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클 제989차 제7기 2024년 4월6일 제2부 특강
신곡(神曲)에 나타난 신화(神話)이야기 (Mythology in the Divine Comedy)
1.주제 : 신화(神話)란 무엇인가? (What is The Mythology?)
강사: 이기언 선생
(1) 신화의 의미(意味)
신화의 미뜨(Myth)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뮈토스(mythos: 현재의미는 로고스(logos)의 상대어로서 어느 집단의 특유한 신앙양식 또는 가치관) ‘사람이 말하는 어떤 것’을 뜻하는데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신화(神話)는 단순한 사실을 초월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실체성(reality)를 가진다. 신화는 글로 쓰여 지기 전에 여러 세대에 걸쳐 입에서 입으로 전승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신화는 자기들이 편리한대로 제각각의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그 지역의 수호신이나 영웅들을 만들고 자기들의 선조들과 연결시켜 조상의 이야기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작가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윤기씨는 「신화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동일주제에서 말한다. 나는 우리 안에 신화라는 이름의 강이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써 신화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한다. ‘여러분 안에 깃들어 있는 신화에 문안드립니다.’ 신화는<신들 이야기>이다. 하지만 신들이 사라진 이 시대에 <신화>라는 말은, 두 가지의 용례가 있다.
① 한 기업이나 개인의 성취를 두고 우리가 흔히 쓰는 「현대 신화」 는...
신화시대에나 있을 법한, 도무지 범용한 인간들의 모듬 살이에서는 일어 남직하지 않는 일을 뜻한다. ‘신화적인 존재’라는 뜻으로 사용, ‘정주영 신화’ 등...으로 쓰인다.
② <거짓말>이라는 뜻으로의 사용되는 「신화」 는...
그리스인들이 친절하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다.(The Greeks' reputation for hospitality is not a myth.) 이 문장에서는 <신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미뜨(myth)가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신화는 그러면, 누군가가 지어낸 거짓말일 수도 있는가? 그럴 수도 있다. 거짓말은 거짓말이되, 원초적인 거짓말일 수도 있다. 조금 더 정교한 사전적 정의를 따르면 신화란, <씨족이나 부족이나 민족의 역사적, 과학적, 종교적, 문화적 요소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 옛 이야기>다. 그러니까 신화는 <역사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믿어지는 설화, 혹은 한 모듬살이가 살아온 삶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 옛이야기>, 이거나 <거짓말일수도 있는 옛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화는 진리일 수 있는가? 그런데 아이로닉하게도 <거짓말>일 수도 있는 이 신화를 두고 많은 학자들은 진리(眞理)를 말 하고 있다.
신화란, 아주 쉽게 말하면, <세상을 꾸며낸 신들에 관한, 거짓말일 수도 있는 황당한 옛이야기>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읽어보고 내린 결론은 <황당하다>이다, 그런데 그 황당한 것이, 진리에 아주 가까울 만큼 매우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는 것이다. 신화의 황당함은 어쩌면 신화 작가의 의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자의 도덕경에, <명가명(名可名) 비상명(非常名)>이라는, 유명한 말씀이 있다. <사물에 이름을 붙일 수는 있지만 그 이름이 그 사물의 본질을 늘 온전하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이름을 짓는 순간 그 사물의 본질은 이름에 갇히게 되는 사태에 대한 염려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화가 황당하게 들리는 것은 그 의미의 그물망 폭이 아주 넓어, 해석의 가능성이 폭넓게 열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 모순되는 무수한 개념을 이야기에다 통합함으로써, 초라한 언어가 야기시킬 수 있는 온갖 시비를 포괄적인 언어에다 녹여 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2) 신화의 특징(特徵)
①초자연적(超自然的)인 요소(要素) - 신화는 종교와 마찬가지로 물리적(物理的)차원만 아니라 정신적(精神的)인 차원에 존재한다.
