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력(萬曆) 15년 정해년 3월 14일(계묘)
맑고 낮에 바람. 파주에서 묵었다.
晴, 午風. 宿坡州.
만력(萬曆) 15년 정해년 3월 15일(갑진)
흐림. 동파관(東坡館, 임진나루)에서 휴식하였다. 낮에 비가 왔다. 개성 목청전(穆淸殿)을 참배하고, 정 문충묘(鄭文忠廟)를 배알하며, 멀리 그의 고매한 기풍과 드높은 절개를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송연(悚然)히 존경심이 일었다.
陰. 憩東坡館. 午雨. 拜穆淸殿, 謁鄭文忠廟, 遙想高風危節, 不覺悚然起敬也.
만력(萬曆) 15년 정해년 3월 16일(을사)
맑음. 태평관(太平館)에 머물렀다. 유수(留守) 영공(令公)[이린(李遴)]과 종일 이야기를 나눴고, 경력(經歷) 신유선(愼由善), 도사(都事) 송제중(宋齊仲)[선(璿)]도 함께 하였다.
晴. 留太平館. 與留守令公[李遴], 終日打話, 經歷愼由善, 都事宋齊仲[璿] 亦與焉.
▶ 목청전(목청전) : 개성에 있던 조선 태조 이성계의 옛집이다. 태조의 어진(御眞)을 봉안하고 정기적으로 제사를 올렸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899년 복원되었지만, 1907년에 다시 폐지되었다.
《국역 배삼익 조천록》 p148, 김영문(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