합했다. 엔진 최고출력은 RAV4가 178마력, NX가 182마력. 최대토크는 RAV4가 22.7㎏‧m. NX가 23.1㎏‧m로 렉서스가 조금 더 강하다. 전기 모터와 합산한 시스템 총 출력은 각각 306, 307마력이다. 모두 E-Four 사륜구동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토요타‧렉서스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력분할기구가 핵심이다. 유성기어로 두 개의 전기 모터(MG1, MG2)의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R은 뒤 차축에 자리해, 뒷바퀴에 동력을 공급하거나 감속할 땐 역시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채운다. 변속기는 없고 모터가 변속기 역할도 겸하는 e-CVT를 쓴다.
같은 시스템이지만, 연료효율은 100㎏ 가벼운 RAV4 PHEV가 좀 더 좋다. 휘발유 연비는 복합 15.6㎞/L, 전비는 복합 4.2㎞/㎾h이며, NX 450h+는 각각 14.4㎞/L, 3.8㎞/㎾h다. EV 주행거리도 소폭 차이가 있다. RAV4는 복합 63㎞, NX는 복합 56㎞다. 실제 NX로 인천-서울 62㎞ 왕복 출퇴근을 소화하니 배터리 잔량은 1/3, 남은 주행거리는 20㎞를 표시했다.
플랫폼은 TNGA-K. 밑 그릇은 같지만 메뉴 구성은 조금 다르다. 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토요타는 앞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뒤 솔리드 디스크를 사용하는 반면, 렉서스는 뒷바퀴까지 V디스크를 심었다. F 스포츠 버전은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과 퍼포먼스 댐퍼까지 들어간다. 에어백 개수도 RAV4는 8개, NX는 9개. 1열 센터 사이드 에어백 차이다.
⑤주행 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관심 있는 운전자는 과연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상태에서 엔진만 사용하는지,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움직이는지 등을 궁금해 한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다. 토요타‧렉서스는 일반 HEV처럼 움직인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과 EV 주행을 적절히 오가며 효율을 높인다. 다만,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공차중량이 무거워 연비는 소폭 떨어진다.
전기 모터 3개를 사용하는 두 차는 가다서다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 회생제동을 통한 배터리 회복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따라서 완속충전으로 가득 채운 배터리를 전부 소진해도,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움직인다. 반면, 전기 모터 개수가 적은 유럽 PHEV 모델은 회복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때문에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상태에선 일반 가솔린차처럼 달린다.
인증거리보다 넉넉한 EV 주행거리
두 차의 연비 대결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100㎏의 공차중량 차이가 있지만, 같은 조건에서 거의 동일한 연비를 뽑아냈다. 배터리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선 1L 당 16~17㎞. 배터리가 절반 이상 있는 상태에선 200㎞/L 가까운 신기한(?) 숫자도 모니터에 띄웠다. EV 모드에선 두 차 모두 인증거리(56~63㎞)를 넘어 80㎞ 대 주행도 실제 출퇴근 환경에서 가능했다.
RAV4
NX
주행모드는 네 가지. ①EV 모드가 기본 값이며, ②배터리 잔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모터와 엔진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HV) 모드’, ③기본적으로 EV 모드로 달리되, 필요할 때 엔진 개입을 허용하는 ‘오토 EV/HV 모드’, ④배터리가 부족할 때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차지 홀드(CHG HOLD) 모드’ 등으로 구성했다. RAV4엔 험로주행을 위한 ‘트레일 모드’도 있다.
*참조 : <[시승기] 토요타 RAV4 E-Four가 진흙탕에 빠진다면?>
https://v.daum.net/v/9tJU1MA0HH
렉서스가 확실히 조용해
토요타 RAV4 주행 소음(시속 80~100㎞)
렉서스 NX 주행 소음(시속 80~100㎞)
연비 비교는 의미 없다고 판단, 우리 팀은 두 차의 ‘감각’ 차이에 집중했다. 먼저 실내 소음이다. 시속 80~100㎞ 구간에서 각각 주행 소음을 측정했다. 결과 차이가 흥미롭다. 시속 80㎞에서 RAV4는 약 65dB(데시밸), NX는 63dB를 기록했다.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시속 100㎞에선 크게 벌어졌다. RAV4는 75dB, NX는 큰 차이 없이 64dB에 머물렀다.
<표2. 주행 속도별 실내 소음 비교>
NX는 주행 속도와 관계없이 훌륭한 정숙성을 꾸준히 유지했다. 반면, RAV4는 중저속 구간에서 EV 모드로 달릴 땐 조용했지만, 고속에선 바닥 소음과 풍절음이 실내로 제법 들이쳤다. 따라서 고속주행을 자주 하거나 가족 중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면, RAV4보단 NX를 권하고 싶다. 앞서 소개했던 트렁크 쪽 방음 설계도 주행 소음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승차감. RAV4는 동급 SUV 중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닌 편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와 MGR 전기 모터가 뒷바퀴 안쪽에 있어, 무게배분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앞바퀴 굴림 기반 SUV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그래서 고속주행 안정감도 훌륭하다. 아주 예리한 핸들링을 지닌 차는 아니지만,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주행질감을 갖췄다.
그러나 NX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조향 감각이 대표적이다. 주행 속도를 높일수록 무게감을 더하는 스티어링은 조작 반응이 한층 선명하다. 승차감은 RAV4보다 더 포근한데, 속도를 높이거나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더욱 단단하게 옥죈다. X3와 XC60 등 유럽산 SUV처럼 탄탄한 감각은 아닌데, ‘부들부들’한 느낌과 안정감을 양립시켜 만족스럽다.
정숙성과 승차감, 조향감각을 제외하면 구동계에서 오는 만족감은 동일했다. 두 차의 핵심은 연비도 있지만 가속 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0→시속 100㎞ 성능은 모두 평균 6.1~6.2초의 호쾌한 실력을 갖췄다. 이는 ‘핫 해치’ 폭스바겐 골프 GTI와도 비슷한 기록이다. 300마력 대 파워를 지닌 ‘소식가’란 점은 분명한 매력이다. 경제성과 운전재미를 두루 만족시킨다.
직장인들에게 가속 성능보다 와 닿는 부분은 저렴한 충전비용이다. 일반 아파트 내 완속충전 비용인 200원/㎾h 기준으로, 10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600원이면 충분하다. 즉, 광역버스 편도 요금으로 6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톨게이트 비용과 주차요금, 자동차세와 보험료까지 더하면 차가 더 비싸지만, 일반 가솔린차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운행할 수 있다.
총평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현재, 두 PHEV SUV의 가치는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실주행 기준 약 80㎞까지 소화할 수 있는 EV 모드는 경제적인 출퇴근을 가능케 하고, 장거리 충전 걱정은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모드로 덜어낸다. 300마력 대 호쾌한 출력은 덤이다. 또한, 3~4인 가족을 위한 충분한 공간과 겨울철 주행에 자신감 더할 사륜구동도 기본이다.
이번 비교시승의 결론은 아주 심플하게 내릴 수 있었다. RAV4는 ‘타협’의 결과가 아니다. 그렇다고 NX 구매가 ‘사치’ 또한 아니다. 정확히 1,790만 원의 가격 차이만큼 두 차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NX는 훌륭한 정숙성과 내장재 품질, 커다란 모니터를 갖췄다. 그러나 연비와 파워는 RAV4에서 똑같이 누릴 수 있다. 더 넓은 뒷좌석과 트렁크도 지녔다. 특히 RAV4는 경쟁사 하이브리드 SUV와 비슷한 가격으로 PHEV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