②불가능(不可能)이 없는 세계(世界) - 신화는 비논리적(非論理的)으로 보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같은 사건으로 나타나지만 상징적(象徵的)으로 해석하면 아주 타당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③신(神)들과 영웅(英雄)들의 이야기 전승(傳承) - 신화는 공통적으로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로 구성되며 구전(口傳)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다른 버전(version)을 갖게 되거나 서로 모순(矛盾) 되는 내용이 존재할 수 있다.
(3) 신화의 분류(分類)
①자연신화(自然神話:Nature Myth) - 신화를 물리적 자연 즉, 낮과 밤, 추위와 더위, 폭풍과 맑은 날 영원한 순환을 하는 자연현상(自然現象)의 힘에 대한 반응의 표현으로 본다.
●막스 뮬러(F, Max Muller)
②제사의식(祭祀儀式:Ritual) - 신화를 디오니소스 축제나 풍요를 비는 민속 제사행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산물로 본다.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의 작품 「황금가지(The Golden Bough)」
③문헌론(文獻論:The Charter Theory) - 집단의 관습을 통한 의식이나 성인식 등 행사를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한 것을 서술 설명함으로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산물.
●헤시오도스의 「신통기(Theogony)」(신들의 탄생)등이 문헌으로 남아 옛 관습이 신화로 된 것
(4) 신화의 해석(解釋)
①프로이드(Sigmund Freud)의 신화해석 - 인간의 잠재의식(潛在意識)이 행동과 사고(思考)의 결정요소로 꿈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나 서술 양식은 신화와 유사하다.
부모나 권위있는 인물들이 비밀스럽게 느끼는 모습에서 어머니에 대한 적대감이 변형된 모습에서 오디프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등을 설명. 이것은 인간의 터무니없는 행동의 이해에 대한 단서를 준다.
②융(Carl Jung)의 원형(原型)적 신화(Archetypes Myth) - 융은 심리학에서 조상 때부터 전해내려 온 개인의 정신에 편재하는 무의식의 관념(觀念)이나 사고(思考) 표상(表象)을 원형(原型)이라 하고 신화에서 꿈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인간 정신의 내재적(內在的)인 모델(Model)이나 패턴(Pattern)은 모든 종족과 집단에 신화적 원형(原型)이 존재한다.
아니마(anima:남성에 있는 여성의 이미지), 아니무스(animus:여성에 있는 남성이미지)
왜곡된 아니마는 메두사(Medusa)를 만들었고, 반대로 하데스는 여성을 지하에 감금시켜버리는 잠재적 강간범의 왜곡된 아니무스이다.
(5) 신화와의 만남(Encounter with Myth)
20세기 최고의 신화(神話)학자이며 해설자로 알려진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이 방송사에서 신화에 대한 대담(對談)을 하고 있을 당시 방송을 돕던 한 여직원이 친구에게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신화 같은 게 필요하냐?’ 그리스의 신(神)들 따위가 오늘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은 부서진 질그릇의 부스러기가 박물관에 진열되어있듯이 「신화의 잔재(殘滓)」가 우리의 믿음이라는 내면적 체계(內面的 體系)에 벽(壁)에 줄지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구조적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와 인연이 있는 이러한 부스러기들이 아직 어떤 에너지로 작용되며 촉발될 수 있는 것이다.
신화(神話)는 가시(可視)적인 세계의 배후(背後)를 설명하는 메타포(metaphor)이며, 인간 삶의 영적 잠재력(潛在力)을 찾는데 필요한 실마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신화의 전통(傳統)이라고 하는 것은 각 문화권(文化圈)에 따라 다르다. 그것은 각 문화권(文化圈)에 따라 마땅히 자각(自覺)하여야 할 삶 자체의 양상(樣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문화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이야기가 마치 복사판처럼 다른 문화권에서 그대로 발견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기도하다.
