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삼운사 주지 도웅스님 법문 중에서]
1.
옛날에 어떤 도인이 있었다.
그는 마치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신통력이 있었는데
어느날 구름을 타고 가다가 천안통으로,
발 아래 땅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나라의 매우 탐욕스런 왕이 백명의 여인들을 동굴에
모아놓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여인들은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히 벌거벗은 알몸들이었기 때문이다.
왕은 동굴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술과 여자에 흠뻑 빠져 쾌락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도인은 그 여인들의 알몸 풍경을 보고 마음이 산란해져서,
그만 구름에서 떨어지고 말았는데, 하필이면 그 왕 앞에 떨어졌다.
알몸잔치를 벌이던 왕은 격노해서 물었다.
"어떤 놈이 여기까지 들어왔느냐?"
도인은 '일부러 들어온 게 아니라,
일종의 사고로 이리 되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왕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어디 구름을 불러서, 내가 보는 앞에서 타 보아라. 그러면 믿겠다."
도인은 구름을 불러 올라타려고 애를 썼지만,
하늘에서 멀리 볼 때도 흐트러지던 마음이
현장에서 바로 눈 앞에 백명의 알몸 여인들을 보면서는,
도저히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이미 흐트러진 마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그는 왕의 칼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양(色)을 도적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마음을 흔들어 행복을 빼앗고, 괴로움으로 밀어넣는 도적이다.
내 마음을 보호하고 행복을 지키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2.
옛날에 아주 심한 폭군이 있었다.
왕은 술과 여자를 탐하는 재미로 살고 있었는데
궁녀는 물론 여염집 부인까지도 닥치는 대로 범하고
마음에 드는 여인이면 처녀건 부인이건 무조건 궁으로
불러들여 하룻밤을 즐기곤 했다.
그런 왕도 왕이지만, 그런 왕에게 아첨하는 간신들이 더 문제였다.
간신들은 왕에게 '어디에 사는 뉘집 부인이 이쁘다'고 추천을 하면서
"왕명만 내려 주소서. 당장 데려오겠습니다." 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과부에게
그날 밤 궁으로 들어오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과부는 자신의 절개를 지키려고 옷을 엄청나게 많이 껴입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밤을 넘겨 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리고 옷 속에 은장도까지 몰래 숨겨 가지고 들어갔다.
도저히 안 되면 자결하려는 굳은 결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간신들이 이것을 눈치채고,
미리 왕의 방에 아주 좋은 향을 피웠는데,
그 향은 조금만 맡아도 아주 강력한 최음효과가 있는 향이었다.
과부는 목숨을 버리더라도 절개만은 꼭 지키겠다는
굳은 각오로 그 방에 들어갔건만
신비한 향의 냄새를 맡고는 그만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솟구치는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 과부는 자기 손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는데
그 많은 옷마다 옷고름을 어찌나 꽉 조여 맸던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너무나도 마음이 급해진 과부는 옷고름을 풀 새도 없이
은장도를 꺼내 들고 옷고름을 자르기 시작했다.
우리 코에 들어오는 냄새(香)를 도적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마음을 흔들어 행복을 빼앗고, 괴로움으로 밀어넣는 도적이다.
내 마음을 보호하고 행복을 지키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내 마음을 흔들고, 내 마음을 빼앗아
나의 행복을 도적질하는 것이 어찌 모양과 냄새뿐이겠는가?
모양(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느낌(觸), 생각(法)의 여섯 가지 경계,
즉 육경(六境) 모두가 내 마음을 노리는 도적인 것이다.
☞ 육근대적과 손오공 http://cafe.daum.net/santam/IQ3h/132
네 마리의 뱀을 키우던 신하 (열반경) http://cafe.daum.net/santam/IQ3h/133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