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幸 福💌
사법연수원을 다니던 시절, 한쪽 다리가 불편한 여성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에서 푸른 빛이 튀어나올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판사가 됐다.
어느 날 그녀의 판사실을 찾아 간 내게 그녀가 한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양다리가 성하다면 차라리 파출부나 창녀가 돼도 좋겠다."
그녀는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걷는다는 것은 놀라운 기적의 영역이었으며 행복의 기본 조건이었다.
뇌성마비로 육십 평생을 누워서 지낸 여성을 변론한 적이 있다. 몸은 마비됐지만 머리가 비상하고 정신도 또렷했다. 그녀는 크로스비 여사같이 많은 기독교인의 사랑을 받는 찬송가를 작사한 시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자각하고서부터 자살하고 싶어도 혼자서 죽을 능력이 없어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약국으로 걸어갈 수도 없고 강물에 빠져 죽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혼자 방안에서 일어나 목을 매달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말도 못했다. 한마디 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다. 그래도 그녀의 말은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 앉을 수만 있어도 더 큰 행복을 바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와서 그녀를 돌보던 여자는 “혼자 화장실을 가고 목욕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큰 복인 줄을 전에는 몰랐다.”고 내게 말했다.
내가 잘 아는 영화감독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소리가 사라졌다.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의사들은 귀의 기능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다. 그를 만났을 때 공허한 웃음을 흘리면서 그는 내 입술을 뚫어지게 보았다. 내가 말하는 의미를 눈으로 알아채기 위해서였다.
옆에 있던 그의 부인은 "내게 남편이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행복을 바라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고교 시절 혜성같이 나타난 맹인 가수가 있었다. 가요제에서 여러 번의 수상 경력이 있는 타고난 뮤지션이었다. 나중에 그는 맹인이라 대중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거부당했다.
세월이 흐르고 그는 바닷가에 피아노가 놓인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늙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행복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죄수와 편지로 소통했던 적이 있다. 그는 암흑의 절벽에 매달려서라도 살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돈을 많이 줄테니 내 대신 죽어 달라면 응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엄청난 재산가도,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도, 그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일자리가 없다고, 늙었다고, 외롭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보고 듣고 걸으면서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날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걷지 못하고, 죽어가는 누군가의 애잔한 소원을 이루고 살고 있다. 날마다 그들이 바라는 기적이 있어 나는 정상인으로 살고 있다.
누군가 간절히 바라는 기적들이 내게는 날마다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간과하며 살고 있다. 젊음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젊음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다.
한쪽 시력을 잃고 나서야 건강한 눈으로 책을 읽던 그 시절이 행복 이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놀랍게도 나는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들을 젊어서부터 다 이루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날마다 의식하면서 산다면 우리들의 하루는 기적 자체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기적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산다해도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각자의 삶, 각자의 인생, 각자 자기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야겠다...
-변호사 엄상익
위 글을 읽으며 매일의 일상이 기적 자체임을 실감합니다. 보고 듣고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황홀한 일입니다. 갑자기 잠자다 산 사태로 매몰된 사람은 그리될 줄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호흡하고 있음도 크나큰 감사의 조건임에 틀림 없습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딤전4:4)"
오늘도 "영혼의 호흡"으로 감사하며 힘차게 시작합니다...
기쁘고 행복한 주말입니다!
- 전직장 밴드에서 옮긴 글 -
첫댓글 삶 자체가 행복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