(6) 세 발 까마귀 이야기
평남 은산의 천왕 지신총에 그림으로 남아있는 고구려의 삼족오, 평남 용강의 쌍영총에 벽화로 남아 있는 바로 그 삼족오가 있다. 고구려 삼족오가 태양을 상징하는 새였다는 주장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고구려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신라 사람들도 까마귀를 일신 혹은 태양신조로 섬겼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시경에도 까마귀 이야기가 나온다. <천제가 보낸 현조>가 그것인데, 이 현조는 여느 새가 아니라 바로 태양을 상징하는 까마귀, 즉 양조, 금오, 삼족오라는 것이다. 까마귀는 세계 전역에 폭넓게 분포하는 태양의 보편적인 상징이다. 알타이 신화에 따르면, 까마귀를 태양신조로 섬기는 시베리아의 코리야크 족 무당은 까마귀로 분장하고 푸닥거리를 한다.
그리스의 델포이는 아폴론의 탁선전이 있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아테네 북서쪽, 자동차 세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델포이 박물관에서 박물관 전시 유물 중 <아폴론의 신주헌작>이라는 제목이 붙은 접시가 있다. 지름 25센티쯤 되는 접시에는 횃대에 앉은 까마귀 한 마리와, 수금을 안고 걸상에 앉은 채 술을 뿌리는 아폴론이 그려져 있다. 아폴론은 태양신, 악신, 무신이기도 한다. 까마귀는,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지닌 그의 신조다. 어떻게 삼족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스인들은 큰 일 할 때면 으레 델포이로 달려가 아폴론의 제니 퓌티아에게 맡겨 놓은 신의 뜻을 물었다. 그리스인들뿐만 아니라 로마인들까지도 그렇게 했다. 신의 뜻, 즉 점괘 전할 때 제니는 꼭 <트리포도스>에 앉는다. 트리포도스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세 발 걸상인 <삼각대>다. 태양신이자 무신인 아폴론의 신조 까마귀 및 아폴론 신전의 무녀가 앉는 삼각대 이것과 세발 까마귀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신화를 통해 우리는 조상의 꿈과 진실을 만나게 된다. 그 꿈과 진실이 다른 민족을 꿈과 진실과, 모습이 다를 뿐, 사실은 하나라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안을 흐르던,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던 강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나온 통로였으되, 한 번도 우리가 들여다 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자궁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 신화는 우리의 자궁이자 문명의 자궁이다.
2.주제 : 신곡(神曲)에 나타난 신화이야기(Mythology in the Divine Comedy)
(1) 「아이네이스(Aeneis)」에서 인용한 예문 일부발췌
①지옥편 1곡 74-75행 -(안키세스의 아들 아이네아스를 지칭)
‘트로이로부터 온 안키세스의 저 의로우신 아드님을 읊조렸노라.‘
②지옥편 2곡 25-27행 -(아이네아스가 명계(冥界)로 내려간 내용)
‘그대 앞서 기렸던 대로 그곳으로 감으로써 그는 승리와 교황 법의(法衣)의 장본이 될 여러가지 사정을 알아챘더이다.‘
③지옥편 3곡(지옥의 입구) 82-91행 -(아케론 강의 뱃사공; 지옥의 뱃사공 카론)
‘헌데 보라, 백발이 성성한 한 늙은이 우리를 마주보고 배 저어 오며 외치되, “이 몹쓸 혼들아, 너희에게 재화이로다. ...’ 112-114행-(지옥의 영혼들 광경 인생무상-추풍낙옆) ‘마치 가을날 나뭇잎이 하나씩 둘씩 차례로 떨어져 나중엔 나뭇가지가 흙 위의 제 벗은 옷을 고스란히 내려다보듯‘
④지옥편 5곡(지옥 제2환 육욕 사음의 죄인들) 4-24행 -(지옥의 재판관 미노스)
‘거기 미노스가 징그러이 서서 이를 갈며 들어오는 입구에서 죄과(罪科)를 적발하고는 판단하여서 꼬리가 감기는 대로 보내더니라....‘(이하생략)
46-69행 -(음탕한 욕정의 표상들 세미라미스, 니노, 디도, 헬레네, 파리스)
‘구슬픈 노래 부르며 공중에 긴 선을 그리며 학들이 가듯 아아 소리를 내뽑으며 저 폭풍에 휩쓸려 오는 무리를 보았노라.....(중략) 그는 세미라미스로...다른 하나는 연애로 자살을 하고 그 버금은 음란한 클레오파트라란다. 헬레네를 보라, ... 보라, 파리스를, 트리스탄을 ... 나에게 연애가 이승을 뜨게 한 천도 넘을 그림자를 손가락질하며 그 이름을 대더니라.‘
⑤지옥편 7곡(지옥제4환 인색자와 낭비자들) 106-108행 -(스틱스 강 지옥의 강)
‘이 구슬픈 시내가 악스러운 거뭇한 고개의 기슭에 내리닫는 거기 스틱스라 이름하는 늪을 이루는데‘
⑥지옥편 9곡(하계지옥 제6환 이단 사설자들) 53-54행 -(메두사 고르곤3 괴녀 중 하나, 테세우스)
‘메두사만 오거라, 그저 그놈을 짓이겨 놓을 테다. 테세우스 습격에 놈을 복수 못한 게 원통하구나.‘
⑦지옥편 12곡(하계지옥 제7환 1단계 원주 폭력 살인자들) 12-13행 -(미노타우로스 반인반우의 괴물)
‘가짜 암소 속에 잉태되었던 크레타의 치욕이 뻐드러져 있는데‘
55-57행 -(켄타우로스 반인 반마의 괴물)
‘언덕의 기슭과 그 구렁사이에 무리지은 켄타우로스가 화살을 쟁이고 치닫는데 흡사 세상에서 사냥하는 모양 같더라.‘
(2)트로이전쟁(Trojan War)의 원인을 제공한 신(神)들의 이야기
①파리스(Paris)의 출생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헤카베의 아들로 헤카베는 파리스가 태어날 때 온 도시가 불타는 꿈을 꾸었는데, 예언자는 그것이 트로이의 멸망을 의미하는 불길한 전조이며 아기가 태어나면 죽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리아모스왕은 파리스가 태어나자 양치기에게 아기를 이데 산에 버리도록 하였다. 양치기가 아기를 버린 후 5일 만에 다시 가보니 놀랍게도 아기는 곰의 젖을 먹고 아직 살아있었고, 아기를 불쌍히 여긴 양치기는 자신이 직접 아기를 키우기로 한다.
②파리스의 사과(Apple)
이데(Ide)산에서 양을 치며 평화롭게 살고 있던 파리스의 운명을 바꾸고, 트로이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은 '황금사과' 에서 시작되었다. 뮈르미돈의 왕 펠리우스와 바다의 요정 테티스(Thetis)의 결혼식 날...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고 모든 신들이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우연한 실수로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만이 제외되었다.
혼자 제외된 데 분격하여 에리스는 좌중에 황금사과를 하나 던졌는데,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 황금사과를 두고 세 명의 여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는 각각 자신의 고귀한 아름다움을 내세우며 자신이야말로 그 사과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세 여신은 조금도 양보 없이 싸우게 되었고, 다른 신들에게 판결을 부탁했지만 다른 신들 역시 선택되지 못한 두 여신의 원한을 사기 싫어 판결을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그 황금 사과를 두고 아옹다옹하던 질투심 많은 세 여신이 올림포스 산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이데(Ide)산기슭에서 목동 노릇을 하는 헌칠한 청년을 보게 되었다. 그 청년은 바로, 사과를 사이에 두고 올림포스 신들 사이에 말싸움이 시작될 당시에 태어난 파리스였다. 세 여신은 한눈에 청년이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청년은 자기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세 여신은 문득 그 청년이 자기네 세 여신의 정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신의 정체를 모른다면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황금사과를 던져주고는, 그의 앞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 판결을 부탁했다. 먼저 눈부신 갑옷을 차려입은 모습의 아테나 여신이 앞으로 나서서, 칼날 같은 잿빛 눈으로 파리스를 바라보며,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주면 전투에서 무적의 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는 헤라 여신이 신들 궁전의 왕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사과를 던져주면 소아시아 전체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눈이 깊은 바다처럼 파란 아프로디테가, 꼬아 놓은 금실 같은 타래 머리를 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자기만큼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를 택했고 여신의 약속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헬레네를 아내로 맞게 되지만 그것은 트로이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③헬레네와 파리스의 사랑
헬레네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각지에서 훌륭한 젊은이들이 찾아왔다. 그 결과 아버지 틴다레오스의 궁성은 구혼자들로 가득찼다. 왕은 사위가 되지 못한 젊은이들이 모반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여 크게 걱정했다. 이때 구혼자 중에서도 지혜가 많기로 유명한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은 헬레네의 남편으로 선택된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반드시 존중한다는 서약을 미리 하게 하라고 왕에게 권했다. 구혼자들은 모두 이에 찬성하고, 그 서약이 구속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제물로 바쳐진 죽은 말 위에 올라서서 전원이 맹세했다. 헬레네의 남편이 되는 영광은 메넬라오스에게 돌아갔다. 아마도 그가 가진 풍부한 재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헬레네와 메넬라오스 사이에서 헤르미오네라는 딸이 태어난지 몇 해가 지났을 때,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를 방문했다. 앞서 파리스는 절세의 미인을 갖게 해주겠다고 한 아프로디테에게 매수되어,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 중에서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답다는 판정을 내린 일이 있었다. 이제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성을 방문하여 헬레네를 만나는 순간, 아프로디테가 약속했던 그 절세의 미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넬라오스가 할아버지인 카트레우스의 장례식을 위해 크레타 섬에 간 사이, 두 사람은 마침내 사랑의 도주를 실행한다. 헥토르를 비롯한 트로이의 원로들은 모두 반대했으나, 결국 두 사람은 트로이에서 정식으로 결혼했고. 이것이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④트로이 목마
트로이전쟁은 그리스군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트로이군의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등 숱한 영웅들과 신들이 얽혀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아킬레우스와의 대결에서 헥토르가 죽고, 멤논, 펜테실레이아, 글라우코스, 파리스 등 트로이군은 주요 장수들을 모두 잃은 다음에도 트로이는 쉽게 함락되지 않았다. 트로이는 새로운 동맹자를 얻어 저항을 계속하였다. 트로이에는 팔라디온이라 불리는 아테나의 유명한 조상(彫像)이 있었는데 그것이 트로이성 중에 있는 한 트로이는 함락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것을 알고 그리스 측의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변장하고 성안으로 들어가 팔라디온을 탈취해왔으나 트로이는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었다. 그리스군은 무력으로 트로이를 정복할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하고 오디세우스의 충고에 의하여 한 계략을 쓰기로 했다. 그들은 성을 포기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꾸미고 함선의 일부를 퇴각하여 인접한 섬 뒤에 숨겼다. 다음 그리스군은 거대한 목마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테나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선전하였으나 사실 그 속에는 무장한 군사들이 들어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그리스군 진영을 살펴보던 트로이측은 놀라움에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스군은 모두 철수한 뒤였고, 거대한 목마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군이 물러난 것에는 크게 기뻐하던 트로이 주민들도, 목마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 트로이군이 잡아온 그리스 쪽의 첩자는 팔라디온을 훔쳐간 그리스군에 노한 아테나의 분노를 풀기위해 목마를 바친 것이라고 말했다. 목마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진 트로이 주민들은 목마를 성안으로 받아들였다. 성문을 허물고 목마를 성안의 아테나 신전으로 모신 트로이군은 10년 만에 맞는 평화를 만끽하며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한밤중이 되자 목마의 문이 슬그머니 열리고 그리스군이 소리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섬뒤에 숨어 있던 동료 그리스군 함대에 신호를 보냈다. 목마에 숨어 있는 용사들이 성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리스의 대군이 성안으로 들어왔다. 소리 없이 진행된 이 행동은 곧 트로이의 몰락을 가져왔다. 성안의 집집마다 불이 타고, 사람들은 죽어 나갔다. 오랜 세월동안 그리스군에 맞서 싸우던 트로이군은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 트로이군은 반격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트로이 패장 아이네아스(Aeneas)장군의 방랑이야기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Aeneis)」이다.
(3) 로마의 건국신화(建國神話):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Aeneid」
로마의 건국이념과 과정을 격렬하고 장엄하며 눈물겹도록 감격적인 인간미와 정신을 최대의 예술적기교로 활용한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아이네이스(Aeneis)」는 단테가 신곡(神曲)을 저술하는 과정에서 200회 이상 인용한 기본 텍스트이며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①아이네이스의 구성 -
「아이네이스」는 12개의 노래(敍事詩)로 구성되어 앞부분은 옛 고국 트로이로부터의 방황, 뒷부분은 새 조국 로마를 건설하는데서 일어나는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6번째 노래가 주인공인 아이네아스(Aeneas)가 지하세계에 있는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나고 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내용은 단테가 신곡(神曲)의 지옥(地獄)편을 구상하며 단테 자신이 지옥을 다녀오는 모티브(Motive)를 제공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②줄거리 -
트로이(Troy) 함락(陷落)후 7년에 막(幕)이 열린다. 트로이인들은 시실리에서 항해하다가 유노의 요구로 바람의 신 아에올로스가 일으킨 폭풍을 만난다. 유노는 트로이인을 증오하여 마지막 남은 세력을 파괴하여 로마 건국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트로이군은 아프리카의 연안 카르타고의 페니키아도시를 건설한 디도여왕의 환대를 받는다. 디도는 아이네아스 장군에 매혹되어 거창한 잔치를 베푼다. 아이네아스는 카르타고에서 디도여왕과 사랑에 빠지고 자기의 사명을 잊는다. 디도와의 열정적인 사랑은 아이네아스가 신(神)의 경고를 듣고서 디도를 떠난다. 버림받은 디도는 화장더미에 올라 애인의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여섯 번 째노래는 캄파니아의 쿠마에에 상륙하여 아폴로와 시빌의 도움을 간청한다. 시빌의 도움으로 지옥에 내려갈 수 있는 황금가지를 발견한다. 그는 지하세계에 내려가서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난다. 단테의 지옥편 3곡에 아이네이스 6번째 노래(지옥의 모습: 인생무상을 노래)가 인용되어있다.
multitudinous as leaves fall dropping
in the forests at autumn’s earlist frost,
or birds swarm landward from the deep gulf,
when the chill of the year routs them overseas
and drives them to sunny lands. (The Aeneid of Virgil)
‘가을의 첫추위에 숲 속에는
우수수 지는 잎새 얼마나 많은 고,
차가운 계절이 바다 너머로 좇아
따사로운 땅으로 몰아넣을 제
새들은 한 바다에서 뭍으로
얼마나 많이 모여 드는고‘
(신곡지옥편 제3곡112-114행/아이네이스 6곡325-328행)
마지막 12번째 노래는 로마 건국(建國)의 초석(礎石)을 다지는 극적인 사건을 다룬다. 라우렌툼의 왕 라티누스의 딸 라비니아와 루툴루인의 왕 투르누스가 약혼(約婚)을 했는데 라비니아는 외국인과 결혼(結婚)을 해야한다는 신탁(神託)이 내려 라티누스는 딸을 아이네아스에게 주기로 약속한다. 투르누스가 전쟁을 일으킨다. 아이네아스가 투르누스를 죽이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